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1분기 사상 최대실적 34년 증권 외길인생 신성호 IBK투자증권 사장…사내 학점이수제 등 그만의 독특한 경영철학은
‘문(文)ㆍ사(史)ㆍ철(哲) 등 이성 훈련 체득과 시(詩)ㆍ서(書)ㆍ화(畵) 등 감성 훈련을 체질화한 사람, 즉 이성과 감성이 균형 있게 잘 조화된 인격체’. 인터넷에서 ‘선비’를 검색하면 가장 먼저 나오는 설명이다.
서울 여의도 IBK투자증권 본사에서 만난 신성호(59) 사장은 히끗희끗한 머리에 온화한 인상, 가지런한 옷매무새, 관리에 소흘함이 없을 듯한 몸매를 가진, 마치 조선시대 선비와 같은 모습이었다. 또 물질적인 부분이나 사회적 지위에 흔들리지 않고 끊임없이 탐구하고 분석하며 34년동안 증권업계 외길을 걸어온 신 사장의 인생에서도 그 옛날 선비의 모습이 느껴졌다.
한결같은 운동으로 아침을 맞이하고 과거 애널리스트 시절부터 지점장, 펀드매니저 등의 다양한 직책을 맡을 때마다 자신의 역할에 최선을 다했다는 그의 말에서 ‘선비’들의 우직함과 충실함을 느낄 수 있었다.
▶34년 증권 ‘외길’ 인생=신성호 사장이 30여년 넘게 증권업계에 발을 담그게 된 것은 우연한 계기였다. 그는 처음부터 증권업계에 들어오겠다는 생각을 한 것은 아니었다.
대학 졸업을 앞둔 1981년 하반기. 그 당시 대부분의 학생들이 졸업을 하기 전 직장에 나가 일을 시작했다. 그 역시도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에 합격했지만 공공성을 띄는 기관이다보니 다른 사기업들과는 다르게 졸업식까지 마쳐야 입사가 가능했다고 한다. 그는 “친구들은 모두 입사를 했기 때문에 학교를 가봐야할 일이 없었다”며 “당시 증권가가 굉장히 ‘터프’하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그곳에서 근무하면 재밌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증권사에 입사하기로 했다”고 지난날을 떠올렸다.
신 사장은 당시 증권업 시장점유율 1위를 기록하던 삼보증권에 입사했다. 삼보경제연구소에서는 직원들에게 대학원을 보내주는 제도가 있었고 그것이 삼보증권을 선택하게 된 이유라고 했다.
삼보경제연구소는 훗날 대우경제연구소로 이름을 바꾸게 되고 국내 최고의 연구소가 됐다. 그는 ‘리서치의 명가’로 불리는 대우경제연구소에서 1984년부터 1997년까지 근무하며 업계를 대표하는 리서치 전문가로 거듭나게 된다.
“대우경제연구소는 1년 중 추석과 설날 당일 단 이틀만 쉬었다. 대부분은 새벽 2~3시까지 근무했다”며 “소장에서부터 말단 직원까지 ‘계급장’ 떼고 토론할 수 있었던 문화가 자신을 더욱 발전시킬 수 있었던 기회가 된 것 같다”고 그 시절을 추억했다. 신 사장은 “증권사를 꼭 가야겠다는 목표보다는 우연찮은 기회에 증권업에 몸담게 됐지만 일이 재밌고 괜찮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며 “근래 학생들을 상대로 강연을 할 기회가 생기게 되면 나의 사례를 바탕으로 실제로 경험하지 않고 판단하기 보다는 다양한 경험을 가지고 부딪혀 보는게 진로 선택에 도움이 된다고 조언한다”고 말했다.
▶‘위기’를 ‘기회’로 바꾼 지점장 생활=그는 오랜기간동안 증권업계 근무하면서 많은 성공과 실패를 맛봤지만 자신을 더욱 강하게 만든 것은 ‘실패’했던 경험들이라고 설명했다.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질 수 있다’는 속담처럼 냉철한 판단력과 세밀한 분석으로 업계에서 전략가로 명성을 날리던 그가 외환위기 위험에 대해 오판을 했다. 우리나라가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구제금융까지 받을 것이라고 전망하지 못한 것.
