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 재테크 이것만은…
한때 ‘샤테크’라는 말이 유행했다. 명품 브랜드 샤넬과 재테크의 합성어로, 샤넬이 핸드백 가격을 매년 올리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중고 가격도 덩달아 뛸 것이란 기대를 담고 있다. 같은 이치에서 고가 시계도 재테크의 대상으로 꼽혔다.
마치 유명 미술품이나 골동품 거래를 연상케 하는 이 같은 일이 실제로 가능할까. 비단 명품이 아니더라도 2009년 국내에선 갓 출시된 한정판 유명 컴퓨터게임이 중고시장에서 정상가의 3배가량 웃돈을 받고 거래되기도 했다.
그러나 단숨에 몇 배의 수익률을 가져다주는 ‘짭짤한’ 중고 재테크는 현실에선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서울 대치동에서 중고 명품점을 운영하는 김모 씨는 “중고는 중고일 뿐 명품도 예외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명품백은 다이아몬드나 금이 아니다”라며 “명품은 언제 생산했는지가 중요한데 시간이 지나면 상태가 나빠지고 유행도 지나 값이 떨어지기 마련”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명품점 주인 역시 “사람들이 중고를 사려는 가장 큰 이유는 싼 가격”이라며 “아무리 희귀 한정판이더라도 중고를 출고가격보다도 더 주고 살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초고가 시계의 경우 상속이나 은밀한 뒷거래 등에 이용될 수 있어 가격이 오를 수는 있지만 현실에서 일반인이 초고가시계 중고시장에 접근해 재테크를 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미국이나 일본 등 마니아 문화가 발달한 지역에서 종종 야구카드나 프라모델 등이 대박을 터뜨리기도 한다. 실제 몇 년 전 미국의 한 수녀가 온라인 경매에 올린 메이저리그의 전설 호스너 와그너 선수의 야구카드는 무려 26만2000달러, 우리돈 2억8000만원에 낙찰됐다.
그러나 국내는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 기본적으로 중고시장이 존재할 수 있는 수요와 공급 모두 부족하다.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야구카드 거래를 하는 닉네임 ‘쇼군’은 “국내에서 야구카드 수집은 소수 마니아의 전유물”이라며 “거의 취급하는 곳도 없다”고 말했다. 때문에 비교적 고가의 카드는 외국 경매사이트를 통해 거래가 이뤄진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이른바 ‘대박 수익률’은 기대할 수 없다고 쇼군은 지적한다. 그는 “일단 시간이 오래 걸린다. 류현진 선수가 돌풍을 일으키면 카드 가치도 오르긴 하지만 껑충 뛰진 않는다. 한참 뒤 명예의 전당에 오른다면 모를까”라고 설명했다.
프라모델도 마찬가지다. 프라모델 중고거래 인터넷 카페를 운영하는 대학생 이모 씨는 “프라모델은 아이들 장난감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한 탓에 중고시장은 거의 발달하지 못했다”며 “1만~2만원 더 받는 것도 흔한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또 이들 제품은 그 자체의 절대가치가 거의 없다는 점에서 경기의 영향을 강하게 타기도 한다. 레고 수집이 취미라는 30대 직장인 양모 씨는 “경기 불황이 계속되면서 그렇지 않아도 뜸했던 레고 거래가 거의 사라졌다”고 말했다.
김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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