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35회> 바람에 맞서는 법(24)

글 채희문 | 그림 현경희

한 손으로는 24번 아가씨의 브래지어 끈을 풀면서, 다른 한 손으로는 가운 주머니를 뒤져 100달러짜리 지폐를 끄집어내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하물며 손바닥엔 기름칠이 범벅되어 있었으므로 한편으론 미끌미끌, 어쩌다가는 끈적끈적 했는데…

“옛다, 이거면 됐지?”

강준호는 분명히 손가락을 비벼가며 100달러짜리 지폐 한 장을 꺼내어 그녀 앞으로 내밀었다. 그러나 기름 먹은 종이가 어찌 낱장으로 순순히 떨어질 수 있으랴. 기름에 떡칠이 된 달러 뭉치는 밥상의 깻잎처럼 여러 장이 찰싹 달라붙어 있었던 것이다.

“한궈렌 띵호, 쓰부 띵호, 얼쑤!”

다시 보니 대여섯 장은 붙어 있는 것 같았다. 24번 아가씨는 두껍게 달라붙은 100달러짜리 지폐 뭉치를 보자 한껏 마음이 유해지기 시작했다. 뭐라고 감사의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표정이 역력했다. 하지만 말이 통하지 않으니 기껏 한다는 감사의 표시가 띵호, 내지는 얼쑤! 가 고작이었다.

‘아니… 이런!’

깻잎 다섯 장이면 500달러, 열장이면 무려 1,000달에 달하는 돈 아니던가. 대충 어림잡아도 그 이상이지, 적지는 않았다. 그러니 배가 아플 밖에. 하지만 이미 항구를 떠나간 배와 다름없었다. 좀스럽게 되돌려 달라고 할 처지도 못되었던 것이다.

“아깝구나, 얼쓰야. 이왕 이렇게 된 거 본전이나 뽑아야 하지 않겠니?”

강준호는 혼자 중얼거리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는 그녀를 번쩍 안아 마사지 베드 위에 올려놓으려 했지만 온 몸에 발라진 기름 때문에 미끈거려서 도무지 그녀를 안아 올릴 수 없었다. “어이쿠, 염병!”

언제 발바닥에까지 기름을 발라놓았던가? 오금에 잔뜩 힘을 준채로 그녀를 안아 일으키려 하다가 그만 발바닥이 미끄러졌던 것인데… 잘 아시겠지만 그런 식으로 넘어지게 되면 뼈마디에 엄청난 충격을 받을 것이 뻔했다. 혹시 화장실에서 깽깽 발로 팬티를 갈아입다가 넘어진 적이 있으신지? 그 충격이 얼마나 큰지 아는 분이 있으신지?

“#($Q*&^%$! 꽁안! 꽁안! *&$)^#$%! 마과 친 타우마!”

그 다음부터는 말 그대로 불 난 호떡집이었다. 강준호가 받은 충격도 컸지만 24번 아가씨가 받은 충격도 만만치 않은 모양이었다. 하긴 드라이버로 공을 300 야드나 날리던 힘으로 허리 높이까지 번쩍 안아 올렸다가 미끄러워 떨어뜨렸으니 그 충격이 오죽할까.

기름병이 깨지고, 마사지 베드가 벌렁 뒤집어지고, 밀실의 문이 벌컥 열리고, 누군가가 공안을 부르고… 난리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순간, 강준호의 머릿속이 하얗게 변해가고 있었다. 공안이라면… 우리나라의 경찰을 부르는 소리가 아닌가. 누군지는 몰라도 강준호가 폭력행사를 하는 것으로 오해한 모양이었다. 어쨌거나 공안이 들이닥치면 큰일이었다.

“아가씨… 얼쓰! 여기 브래지어!”

그 아픈 와중에도… 뼈마디가 저려서 사지를 옴짝할 수 없을 지경임에도… 그는 더듬더듬 바닥을 훑어서 나뒹굴던 그녀의 브래지어를 낚아 올렸던 것이다.

“어흐… 어흐흑!”

하지만 24번 아가씨는 허리를 양 손으로 떠받든 채 바닥에 벌렁 드러누워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이미 브래지어가 벗겨졌기 때문에 그녀의 젖가슴은 만천하에 드러나 있는 상태였다. 두어 명의 웨이터가 문을 여는가 싶더니… 잠시 후에 누군가 사진기로 그 난장판 모습을 촬영하기 시작했다.

갑자기 통증이 밀려왔으므로 강준호는 브래지어를 든 채로 질끈 눈을 감고 말았다. 누가 보더라도 불법매춘과 폭력의 현장일 텐데, 공안이라도 들이닥치면 그야말로 큰일이구나… 싶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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