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할 때는 난 당신에게 고용된 사람이지만, 연주하고 노래할 땐 나의 주인은 납니다. 난 자유롭다는 거죠, 자유.”(‘그리스인 조르바’ 中)
조르바처럼 살고싶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나 역시 그랬다. 그런데 적어도 21세기 대한민국에서 그렇게 사는건 불가능에 가깝다.
근 몇 년 간 뉴스를 보며 웃어본 기억이 없다. ‘훈훈한 소식이 얼마나 많은데 삐딱한 소리냐’는 분이 있다면 할말이 없지만 비뚤어진 성품 탓이거니 양해해주시길. 특히 최근에는 재벌 갑질 뉴스, 보육원이 공포의 도가니라는 뉴스, 하루 걸러 들려오는 화재소식만 떠오른다. 살아오면서 재벌들 소식을 이렇게 많이 들어본 적이 있나 싶다. 그들이야 갑질이나 상속, 인수 합병, 사장부임 이런 일들만 겪으니(집행유예나 보석은 빼자) 보통 사람들의 삶에 대해서는 관심은 물로 제대로 알리가 없을 것이다.
주위에서 “요즘이 요순시대 아닌가”라는 소리하는 사람을 본 적은 없다. 자식 걱정, 취업걱정, 결혼 걱정, 노후 걱정에 혈압과 혈중알콜만 높아가는 불평분자들이 눈에 띌 뿐이다. ‘747공약’이니 ‘내꿈이 이뤄지는 나라’니 하는 높은 분들의 약속을 믿은 적은 없지만, 저 정도 유머감각은 있어야 높은 자리에 앉는구나 싶기도 하다. 말하면 지켜야하는 줄 알고 사는 ‘쫌팽이’들은 행여 그런 자리에는 눈길도 주지 말자.
맞벌이해야 겨우 먹고 사는 젊은 부부들에게 저렴하면서 안전한 보육시설은 필수다. 상식이 통하는 나라에서는 희귀한 일도 아니다. 그런데 이 나라는 그다지 관심이 없다. 그래서 애꿎은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오십견만 심해진다. 또 지금의 젊은이들은 30년전이라면 NASA(미 항공우주국)나 CERN(유럽입자물리연구소)도 취업하고 남을 울트라 슈퍼 스펙을 쌓고도 취업을 못한다. 고급인력이 남아도니 기업들은 아쉬울 게 없다. 비정규직으로 뽑아 대충 써먹다 잘라도 아무 제재가 없다. 이런 기업들 고생하신다고 법인세까지 듬뿍 깎아주고, 전기세도 저렴하게 제공하니 기업들은 매일 매일 ‘할렐루야’ 소리가 나올 만하다.
하지만 젊은이들은 고단하다. 대학땐 학자금 대출에, 아르바이트에 지치고, 졸업후에도 수년간 취준생으로 청춘을 소모하는게 보통이다. 취직해서는 먹고살기 바빠, 결혼이나 출산 내집마련을 선뜻 생각하지 못한다. 이들이 게을러서라고? 회장님들,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보시기 바란다.
시끄럽던 연말정산도 하도 민심이 흉흉하니 마음대로 세금 짜내려던 분들은 일단 꼬리를 내렸다. 환급해준다는게 보궐선거 뒤인 5월이라는게 영 마뜩찮지만 말이다. 연말정산은 늘 사투였다. 비상금이라도 마련하려던 샐러리맨들은 피눈물이 난다. 안그래도 거의 토해내던 나로서는, 이 정부를 상대로 환급받아낸다는 건 언감생심이 아닐 수 없다. 평균자책점 5점대 투수한테도 삼진당하던 타자가 랜디 존슨을 상대해야하는 심정이랄까.
한국의 장년ㆍ노년들이 ‘조르바처럼 즐겁게 살기’란 도대체 가능하기나 한 일일까. 되레 조르바가 한국에 살고 있다면, 폐지라도 주우러 다녀야 먹고살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우울해진다. withyj2@
anju101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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