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일일드라마의 대모 임성한 작가의 ‘데스노트’가 마침내 시작된 것일까. 시청자들의 ‘혹시나’ 싶은 마음은 ‘역시나’로 반응이 모아지고 있다. 임성한 작가의 드라마에서 주인공들이 세상을 떠나는 방식은 참으로 가지가지다.
지난 2일 방송된 MBC 일일드라마 ‘압구정백야’(극본 임성한, 연출 배한천 최준배)에서 조나단(김민수 분)은 백야(박하나 분)과의 결혼식을 마친 뒤 어머니 서은하(이보희 분)가 입원한 병원을 찾았다. 달콤한 신혼을 시작해야 하지만, 이 두 사람의 앞날이 순탄할 리 없다.
병원 로비엔 난데없이 조직폭력배 일당이 등장, 신혼부부를 보고 빈정거리기 시작했다. 조나단을 향해 ‘기생오라비’ 같다며 비아냥대는 조폭 일당에 화가 난 조나단은 몸싸움을 시작했지만 그들이 휘두른 주먹에 맞아 기둥과 바닥에 머리를 부딪히며 쓰러지고 말았다. 조나단 스스로도 황당한 상황이었는지 차마 눈을 감지도 못한 채 바닥에 쓰러지고 말았다.
사실 조나단에게 다가온 죽음의 징조는 이미 지난 회차에서 한 차례 나오기도 했다. 차를 타고 이동하던 중 조나단은 죽은 친어머니의 귀신을 보는 꿈을 꾸게 됐다. 시청자들은 이 때부터 ‘설마 설마’ 싶은 마음으로 드라마에 몰입하던 상황이었다. 이미 전작 ‘오로라공주’(MBC)를 통해 주조연 배우들을 죽음으로 내몰며 하차시키는 막강한 권력을 휘둘렀던 전적 덕에 이번 드라마에서도 시청자들은 비슷한 상황을 예감하고 있다. 노트에 사람 이름과 날짜, 시간을 적으면 그 사람이 정해진 때에 돌연 사망하는 일본 만화 ‘데스노트’가 임성한 작가 드라마의 수식어가 된 것도 이 때문이었다.
이 드라마는 그간 임성한 작가 작품을 집대성했다 해도 무방할 만큼 임 작가의 특성이 고스란히 묻어있다. 드라마를 끌고 가는 큰 스토리라인이 임 작가의 히트작인 ‘인어아가씨’와 ‘하늘이시여’를 빼다박았다.
여주인공 백야는 어린시절 자신을 버리고 떠난 친엄마 서은하를 그리워하며 살지만, 유일한 피붙이였던 오빠의 죽음이 오랜만에 해후한 엄마의 매몰찬 말들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된 뒤 복수를 다짐한다. 여기까지의 모습이 ‘인어아가씨’의 상황을 따온 것인데, 백야의 복수라는 것은 사실 임성한 작가의 전작들이 보여줬던 사무치게 괴롭고 처절한 과정을 거치지는 않는다. 백야는 의도적으로 엄마의 재혼가정에 접근해, 그 집의 장남 조나단과 결혼을 약속한다. 어린 백야를 버리고 재혼한 서은하는 백야가 자신의 친딸이라는 것을 모른 채 온갖 구박과 막말을 일삼았다. 독기가 오를 대로 오른 백야의 질주로 서은하도 그 사실을 알게 됐지만 백야와 조나단은 호적관계가 뒤엉키는 결혼을 강행했다. 백야에겐 시어머니이자 친어머니인 셈이고, 조나단에겐 장모님이자 양어머니인 셈이다. 자신의 친딸을 재혼한 남편의 아들과 결혼시킨 ‘하늘이시여’와 닮은꼴이다.
결혼식은 올렸으나 조나단 앞에 다가온 죽음의 그림자를 시청자들이 너무도 당연스레 직감하는 것은 전작을 통한 학습효과뿐 아니라 현재 이 드라마에서 백야에겐 또 다른 ‘키다리아저씨’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뒤늦게 자신의 마음을 알게 된 화엄(강은탁)은 백야의 결혼에 괴로워하고, 그 마음을 지우기 위해 다른 여자와 결혼 결심을 한다. 백야는 또 이런 화엄을 보며 어딘지 서운하고 섭섭한 마음을 가지기도 했던 상황이었다.
어차피 임성한 작가 드라마 속 여주인공의 삶이란 꽤 기구하고 황당하기 그지 없다. 여주인공이 고통받을수록, 꾹꾹 채워올린 독기가 폭발할수록, 예상치 못한 상황에 직면할수록 시청률은 치솟는다. 이날 방송된 닐슨코리아 집계 기준 14.7%의 전국시청률을 기록했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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