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모는 ‘리틀 박시연’, 스펙은 ‘제2의 김태희’다. 주중 미니시리즈(KBS2 칼과 꽃)에 스치듯 ‘훅’ 지나갔고, 단막극(MBC 아프리카에서 살아남는 법)에서 주인공 친구 연기를 했던 게 전부. 공식적으로는 세 번째지만, 제대로 된 첫 작품 ‘식샤를 합시다’(tvN)에서 여주인공 ‘윤진이’를 만나자 방송가가 주목하게 됐다. 이제 스물하나, 신인 탤런트 윤소희다.
윤소희가 연기하는 캐릭터가 독특했다. 부잣집 딸이었던 소녀는 어느 순간 집안의 위기로 가족이 뿔뿔이 흩어져 산다. 심지어 아빠는 교도소에 수감 중이다. “혼자 살아보는 게 로망이었다”며 1인가구가 된 현재를 자축하고, 외로워도 슬퍼도 순식간에 밝아지는 초긍정 캐릭터에선 “패밀리레스토랑에 혼자 밥 먹으로 간다”는 윤소희처럼 4차원의 기운이 풍긴다. 툭 튀어나온 신인 연기자가 캐릭터와의 높은 싱크로율을 보이자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드라마 스케줄을 피해 최근 광화문에서 윤소희를 만났다.
“생전 처음 들어보는 대사도 많고, 너무 밝은 캐릭터라 처음엔 어려웠어요. 감독님(박준화 PD)이 오디션 때 저와 윤진이가 비슷해 보여 캐스팅하셨대요. 연기할수록 실제의 저보다는 훨씬 오버해야 하는데, 어떻게 해야 윤진이처럼 보일까 고민했어요.”
실제로 드라마에서 윤소희는 캐릭터 중 유일하게 인터넷 조어를 많이 사용한다. 전설의 게임 용어가 된 ‘짱짱맨(정말 최고다)’, 아이돌그룹 비스트의 멤버 윤두준을 향한 팬들의 설레는 마음을 담은 ‘두준두준(두근두근)’, 시도 때도 없이 ‘~하는 게 로망이었어요’를 남발한다.
“짱짱맨? 이게 뭐지 했어요. 정말 고민 많았어요. 주위에선 아무도 쓰는 사람이 없더라고요. 친구들과 소속사 식구를 만날 때마다 짱짱맨을 해보라고 했어요. 10가지 버전으로 녹음해서 연습했는데, 사실 좀 오글거렸어요.” 설마 싶다. 어깨를 살짝 들어올리고 하이톤의 목소리로 씽긋 웃을 때 나오는 ‘짱짱맨’이 윤소희에게 착 붙었다. 실제 모습도 다르지 않았다. 윤진이보다는 한참 차분하고 칭찬 한 마디엔 수줍어 해도, 밝은 기운이 넘친다. 그러다가도 눈빛엔 20대 신인답지 않은 강단도 비친다.
사실 윤소희의 스펙과 연예계에 입문한 과정이 특이했다. 과고 출신에 카이스트에 재학 중인 수재가 집 근처의 헬스클럽에서 캐스팅돼 돌연 SMC&C에 몸을 담았다. ‘카이스트 출신의 모범적인 이미지’가 첫 주연을 따낸 요인이기도 하다.
어릴 땐 ‘학생의 본분’은 공부라는 부모님 말씀에 공부만 했다. ‘본분’을 따랐다지만 너무 잘했다. 유년기를 함께 보낸 동네오빠가 영재고에 진학하는 것을 보고 승부욕이 발동해 세종과학고에 입학했다.
원래는 “외고나 영재고 진학을 희망했다”고 한다. 윤소희 스스로는 “과고에 다닐 땐 열정을 가지고 공부를 하지는 않았다”며 ‘벼락치기 스타일’이라고 하지만, 모범생답게 카이스트 생명화학공학과에 진학했다. 대학 진학 이후에도 연예인이 된다는 딸을 쉽게 허락하지 않았던 부모님은 “지금이 아니면 언제 해보겠느냐. 할 수 있을 때 해보라”며 기회를 줬다. 그 시간이 1년도 채 되지 않았다. ‘대세돌’ 엑소의 뮤직비디오에 출연하며 소녀팬들의 시기 어린 눈총을 사던 때를 지나 불과 몇 개월 만의 파격행보가 윤소희의 내일을 기대하게 한다. 하지만 윤소희에게 공부와 연기는 전혀 다른 길이었다. ‘잘했던 것’과 ‘잘하고 싶은 것’의 차이다.
“촬영장에선 그렇게 많은 사람과 같은 공간에 있는데도 ‘컷’ 소리가 나면 저만 혼자 다른 곳에 들어갔다 나오는 느낌이 들었어요. 제가 느끼는 연기의 매력이에요. 지금은 경험이 부족하니 충실하게 배워가고 싶어요. 여러 캐릭터를 만나다 보면 좀 더 제게 어울리는 것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요. 잘하고 싶어요. 카이스트 친구들이 발연기하면 악플 달겠대요.”
고승희 기자/shee@heraldcorp.com
사진=박현구 기자phk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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