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독특한 콘셉트를 내세운 걸그룹이 등장했다. 한 그룹 안에 밴드와 댄스, 두 가지 유닛이 존재한다는 것. 각각 블랙과 댄스 유닛으로 분류되며, 댄스 유닛은 다른 걸그룹과 행보를 같이 하고 블랙 유닛은 걸 밴드 형태를 취해 궤도를 달리했다.
남성밴드 씨엔블루, FT아일랜드가 속해 있는 FNC엔터테인먼트에서 내놓은 에이오에이(AOA)가 그 주인공이다. 이들은 지난해 댄스 혹은 밴드로 무대에 올라 활동을 같이했다.
밴드와 댄스로 활동을 병행한 이들이 최근 밴드 유닛으로 돌아왔다. 지난 26일 새 음반 '모야(MOYA)'를 발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 AOA 블랙.
지민, 초아, 유나, 유경, 민아 등 5인조로 구성된 AOA 블랙은 밴드로 무대에 설날을 고대했다. 공백기 동안 음악적인 성장을 위해 노력했고, 컴백이 임박해오자 설렘도 커졌다.
◆ 블랙? 무겁지 않다
"공백기 동안 우리 무대의 모니터를 많이 했어요. 우리와 선배님들의 모습을 꼼꼼하게 비교했고, 대중의 입장에서 문제점을 찾았어요. 부족함이 무엇인지 생각하고, 그 부분에 초점을 맞춰 노력했습니다"(초아)
타이틀곡 '모야'는 밴드 적인 면모와 대중성에 입각해 만들어진 노래다. 레게리듬과 동양적인 멜로디가 조화를 이루고 있으며, 가사인 '모야'의 반복으로 중독성도 강하다.
"락 그룹이라고 하면 자칫 대중적이지 못한 느낌도 있기 때문에 다가가기 쉬운 곡으로 가자고 의견이 모아졌어요. 레게리듬이 가미된 곡을 발랄하게 표현해 대중들이 듣기에 편할 거라고 생각해요"(지민)
블랙 유닛에서 기타와 랩을 맡고 있는 리더 지민. 그는 이번 음반의 랩 메이킹에도 참여했다.
이 곡의 가사는 점점 변해가는 남성에게 전하는 여성의 솔직한 마음을 담고 있다. 멜로디와 가사, 그리고 안무에도 깜찍함이라는 소스를 더했다.
"안무도 고민을 많이 했어요. '우리만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 있을까', 생각 끝에 댄스를 하면서 밴드를 하는 것이 AOA의 매력이니, 그걸 살린 것이죠. 포인트로 들어가는 가사에 귀여운 안무가 들어가요"(초아)
댄스 유닛에서 유일하게 빠지는 드럼 유경의 감회는 더욱 남달랐다.
"밴드로 나오는 만큼 실력을 더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이에요. 그동안 국내외 무대에 서면서 준비를 많이 했어요. 그런데 기회가 없어 다 보여드리지 못한 것을 이번에 고스란히 전달하고 싶습니다. 밴드로만 활동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색깔도 더 뚜렷해질 거라고 생각해요"(유경)
◆ 부담? 조급해하지 않는다
지난해는 유독 아이돌 그룹들이 쏟아졌다. '홍수'라고 표현될 정도. AOA 역시 치열한 경쟁에 합류했고, 독특한 콘셉트를 앞세워 대중들에게 눈도장을 확실히 찍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새로운 시도인 만큼 AOA의 성과는 나쁘지 않았다. 해외에서도 밴드와 댄스를 모두 소화하는 이들의 무대에 주목했다. 그러나 워낙 다수의 그룹이 가요계에 첫 발을 내딛은 탓일까, 멤버들은 당시를 더욱 견고해질 수 있었던 시간으로 기억한다.
"전과는 마음가짐이 바뀌었어요. 데뷔 당시에는 한창 많은 그룹들이 쏟아져 나올 때였고, 스스로 실망한 부분도 있었죠. 생각해보니 오히려 '잘됐다' 싶더라고요. 더 열심히 준비해서 재정비 된 모습을 보여드리자고 마음을 다졌어요"(지민)
어찌 보면 욕심이 낳은 좋은 결과다.
