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문영규 기자]지중해가 울고있다. 리비아에서 배를 타고 이탈리아로 건너가던 난민들 수백 명이 지중해에서 수장되는가 하면, 해안에선 이슬람국가(IS)의 기독교인 처형이 이어졌다.

18일(현지시간) 리비아를 출발해 이탈리아로 가던 중, 리비아 해안에서 27㎞ 떨어진 지점에서 난파된 난민선에는 지금까지 알려진 700명보다 더 많은 950명 가량이 탑승했었다는 생존자 증언이 나왔다고 AP통신 등이 19일 보도했다.

이탈리아 검찰은 전복된 난민선에 타고 있던 방글라데시 국적의 생존자로부터 이 배의 승선인원이 모두 950명에 달하며 승객 중 300명이 갑판 아래 짐칸에 갇혀 있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또 이 생존자는 승객 가운데 여성은 200명, 어린이는 50명 정도였다고 증언했다. 지오반니 살비 검사는 AP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같이 설명하며 이 생존자가 시칠리아섬의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고 증언의 사실 여부는 조사중이라고 밝혔다.

당초 사고 선박에는 500~700명이 탑승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마테오 렌치 이탈리아 총리는 현재까지 확인된 생존자가 28명, 수습된 시신은 24구 뿐이라고 말한 바 있다. 구조작업에는 20척의 선박과 헬리콥터 3대가 투입된 것으로 전해졌다.

리비아를 출발한 난민선이 침몰한 대규모 사고는 올해만도 3차례에 달한다. 지난 2월엔 난민선이 난파돼 최소 29명이 사망하고 300명이 실종됐다. 지난 12일에도 난민선 침몰로 400여 명이 실종되고 144명이 구조되는 사례가 있었다.

19일 IS는 리비아 내 2개 지역에서 에티오피아 기독교인 인질을 살해하는 29분 분량의 영상을 공개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IS는 동부 바르카주 해안가에서 12명의 기독교인을 참수했으며 남부 페잔주 사막에서 16명을 총살했다.

이들은 영상에서 인질들이 ‘에티오피아의 기독교도들’이라고 밝혔으며 IS 선전 담당부서인 알푸르간의 로고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IS는 지난 2월에도 서부 리비아 지부가 이집트 콥트교도 21명을 리비아 해안에서 참수하는 장면들을 공개한 바 있다. 당시 피로 물든 파도가 영상에 나오면서 세계인들을 충격에 빠뜨렸다.

이같은 난민의 증가와 이어지는 IS의 참수 만행이 리비아를 통해 이뤄질 수 있었던 것은 카다피 정권의 몰락 이후 이어진 내전의 영향 때문으로 분석된다.

NYT는 리비아에서 IS란 이름을 사용하는 집단들이 늘고 이들의 침투에 취약한 이유는 4년 전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이 축출된 이후 리비아를 통치할만한 중앙정부가 붕괴됐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지난 9개월 동안 국제사회로부터 인정받고 있는 정부군은 동부 도시 토브룩과 바이다 지역으로 도망쳐 이곳을 점령중이고 반군은 수도인 트리폴리를 점령해 내전을 지속하고 있다. 두 세력은 IS의 확장에 대응하기보다 서로 싸우기에 여념이 없다고 NYT는 전했다.

또 나이절 패라지 영국독립당(UKIP) 당수는 “리비아를 공습해 카다피를 제거하기 이전에는 이런 규모로 난민들이 유럽으로 넘어온 적이 없었다”고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를 비판하면서 리비아 난민 급증이 정권의 탓임을 강조했다. 그는 “카다피가 비록 악인이었는지는 모르지만 대리비아 공습으로 리비아 상황 전체가 불안정한 상태에 빠졌다”고 주장했다.

이탈리아 정부에 따르면 지난 한 주 동안 1만1000명 이상의 난민이 이탈리아로 입국했고 이들 중 91%가 리비아에서 출발했다. 카다피 정권 붕괴 이후 내전이 지속되면서 국경 통제가 허술한 것을 틈타 난민들의 유럽행이 급증하고, 리비아 해안도시가 그 통로의 입구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지중해를 건너다 숨진 난민 수는 올 들어 현재까지 1600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지난해 같은기간 90명보다 크게 급증한 수치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번 사태와 관련, “이탈리아가 수많은 난민을 관대하게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것에 감사한다”며 “문제의 심각성을 고려할 때 유럽과 국제사회의 적극적 개입을 촉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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