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서경원 기자]‘국가비상금’이라 불리는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이 다시 또 사상 최대 기록을 갈아치웠다. 신흥국 불안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대외적으로 한국의 금융안전성을 보일 수 있는 좋은 지표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신흥국 위기가 심화될 경우 한국도 결코 안전지대가 될 수 없어 외환보유액 규모를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반대로 유지비용 면에서 불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5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지난 1월말 기준 외환보유액은 3483억9000만달러로 전월보다 19억3000만달러 늘어났다. 지난해 7월부터 소폭씩이지만 7개월째 사상 최고 행진을 잇고 있다. 고원홍 한은 국제총괄팀 차장은 “유가증권 이자수입 등 외화자산 운용수익이 늘어난 점이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외환보유액 적정 논란은 신흥국 금융 불안이 표면화될 때마다 나오는 단골 메뉴다.

정부와 한은은 국제통화기금(IMF) 기준에 따라 현 외환보유액 수준에는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6월말 기준 IMF가 권고한 한국의 적정 외환보유액은 2500~3800억달러 수준이다. 또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은 세계 7위 수준(작년 12월말 기준)으로 아시아 금융선진국인 홍콩보다 앞선다.

또 외환보유액이 쌓일수록 유지비용이 커진다. 외화표시채권을 발행하면 추가이자를 지급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 국내 시장에서 원화로 달러를 매입하더라도 통화량 흡수를 위해 통화안정증권(통안채)를 발행해야 하는데 이에 따른 이자 비용도 만만치 않다. 외환보유액 운용을 통한 수익률도 대체로 저조하다.

2012회계연도 국회 결산보고서에 따르면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은 재작년 5조8768억원의 차액 손실을 봤다. 통안채 이자비용도 5조7039억원에 이른다. 외환보유액 유지를 위해 나라에서 11조원이 넘는 비용이 소요된 것이다.

그러나 앞으로 몇 차례 더 발생될 미국의 테이퍼링(taperingㆍ자산매입 축소)과 양적완화 최종회수를 대비하기 위해선 현 수준에서 만족할게 아니라 ‘제방’을 더 높이 쌓아야 한다는 주장도 많다. 2008년 9월 리먼브라더스 파산 당시에도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은 세계6위 수준(2500억달러 내외)이었지만 금융위기를 피해갈 수 없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5대 취약국(the fragile 5)’로 분류되는 브라질(3588억달러, 작년 12월말 기준)보다 외환보유액이 적은 상황이다. 정몽준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달 “현 3400억달러 수준인 외환보유액은 전혀 충분치 않다”고 지적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외환보유액은 한집안의 보험과 같아서 얼마나 쌓느냐의 문제는 결국 선택의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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