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홍석희 기자] 통합 상태로 운영되고 있는 코스피 시장과 코스닥 시장을 분리하는 방안이 논의되면서 금융당국과 한국거래소측이 맞서고 있다. 금융 당국과 벤처협회 등은 그간 추진해온 ‘모험자본 활성화’의 연장선 상에서, 코스닥 시장이 과거 벤처 기업 등에 자금을 대던 역할을 하기 위해선 분리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한국거래소 측은 분리를 추진하는 측이 지난 2000년대 초 벤처 거품 당시 ‘투기꾼’을 했던 인사들로 구성돼, 또다른 버블을 일으키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갖고 있다. 여기에 코스닥 시장의 자생성과 대장주 이탈 우려 등을 거론하며, 분리 반대 입장을 내놓는다. 공공기관에서 해제된 거래소에 일대 변혁이 가해질 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코스닥 시장 분리 방안을 논의키 위해 올들어 관련 논의가 진행된 것은 두차례다. 두번 모두 5월과 6월 들어 각각 여의도에서 논의가 진행됐다. 첫 논의는 자본시장연구원 주체로 진행됐고, 두번째는 새누리당 중앙위원회 차원에서 진행됐다.

코스닥 분리 추진 측은 금융위원회와 한국벤처기업협회 등이다. 이들은 자본시장의 효율성을 높이고 모험자본을 육성하려면 코스닥을 거래소에서 따로 떼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거래소 체제가 독점적 구조로 돼 있어 과거보다 상장 기준이 지나치게 높아 자금줄 역할을 하는 데 과거 같은 역할을 하지 못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최근 토론회에서 “코스닥시장의 중소·벤처기업 육성 기능 지원이 미약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 근거로 2003∼2011년 코스닥의 기업공개(IPO) 건수는 연평균 59건이었지만 2012∼2014년 IPO 연평균 건수는 42건으로 하락했다고 지적했다.

금융당국은 표면적으론 중립적 입장을 취하고 있지만, 코스닥 분리 가능성을 언급하며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지난 2일 국회에서 열린 논의에서 이형주 금융위원회 자본시장 과장은 “아직 확정적으로 정해진 것은 없다”면서도 “지금보다 시장의 독립성을 더욱 키워나가야 한다는 데 많은 분들이 동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스닥 분리를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된다.

반면 거래소측은 금융당국을 둘러싼 벤처기업인들이 과거 IT버블 당시 주역으로 활동하던 인사들이란 점을 문제 삼는다. 예컨대 이민화 카이스트 교수의 경우 메디슨 전 회장이자 벤처 1세대로 불리지만, 회사 부도 직전 보유 주식을 매도해 투자자들에게 적지 않은 피해를 입혔던 인사라고 거래소 관계자는 전했다. 이 관계자는 “올들어 이 교수가 거래소 관계자를 만나 ‘코스닥 분리를 얘기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한 것으로 안다. 그런데 공식 석상에선 자꾸 코스닥 분리를 주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교수 외에도 거래소 측은 특정인들을 거론하며 차기 분리된 코스닥 협회 회장 자리를 노리는 인사라거나, 벤처 버블을 다시 일으켜 일확천금을 노리는 사람들이 코스닥 분리를 주장하고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거래소 관계자는 “코스닥이 현재처럼 정상화 된 것은 진입 장벽을 높여 부실 기업의 상장을 막았기 때문이다. 코스닥 시장을 분리해내면 상폐 기업 속출 등으로 인한 투자자 피해가 빈번하게 일어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코스닥 시장이 분리될 경우 대장주 이탈로 인한 자생력 부재를 우려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셀트리온과 다음카카오 등 코스닥 대장주들의 경우 코스피로의 이전 상장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거래소 측은 코스닥 시장의 자생 가능성 기준을 하루 거래대금 기준 4조원 안팎으로 분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