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건전화 승인ㆍ감독하는 제3자 필요

[헤럴드경제=이태형 기자] 지방자치단체의 재정난이 심각한 가운데, 행정자치부가 지난해 지자체 ‘파산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혀 지자체에 대한 중앙정부의 개입이 자칫 지방자치시대에 역행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

그러나 지자체 재정자립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중앙정부의 개입과 함께 사법부를 통한 채무조정을 병행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24일 정부 통계 사이트 ‘e나라지표’에 따르면 지자체 채무는 2004년 17조대를 유지하다 2008년 19조대에서 2009년 26조로 껑충 뛰었다. 그 이후로 28조를 유지해 오고 있어 규모는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지자체 평균 재정자립도 역시 2004년 평균 57.4%에서 지난해 44.8%로 낮아져 중앙정부에 대한 의존도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최근 10년 동안 재정자립도가 50% 아래로 떨어진 것은 처음이다.

재정자립도는 재정수입의 자체 충당 능력을 나타내는 지표로, 일반회계의 세입 중 지방세와 세외수입의 비율이며, 일반적으로 비율이 높을수록 세입징수기반이 좋은 것을 의미한다.

지자체의 채무가 늘고, 재정자립도가 떨어지면서 행정자치부는 지난해 업무보고에서 지자체 ‘파산제’를 도입하고, 10월에는 긴급재정관리제도를 도입하는 내용으로 지방재정법을 개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동안 지방재정위기 관리를 위해 사전적 관리제도를 채택해 온 정부가 지자체 재정난을 그만큼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방증이다.

사후적 관리제도인 파산제는 지자체가 채무에 대한 지불유예나 지불정지를 선언한 이후의 채무조정 절차를 규정하고 있다.

행자부도 밝히고 있듯이 공공기관이라는 조직 특성상 일반법인의 청산 개념을 적용할 수 없고, 채무조정을 통한 회생제도로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적용하기 위해서는 재정재건안 수립ㆍ집행을 승인ㆍ감독하는 역할을 하는 독립적인 제3자가 필요하다.

사법부를 통한 채무조정은 개별적 채권자와의 채무협상, 소송, 강제집행 등 일련의 소모적 과정을 회피하고 파산절차를 진행하는 중에도 지자체가 제대로 기능할 수 있도록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박정우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방채무액의 과반 이상이 중앙정부의 공적자금이라는 점에서 중앙정부의 개입이 불가피하다”면서도 “중앙정부와 사법부가 재정개입과 채무조정 절차를 나눠 운영하는 방법이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박 교수는 또 “국가재정 악화로 귀결될 파산제도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지방채무에 대한 민간자본조달의 활성화가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헌법 제117조가 보장하고 있는 지방자치의 의미를 살리기 위해서 재정위기 극복을 위한 지자체의 재정권한에 대해 제한은 필요최소한으로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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