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펀치’에서 연출의 묘미와 배우들의 연기가 극대화되며 드라마의 독창성이 살아나는 지점은 일명 ‘먹방’(음식을 먹는 장면을 방송)신이다.
전작 ‘황금의 제국’을 통해 호화롭게 차려진 식탁신으로 인물들의 관계와 권력구도를 보여줬던 박경수 작가는 ‘펀치’에서도 다양한 음식을 통해 권력을 향한 개인의 탐욕스러운 욕망을 이야기한다. 음식이 곧 드라마 속 인물간의 관계, 개인의 성향, 권력욕을 표현하는 상징적인 장치인 셈이다.
이미 13회를 거치는 동안 ‘펀치’에는 다양한 음식이 등장했다. 짜장면, 파스타는 물론 홍어와 칡뿌리, 만두에서 수육까지 화면을 채웠는데, 이 가운데 드라마가 짜장면을 활용하는 방식만 봐도 대강의 스토리와 인물 간의 관계가 눈에 들어온다.
서민 출신의 이태준 검찰총장(조재현)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인 ‘짜장면’은 1회분에서부터 등장했다. 서울지방검찰청장 시절, 끼니를 거른 이태준은 ‘오른팔’을 자처하는 조강재 검사(박혁권 분)와 대화를 나누던 중 짜장면을 시켰다. 이태준을 검찰총장 자리에 앉히기 위해 고군분투하던 ‘왼팔’ 박정환 검사(김래원 분)은 이태준의 짜장면을 뚝딱 비워내며 한 마디 한다. “요즘 북경반점 주방장이 바뀌어서 맛이 달라졌다. 다음부터는 성원각에서 시켜라.” 박정환의 이야기에 이태준은 오른팔 조강재에게 “성원각에서 시키라”고 다시 지시한다. 검찰총장의 신뢰와 총애의 축의 완전히 이동하는 장면이었다. 이태준과 박정환에게 ‘성원각’ 짜장면은 두 사람의 파트너십을 공고히 하는 장치였으며, 박정환과 조강재에게 두 중국집은 힘 겨루기의 장치였던 셈이다.
문제의 두 중국집은 지난 27일 방송된 13회분에서 마침내 등장했다. 소박한 풍경의 성원각에서 오랜만에 만난 이태준과 박정환은 짜장면을 먹으며 윤지숙 법무부 장관을 끌어내리기 위해 공모하는 것으로 손을 잡았다. 뒤 이어 등장한 섬뜩한 장면이 또 한 번 뒤집힌 두 사람의 관계를 보여줬다. 스폰서 검사로 옥살이를 했던 조강재가 다시 나와 박정환을 궁지로 몰아넣으며 악랄한 본성을 드러내는 장소로 북경반점이 활용됐다.
시청자들 사이에선 ‘펀치’ 속 최고의 먹방은 지난 5회분에 등장, CCTV를 사이에 두고 서로를 노려보는 이태준 총장과 박정환 검사의 이른바 ‘CCTV 짜장면 먹방’이다. 산산조각난 파트너십이 두 배우의 살벌한 짜장면 먹방을 통해 되살아나며 극적 긴장감을 끌어올렸다.
짜장면의 활용이 권력관계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도 많았다. 곤궁했던 어린 시절 ’칡뿌리‘를 먹고 자라 ’개천의 용‘이 된 이태준 총장과 달리 법조가에서 곱게 자란 법무부장관 윤지숙이 좋아하는 음식은 파스타다. ’짜장면파‘ 이태준과 ’파스타파‘ 윤지숙의 식사 자리는 메뉴 선정에서부터 두 사람의 권력구도를 보여준다.
이태준은 윤지숙이 정한 파스타 식사 자리에서 그것을 꾸역꾸역 입으로 가져가면서도 “처음으로 솔직히 말하겠습니데이. 짜장면이 백배 낫습니데이”라고 말한다. 이번이 아닌 다음 자리에선 윤지숙 법무부장관에게 결단코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겠다는 다짐이었다.
한정환 EP는 “어떤 음식을 좋아하는냐는 그 사람이 태어나서 살아온 결과의 모습이다. 우리가 어떤 음식을 선호한다는 것에는 개인의 역사가 담겨있다. 인물들의 출생환경을 반영해 칡뿌리, 짜장면(이태준), 파스타(윤지숙)를 각자가 좋아하는 음식으로 선별했다”며 “드라마에 나오는 다양한 음식을 통해 이들 간의 권력관계, 갑을관계를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홍어삼합을 놓고 힘겨루기를 하다 윤지숙이 이태준에게 홍어를 집어주며 “경상도 출신 총장님과 서울 출신 제가 한 자리에서 전라도 음식인 홍어를 먹는 것이 바로 화합 아니겠어요?”라고 말하는 모습은 음식 안에서 벌어지는 권력구도를 보여준 명장면이었다.
‘펀치’가 그려가는 권력을 향한 개인의 욕망이 가장 극명하게 드러나는 인물이 조재현이 연기하는 이태준인데, 드라마에서 그는 짜장면뿐 아니라 눈 앞에 차려진 음식을 어디에서나 탐욕스럽게 먹어치운다. “식욕이 없는 사람은 권력욕도 없다”(한정환 EP)는제작진의 의도를 구체화한 인물인 셈이다. 특히 장례식장에서 “수육 괜찮네”를 연발하며 입으로 가져가 우적거리는 모습이나, 오션캐피탈을 흡수하기 위해 김상민(정동환) 회장을 협박하는 장면에서 “밀가루를 사다가 만두피를 빚고 속을 채워 만두를 만들었습니데이. 그럼 이 만두가 밀가루 사장 것일까예, 만두 사장 것일까예?”라며 만두를 집어삼키던 장면은 이태준의 권력욕이 극대화된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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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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