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李ㆍ洪 측근 모르쇠 일관…‘재력가 장부’ 사건에서는 리스트 인사 처벌 못한 전례도

[헤럴드경제=양대근 기자] 4ㆍ29 재보궐선거가 막을 내리면서 ‘성완종 리스트’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이완구 전 국무총리와 홍준표 경남지사 측근에 대한 조사를 마친 검찰은조만간 이들에 대한 소환을 통보할 방침이다.

하지만 수사가 본격화할수록 검찰이 직면하는 어려움도 하나둘씩 늘어나는 모습이다. 사정당국 안팎에서는 리스트 인사들에 대한 실제 처벌이 이뤄지기까지는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이 많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30일 검찰 등에 따르면 이번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은 전날 이 전 총리와 홍 지사 측 일정 담당 비서를 각각 소환해 밤늦게까지 조사하고 돌려보냈다. 수사팀은 담당 비서들이 제출한 자료 속 정보를 토대로 이 전 총리와 홍 지사의 당시 행적을 파악하는 한편 비서들로부터 일정 정보에 관한 구체적인 설명을 청취했다.

각종 의혹에 대해 두 측근은 ‘금품 전달에 관여한 인사를 전혀 알지 못하고 당시 정황 역시 잘 기억하지 못한다’는 취지로 진술하는 등 모르쇠로 일관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故) 성완종 경남기업 전 회장의 측근들이 검찰 수사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던 점을 감안하면 이 전 총리와 홍 지사의 다른 측근들은 더욱 비협조적일 공산이 크다.

곳곳에 흩어진 알리바이 조각을 일일이 맞춰야 하는 수사팀으로서는 적지 않은 어려움이 예상된다.

리스트 인사들의 반격도 만만치 않다. 홍 지사는 전날 출근길에서 “사법절차는 증거재판주의”라며 “메모의 진실성 여부에 대해 반대 심문권이 보장돼 있지 않기 때문에 일방적으로 증거로 삼기가 어렵다”고 재차 지적했다. 망자 증언의 진실성은 수사 절차에서 반대 심문권을 행사해 따져야 하는데 따져 볼 기회가 없다는 것이다.

유사한 처벌 전례가 없다는 점 역시 검찰로서는 부담이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사건과 가장 유사한 사례로 살인교사 혐의로 구속기소된 김형식 전 서울시의원과 연관된 ‘재력가 장부’ 사건을 꼽는다.

당시 금품 공여자인 재력가 송모씨가 피살된 이후 그가 남긴 비밀장부가 드러나면서 파문을 일으킨 바 있다. 송씨는 비밀장부에 지난 1991년부터 22년 동안 금품 로비했던 내역을 상세히 기록했다.

비밀장부에 따르면 시의원 뿐 아니라 경찰, 구청 공무원, 세무사 등에게 회식비 명목으로 금품을 제공하는 등의 구체적인 날짜ㆍ금액ㆍ인물이 특정돼 있었다. 하지만 검찰은 살인교사 혐의로 김 전 의원만 기소했을뿐 이외에 다른 사람들에 대해서는 무혐의로 수사를 종결했다.

장부를 제외하고는 뇌물 등의 혐의를 뒷받침할 구체적인 증거가 없었고 상당 부분은 공소시효가 지난 상태였기 때문이다.

‘성완종 리스트’의 경우 송씨 비밀장부보다 훨씬 추상적인 내용만 담겨있고, 성 전 회장 측근들이 여러차례 증거인멸을 시도한 점도 수사에 큰 제약이 되고 있다.

형사 전문인 한 변호사는 “공여자가 사망하고, 의혹을 받은 이들은 부인하는 상황에서 결정적인 증거 없이는 기소도 쉽지 않아 보인다”며 “재판으로 가더라도 증거불충분으로 (리스트 인사들이) 풀려날 가능성도 있다”도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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