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지상파 3사는 물론 케이블과 종편 채널을 아울러 가장 ‘희귀한 드라마’로 꼽히는 MBC ‘압구정 백야’에서 조나단 역을 맡아 열연했던 김민수가 ‘라디오스타’를 장악했다. ‘임성한 월드’ 속 ‘데스노트’의 시작을 알린 주인공이다.

‘압구정백야’에서 조나단 역할을 맡아 황망한 죽음의 순간을 맞았던 배우 김민수가 지난 4일 방송된 MBC ‘황금어장-라디오스타’에 출연했다. 이른바 ‘듣.보.실(듣지도 보지도 못했는데 실시간 검색어 장악)’ 특집이었다.

김민수의 등장은 ‘라디오스타’의 독한 MC들에겐 일종의 선물이었다. 특히 김구라는 방송을 통해 임성한 작가의 드라마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언급했던 터라, 김민수의 출연에 작정하고 달려들었다.

김구라는 “내가 임성한 작가님 홍보대사다. 엄청 방송에서 많이 말했다”며 “지난 번 드라마가 엄청났다. ‘오로라공주’ 당시 막장 느와르라고 내가 말했다. 언제 죽을 지 모른다”는 말로 몸을 풀었다.

김민수를 향했던 질문은 각양각색이었으나, 먼저 ‘데스노트’ 첫 타자의 심경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김민수는 당시 드라마에서 여주인공 야야와 결혼식을 마친 뒤 어머니가 입원한 병원을 찾았다가 조폭과 시비가 붙어 갑작스럽게 죽음을 맞았다. 벽과 바닥에 머리를 부딪힌 죽음, 심지어 뜬 눈으로 숨을 거뒀다. 이미 전작 ‘오로라공주’를 통해 주조연 배우 10여명을 죽음과 이민 등으로 하차시킨 임 작가의 화려한 필력에 대한 학습이 있었기에, ‘압구정백야’ 속 조나단의 뜬금없는 죽음은 단연 화제가 됐다. ‘데쓰노트’의 출발이라는 시청자 반응도 괜한 소리는 아니었다.

김민수는 “드라마 촬영 동안에 죽음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다. 작가님이 전화로 ‘요즘 연기 할만하냐’라고 물어봤다”며 “그래서 ‘잘 써주셔서 재밌게 하고있습니다’라고 대답했는데, 작가님이 ‘근데 어쩌냐. 너 이제 죽는다’라고 말했다”고 전해 웃음을 자아냈다.

김민수의 답변에 MC들은 “죽음에 대해 정말 통화로 전달받았냐”, “대본에는 적혀 있지 않았냐”라고 재차 물었고, 이에 “그냥 전화로 통보를 받았다”고 한 번 더 강조했다. 앞서 ‘오로라공주’ 당시 많은 배우들이 하차하게 되면서도, 정작 연기자 본인은 ‘자신의 운명’을 촬영 당일에나 알게 됐던 것에 비한다면 조나단의 죽음 앞에서 임 작가는 배우에 대한 예의를 갖춘 셈이다.

79회까지 출연한 뒤 맞이한 죽음을 김민수는 받아들이기 힘들었다고 한다. “정말 힘들었다. 조나단이란 역할에 대해 애착이 커서 죽는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뭘 할 수가 없었다”며 “괜찮은 캐릭터를 맡았다고 생각하고 있어서 좋았는데 죽어서….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심지어 죽음을 맞는 순간을 연기하며 심적 고통도 따랐다. 그는 “드라마에서 ‘뭐라고요’라는 말 한마디를 한 후 죽어서 트라우마 생길 뻔 했다. 말 한마디 잘못 했다가 죽었다. 결혼해서 처음으로 손잡고 걸어가는데 조폭이 시비를 걸었다”며 “지문에 ‘눈 뜨고 절명’이라고 써있었다. 계속 눈을 뜨고 있어야 했는데 눈이 나도 모르게 떨리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눈을 깜빡거리고 싶으면 대사로 넘어가는 부분에서 깜빡거렸다”는 비하인드 에피소드를 전했다.

또 김민수는 사망 이후 수의를 입고 입관식까지 연기한 것에 대해 “별걸 다 하는구나” 싶었다고 한다. 대사 한 줄이나 상황 설정에도 디테일이 살아있는 임 작가 대본의 특징이 김민수의 이 답변에서 전해졌다. 당시 “현장에는 장의사 분들이 있었고, 내 키에 맞게 187cm 짜리 관도 짜있었다”며 “(장의사에게) 조심스럽게 여쭤봤다. ‘혹시 산 사람을 이렇게 해본 적 있냐’고 하니까 ‘돌아가신 분들만 해봐서 없다’고 했다. 누우라고 해서 묶기 시작하는데 보통 돌아가신 분들이기에 정성스럽게 할 줄 알았는데 2인 1조로 그냥 하셨다”는 이야기였다.

이날 김구라는 또 최근 불거진 임성한 작가의 ‘조카 띄워주기’에 대한 질문도 건넸다. 임 작가의 조카인 연기자 백옥담의 분량이 유달리 많은 것을 둘러싸고 최근 시청자들의 항의가 빗발친 사례가 있다. 드라마의 스토리와는 무관하게 2분 이상 가무를 선보이는가 하면 수영복을 입고 몸매를 드러내거나, 난데없이 백옥담을 두고 “탕웨이를 닮았다”는 식의 대사가 나온 경우다. 이 때문에 백옥담을 둘러싸고 임 작가의 ‘조카 특혜’ 비난이 일었다.

김구라는 이에 “‘압구정 백야’에 임성한 작가 조카가 나오는데 노출신도 있고 띄워주려는 의도가 있는 것 같다”고 꼬집었으나 김민수는 ”워낙 열심히 준비하고 잘하는 친구다“라며 조심스럽게 생각을 전했다.

하지만 김구라는 한 번 잡은 먹잇감은 놓지 않았다. “조카는 밀어주고 나는 죽이고. 이런 생각 하지 않았냐. 부모님은 분명 할 것”이라고 묻자, 김민수는 시선을 회피하며 “형님 이런 얘기 굉장히 불편한 질문인 것 같다”라며 “이거는 정말. 죄송하다. 어떻게 말을 할 수가 없다“며 순박하게 말해 시청자들의 배꼽을 잡았다.

그러면서도 김민수는 할 말은 했다. “내가 나가니까 드라마가 재미없다”는 농담이었다.

이날 방송에서 김민수의 이야깃거리는 ‘압구정백야’가 압도적이었으나, 낯설기만 했던 연기자의 드라마보다 더 독특한 실제 캐릭터는 시청자들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MC들의 질문에 동문서답으로 대응하는가 하면 마치 철저한 준비라도 해온 것처럼 다른 질문에도 같은 답변을 내놓는 예능 초짜의 모습이 고스란히 비쳤다. ‘백옥담 특혜’ 등 당혹스러운 질문엔 속내를 완전히 드러내며 이도 저도 하지 못한 채 땀만 흘렸고, 187cm의 큰 키로 허우적거리는 탈춤을 선보일 땐 허당 매력이 폭발해 웃음을 자아냈다. 김민수가 맹활약했던 이날 방송은 6.4%(닐슨코리아 집계)의 전국 시청률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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