[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전 세계에서 여성 인권이 가장 열악한 것으로 꼽히는 이집트가 여성을 보호할 법적 시스템도 제대로 마련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21일(현지시간) 타임에 따르면 인권단체 국제앰네스티는 이날 이집트 여성의 인권 실태를 고발하는 보고서를 발표하고 “여성을 보호하겠다며 이뤄진 최근의 조치들은 상징적인 수준에 그쳤다”고 비판했다.

앰네스티 중동ㆍ아프리카 담당 하시바 하드지 사흐라우이는 “이집트 사회에 깊게 뿌리 내린 인식을 바꾸기 위해서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면서 “겉치레뿐인 변화로는 안 된다”고 규탄했다.

이집트는 여성 인권이 낮기로 악명 높은 중동ㆍ아프리카에서도 가장 열악한 곳으로 꼽힌다. 유엔 조사에 따르면 이집트 여성 99% 이상이 성희롱을 경험한 적 있으며 90% 이상은 여성 할례를 받았다. 로이터 통신은 이집트를 중동 최악의 여성 인권 후진국으로 지목해왔다.

2013년에는 당시 대통령이었던 무함마드 무르시에 대한 반대 시위가 열린 수도 카이로 타흐리르 광장에서 여성 91명이 나흘 간 성폭력을 당하는 사건까지 발생했다.

이에 후임인 압델 파타 엘 시시 대통령은 여성에 대한 폭력을 중단하겠다면서 여성 보호 대책을 내놓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앰네스티는 그러나 2013년 이래 변화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특히 법적 보호망이 제대로 구축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집트 여성 거의 절반이 가정폭력을 당한 적이 있지만, 형법에 가정폭력이나 부부 간의 강간을 죄로 명확히 규정한 항목이 없다. 가정폭력을 신고하고 싶어도 이를 처벌할 법적 근거가 없는 셈이다.

또 가정폭력을 휘두르는 남편과 이혼하려고 해도 아내가 재산상의 모든 권리를 포기해야 해 사실상 이혼을 할 수 없게 만들었다. 반면 남성의 경우 이혼하기로 마음 먹으면 절차가 훨씬 수월하게 돼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