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문영규 기자]제2차세계대전 당시 가장 참혹한 전투 가운데 하나로 손꼽히는 ‘스탈린그라드 전투’가 21세기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에서 재현되고 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21일(현지시간) 도네츠크 국제공항이 전투로 우크라이나의 스탈린그라드로 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도네츠크 중심부에서 북서쪽으로 10㎞가량 떨어져 있는 도네츠크 국제공항은 폴란드와 공동개최한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 2012 축구대회를 준비하며 10억달러(약 1조860억원)를 들여 건설한 곳으로, 우크라이나의 현대화와 번영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곳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우크라이나에 친서방 정권이 들어서면서 동부지역 친러시아 분리주의 무장세력이 독립을 요구했고 정부군과 각지에서 전투를 벌였다.

전투로 인해 도네츠크 국제공항은 지난해 5월부터 비행장으로서의 기능은 전혀 하지 못한 채, 포탄을 주고받으며 폐허로 변해갔다. 더불어 현대화와 번영은 커녕, 빼앗기고 다시 탈환해야 하는 주요 군사적 거점이란 상징적인 의미만 남았다. FT는 분리주의 반군의 주요 요새로 분쟁의 최전선이 됐다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군 레오니드 마티우킨은 FT에 “전략적 중요성만이 아니라 (도네츠크 공항은)스탈린그라드처럼 되고 있다”고 말했다.

스탈린그라드는 2차세계대전 당시 나치 독일과 소련군이 접전을 벌인 곳이다.

FT는 공항 수비대가 스탈린그라드에서처럼 건물에 숨어있고 흩어진 잔해들 사이를 넘거나 기어다니면서 수개월째 전투를 벌이고 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정부군과 분리주의 반군 양측은 방과 방을 오가며 싸우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군에 있어 도네츠크 공항은 반군이 서쪽으로 진출하는 것을 막는 요충지다. 에너지ㆍ경제 안보에 있어서도 중요하다.

공항 인근 돈바스 석탄광산에서는 석탄을 생산해 철도를 이용해 수송한다. 우크라이나 철광석 업계에 연료를 공급하는 코크스 공장도 근처에 있다. 하지만 반군 지역은 보급이 끊기며 도시 곳곳이 최근 몇 달 간 정전사태를 빚었다. 반군에게 있어 도네츠크 공항은 러시아로부터 보급품을 공급받을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줄 문인 것이다.

지난해 9월 체결한 평화협정에 따르면 양측은 ‘경계선’으로부터 15㎞ 떨어진 곳으로 중화기들을 물려야 한다. 협정 체결 당시 정부군이 이곳을 점령하고 있었고 반군은 전차와 야포, 대공무기 등을 철수시켜야 한다.

하지만 전투는 전면전으로 격화되고 있고 최근 반군이 주요 터미널을 점거했다가 며칠 뒤 다시 정부군이 이를 되찾아오는 상황이 나타나기도 했다.

한편 페트로 포로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21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에서 “이게 침략이 아니면 무엇이 침략이냐”라고 말하면서 러시아군 9000명이 우크라이나에 들어와 반군을 지원하고 있다며 비난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