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인터내셔널섹션]애슈턴 카터 미국 신임 국방장관이 논란이 되고 있는 성전환자(트랜스젠더) 입대 문제에 대해 “열려 있다(open-minded)”는 입장을 표명했다.

이에 따라 성전환자의 입대를 금지하고 있는 미국의 현행 정책에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

카터 장관은 지난 22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칸다바르에서 미군 장병들을 대상으로 연설하는 자리에서 이같이 말하고 “이는 원점에서부터 검토해야 할 문제”라고 밝혔다.

카터 美 신임 국방장관, “성전환자 군 입대에 열려있다”...정책재검토 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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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우리는 군복무 조건과 경험을 가능한 한 매력적으로 만들고 싶다”며 “우리가 필요한 일을 성전환자들도 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문제에 대해 매우 열려있는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카터 장관은 또 “군복무를 지속적으로 수행할 능력이 있는지를 제외한 어떤 것도 성전환자들을 배제할 사유가 되지 못한다”고 말했다.

카터 장관의 이 같은 발언은 아프가니스탄 현지에서 활동 중인 군의관인 제스 M. 에렌펠트 해군 소령의 질문에 대한 답변과정에서 나왔다. 에렌펠트는 반더빌트대학의 의료센터에서 LGBTI(성소수자) 건강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에렌펠트 소령은 미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현행 군 복무규정에 따르면 성전환자로서 복무하는 군인들은 자신의 성(性) 정체성을 숨길 수밖에 없다”며 “이들은 과도한 스트레스에 시달릴 뿐만 아니라 필요한 의료도 제공받지 못해 완벽한 군복무를 할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현재 미군 내에는 약 1만5500명의 성전환자가 복무 중인 것으로 추정된다.

카터 장관의 이날 발언은 지난해 5월 성전환자 입대금지 정책의 재검토를 시사한 척 헤이글 전임 장관보다 훨씬 전향적인 것으로 평가된다. 헤이글 전 장관은 지난해 5월 ABC 방송에서 “성전환자(트랜스젠더)의 입대 금지는 지속적으로 재검토돼야 한다”고 말했으나 실제로는 재검토하지 않았다.

카터 美 신임 국방장관, “성전환자 군 입대에 열려있다”...정책재검토 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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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카터 장관은 실제로 정책 재검토에 착수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동성애자임을 공개하는 사람의 군 복무를 금지하는 이른바 ‘묻지도, 말하지도 말라’(DADT) 정책을 폐기했으나 성전환자 문제는 다루지 않았다.

인권단체들은 카터 장관의 발언을 환영하면서 서둘러 재검토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휴먼라이츠캠페인의 데이비드 스테이시 정책국장은 “우리는 카터 장관이 낡은 규정을 재검토하라고 지시하는 등 즉각적 행동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며 “장관이 지적했듯이 가장 중요한 기준은 군복무를 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