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 격투 서바이벌 XTM‘ 주먹이 운다3’현장 가보니…
링오른 평범한 남자들 ‘투쟁 본능’ “이순간 견뎌야 삶의 역경 이긴다” 승패 관계없이 도전에 벅찬 눈물
18일 준결승전 25일 챔프 결정전 “그들에 격투기는 싸움 아닌 희망”
“괜찮아! 지금 잠깐 아픈 거야!” 로드FC의 현 라이트급 챔피언 남의철의 목소리가 경기장 안에 울려 퍼졌다. 전세가 밀렸다. 남의철에게 트레이닝을 받은 도전자는 이미 귀가 벌겋게 달아올랐다. 우락부락 다듬어진 몸은 흔들리기 시작했다. 멘토 남의철의 목소리엔 안타까움이 묻어났다. 3일 오후 서울 압구정동에 위치한 로드FC 서두원GYM. 팔각 케이지 안에 두 선수가 마주했다. 체급도 다르다. 그러니 반전도 가능하다. 3분 3라운드 경기의 시작벨이 울리자, 선수들의 눈빛엔‘ 투쟁의 본능’이 서렸다. 발을 딛는 순간 철조망 안에 갇힌 심리적 압박에‘ 1분도 견디기 힘들다’는 케이지에서 이들은 결승을 향한 승부 중이다.
빠른 주먹과 날카로운 킥동작이 이어지고, 두 선수는 엉겼다가 밀쳐내고 끈질기게 달라붙기를 반복한다. 한 판 게임을 끝내는 최후의 기술 ‘암바’도 등장한다. 짧은 기간의 훈련으로 격투기를 익힌 일반인이라기엔 실력이 선수들 못지않다. 케이지 안의 승자는 단 한 명뿐. 케이블 채널 XTM의 인기 격투기 프로그램 ‘주먹이 운다:영웅의 탄생’의 준결승 경기 현장이다.
“시합 전 도전자가 부상 때문에 진단을 받았습니다. 염증도 있고 인대도 늘어난 상황이었죠. 선수경험을 가진 멘토로서 감당할 수 있는 통증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저 역시 같은 경험이 있습니다. 시합 도중 손가락이 부러져 마지막 라운드를 한 손으로 싸워야 했어요. 무승부로 경기를 끝냈습니다. 손가락은 다 나았지만 아쉬움과 후회는 계속 남았어요. 약한 마음을 먹었기에 이길 수 있는 경기를 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인생의 도전에서 순간의 아픔으로 포기한다면 더 큰 상처와 후회가 되지 않을까요.”(준결승 이후 남의철)
“누구나 가슴 속에 투쟁의 본능이 있다”는 슬로건을 안고 시작한 ‘주먹이 운다’가 시즌3를 맞으며 남자들의 가슴에 불을 지르고 있다.
매주 화요일 자정, 방송이 시작되면 인터넷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엔 출연자들의 이름이 오르내린다. 프로그램 홈페이지의 시청자 게시판에는 ‘참가신청 글은 삭제됩니다’라는 공지에도 지원신청글이 매일같이 올라온다. ‘잔인한 싸움’이 아닌 ‘인생의 도전’이라는 의미가 새겨지자, 저마다 현실의 무게를 견디고 사는 시청자들의 ‘울분’이 건드려졌다.
‘주먹이 운다’는 ‘격투기 미입문자’인 일반인들의 도전기를 담았다. 시즌을 거듭하다 보니 방식이 달라졌다. 5회분까지 전파를 탄 시즌3에선 멘토-멘티 시스템을 도입했다. 연예인과 스타선수 3인방이 ‘용기(서두원-이훈)’, ‘독기(남의철-윤형빈)’, ‘광기(육진수-뮤지)’ 팀으로 짝을 이뤄 현재 팀별 트레이닝과 서바이벌에 한창이다. 무려 2200명의 지원자가 몰린 시즌3에선 지역 예선을 거쳐 120명을 선정해 최종 1000만원의 우승 상금을 가져갈 ‘최후의 1인’을 가린다.
육감적인 ‘로드걸’이 케이지를 가로지르는 모습 때문이 아니다. 원초적인 ‘본능의 세계’로 녹아든 스토리는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남자들의 울분을 털어내는 과정의 수단”(박성용 PD)으로 격투기를 활용했던 만큼 유난히 구구한 사연을 안은 참가자가 많았다.
자신을 낳다 당뇨에 걸린 어머니께 신장을 기증하려는 효자 파이터 최익호(23)는 마지막으로 건강한 아들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참가 신청서를 제출했다. 동네 친구로 나란히 방송까지 오게 됐지만, 중국인 어머니를 뒀다는 이유로 왕따를 당했던 임병희와 학생회장 출신의 학교 짱이었던 김샘이깊은물은 운명적인 대결로 케이지 안에 섰다. 촉망받던 검도선수에서 일본 야쿠자에 몸담게 된 전 조직원 김재훈부터 경찰의 강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신청서를 던진 전재현(43) 경사, 연매출 100억원대의 육개장 전문 브랜드의 CEO 곽성익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연을 담은 참가자들이 케이지 안에서 서로의 본능을 깨웠다. 주먹을 맞댄 이후면 선수들은 늘 뜨거운 포옹으로 서로에게 경의를 표하고, 승패와 관계없는 도전에 벅찬 눈물을 쏟기도 한다.
아무리 예능가에 ‘리얼’이 대세라 해도 이만큼 ‘리얼’한 프로그램은 없었다. 체험예능이 각광받아도, 늘 담보한 위험성으로 논란이 일기 일쑤지만 이만큼 위험을 즐기는 프로그램도 없었다. 녹화현장엔 전문의가 상주하고, 인근 정형외과와 연계 중이어도 잔인한 폭력성이 난무한다는 지적도 이 때문에 나온다. 하지만 프로그램은 도전자들의 역경을 극복하는 과정에 초점을 뒀다.
“격투기는 우리 인생과 비슷하다. 지금 이 순간을 견뎌내면 고난과 역경을 이겨낼 수 있다는 것을 알려드리고 싶다”(이종격투기 선수 서두원), “승패보다는 시합 전후 마음가짐, 혼신의 힘을 다하는 과정에 초점을 맞춰 단순히 피흘리는 격투가 아닌 스스로를 이기고자 하는 마음을 담았다”(박성용 PD)는 것이다. 그러니 프로그램에 참여한 연예인 멘토들도 도전자의 모습에 변화를 만났다. “너무 힘든 40대를 맞아 수없이 좌절하고 있을 때 프로그램의 멘토로 참여했는데, 나보다 더 힘든 도전자들이 현실을 딛고 서는 모습은 내게 ‘힐링캠프’였다. 도전자들이 나에겐 영웅이었다”(배우 이훈), “데뷔전을 앞두고 만난 도전자들은 내 자신을 비춰보는 거울이 됐다. 반성하고 또 배워가고 있다”(개그맨 윤형빈)는 것이다.
평범한 남자들의 화끈한 주먹은 도리어 판타지를 불러왔고, 팔각 케이지로 뛰어든 성장하는 영웅의 모습은 그 어떤 드라마보다 드라마틱했다. 글러브 하나에 의지한 남자들의 도전은 이제 더 뜨거워졌다. 방송으로는 오는 18일 준결승전이 치러지며, 25일 대망의 챔피언 결정전이 시작된다.
고승희 기자/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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