"어렸을 때부터 가수라는 꿈을 키워왔기 때문에 음악 방송에서 모든 걸 다 보여드리겠다는 욕심이 컸어요. 그러다보니, 높음 음을 소화하는 것과 예쁜 표정 등에만 집중한 것 같아요. 이후 선배님들의 무대를 보니, 곡의 느낌을 잘 전달할 수 있는 표정과 무대를 즐기는 것이 보이더라고요. 많이 깨달았죠"(초아)
AOA는 기술적인 측면도 중요하지만, 신나게 무대를 즐기는 것 역시 그와 마찬가지로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물론 여전히 높은 음을 부드럽게 소화하기 위해 긴장도 하지만, 노래와 무대를 즐기면서 편안하게 하려는 습관을 들이려고 노력 중인 단계다.
"사실 처음엔 우리끼리 즐기면서 한다고 했어요. 그런데 데뷔 무대이다 보니 동선과 가사, 여러 가지 틀리지 않을까 걱정한 탓인지, 모니터를 해보니 불안해하는 모습이 보이더라고요. 그런 우리를 보고, 대중들이 즐길 수 없겠구나 싶었어요. 이제는 우리 끼리 즐길 수 있을 정도로 연습도 많이 했고, 마음의 조급함도 내려놓았으니 한층 성장하고 여유로운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민아)
◆ 기대? 하셔도 좋아요
"밴드 AOA의 색깔을 굳혀가는 단계라고 생각하고, 밴드만으로는 첫 선을 보여드리고자 하는 마음에 쉬운 멜로디와 경쾌한 느낌의 곡을 선택했어요. 국내엔 걸 밴드가 없고, 인디 쪽도 귀여운 느낌의 노래는 많이 없어요. 발랄하고 재미있는 노래로 대중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싶어요. 기대해주셔도 좋습니다(웃음)"(지민)
드럼인 유경에게도 이번 활동은 큰 변화다. 개인적인 음악 성향은 정통 락, 헤비메탈에 가깝다. 강렬한 음악을 좋아해 드럼 스타일 역시 그러했다.
"학교에 입학하면서 여러 가지를 배우게 됐고, 지적도 받았어요. 좋아하는 것만 고집하면 안된다고요. 그래서 다양한 장르를 시도해보려 해요. 이번 활동 곡 역시 귀엽고 발랄한 느낌이라 적응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었지만 이젠 즐기면서 하고 있어요"(유경)
타이틀곡 외에 이번 음반의 수록곡은 또 다른 느낌이다. 타이틀은 '위드아웃 유(Without You)'로, 어쿠스틱 사운드의 감성적인 발라드 곡. 떠나간 연인과의 추억을 회상, 그리움을 표현했다.
"락 발라드는 처음 시도해요. 타이틀과는 다른 서정적인 감정을 넣어서 어쿠스틱 사운드로 표현한 곡이에요. 블랙의 또 다른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거예요"(유나)
밴드로만 나왔다. 데뷔 당시 꺼낸 히든카드를 제대로 보여주겠다는 각오. 라이브 무대에 대한 소망도 커졌고, 무대의 소중함도 알았다. 내려놓아야 할 것과 붙들고 있어야 할 것들도 명확해졌기에 이번 활동에 기대가 큰 것도 사실이다.
"AOA 블랙, 나아가 AOA의 색깔을 찾아가는 중이고, 여러 가지 장르를 시도할 계획이에요. 밴드로 나온 이상 라이브를 펼칠 수 있는 무대가 많았으면 좋겠어요. 실력적으로 성장한 모습을 보여드리면서 대중들의 의구심도 풀어드리고 싶습니다"(지민)
한솥밥을 먹는 FT아일랜드, 씨엔블루 등을 통해 꿈은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열심히, 최선을 다하며 음악적인 열정만 변함없다면 대중들의 마음을 돌릴 수 있다는 걸 누구보다 가까이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시작인만큼 많은 것들을 시도해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실력도 인정받고, 예쁨도 받고 싶어요. 친숙한 밴드로 다가가는 것이 이번 활동의 목표예요. 한국에는 없는 포맷의 걸그룹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우리만의 매력과 포인트를 살리려고 합니다. 지켜봐주세요"
김하진 이슈팀기자 /hajin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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