소장은 판단 착오로 의기소침해 있던 그를 지점으로 내려가 쉬도록 배려했다. 1998년 7월, 그는 대우증권 올림픽 지점장으로 발령을 받았다. 당시 올림픽 지점은 전국 98개 점포 중 95등을 하는 점포였다고 한다. 새로 출발한 지점 2개, 사이버지점 1개를 제외하면 사실상 최하위인 지점이었다.
신 사장은 “리서치 업무만 하던 내가 무슨 영업을 하냐며 냉소적인 마음으로 시작했고 다른 회사에서 전략부장으로 오라는 유혹도 있었다”며 “‘아오지 탄광’으로 가는구나 생각했지만 그래도 한 번 해보자라는 오기가 생겼고 어찌보면 더이상 떨어질 곳이 없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먼저 애널리스트로서 가지고 있던 마음을 비우고 한 달동안 자신을 ‘영업맨’으로 다시 정의하는 시간을 보냈다. 하루에 거래처 10여곳을 방문하며 독하게 영업활동을 시작했다. 2박3일씩 집에 가지않고 지점에 남아 자료를 쓰고 다시 영업 나가기를 반복했다고 한다. 그는 “우회하지 말고 정면승부를 하자고 마음 먹고 독하게 했다”며 “어려웠을 때 정면돌파한 그 시절의 경험들이 나만의 브랜드, 컬러가 됐다”고 전했다.
그의 노력은 서서히 성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다른 점포에 비해 수익률이 높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찾아오는 고객도 점점 늘어났다. 그렇게 지점장 생활을 마치고 본사로 복귀할 때가 되자 가장 아래 위치했던 올림픽지점은 서울지역에서 당당히 1등을 차지했고 전국 지점 중에서도 11등으로 순위를 올려놓을 수 있었다. ▶무엇보다 ‘교육’과 ‘신뢰’=IBK투자증권의 사장으로 부임한 이후 그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직원들의 ‘교육’과 고객에 대한 ‘신뢰’다. 34년간 증권 외길을 걸으며 그가 터득한 진리는 ‘교육’과 ‘신뢰’의 중요성이다. 애널리스트로서 이름을 알릴 수 있었던 것도, ‘꼴등’이던 지점을 선두로 만들 수 있었던 ‘영업맨’의 능력도 모두 늘 강조하던 두 가치와 맞닿아 있다.
그가 ‘교육’과 ‘신뢰’를 중요시 여기게 된 배경에는 지난 3월 작고하신 부친의 가르침이 깊은 영향을 주었다. 전쟁 직후 어려운 유년 시절을 보낸 신 사장에게 아버님은 지식의 중요성을 항상 강조했다. “유년시절 아버님이 늘 강조하셨던 것이 지식을 넓히라는 것이었다”며 “머리 속에 있는 것은 누군가 가져갈 수 없고 자신뿐 아니라 남을 도울 수 있는 무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또 신 사장의 아버님은 그가 증권업계에 본격적으로 발을 담그게 되면서 사람 간의 ‘신뢰’를 잃지 말라고 당부했다고 한다. 모든 일의 시작은 사람 관계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항상 주지시켰다.
신 사장은 현재 고객을 만나는 ‘영업맨’들의 금융이나 경제, 산업 전반에 걸친 지식이 부족하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증권업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교육’과 ‘신뢰’라고 말했다.
“증권사 직원들이 공부하지 않았기 때문에 고객들이 신뢰를 잃고 주식시장으로 떠나게 된 것입니다. 교육을 통해 임직원들의 수준을 고객의 요구에 맞게끔 올린다면 고객들은 신뢰를 회복하고 다시 돌아올 것입니다.”
그는 이런 가치의 중요성을 고객들이 멀리서까지 찾아오는 맛집에 비유했다. “음식이 맛이 있으면 손님들은 산골짜기까지 음식을 먹기 위해 찾아온다”며 “증권사들도 제대로 된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소문이 나면 고객들의 발걸음은 다시 이어질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신 사장이 취임한 이후 IBK투자증권은 공부하는 증권사로 탈바꿈하고 있다. 사내 ‘학점이수제’를 도입해 직원들이 끊임없이 공부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들고 있다. 주임∼대리 직급은 반기에 25학점(연간 50학점)을 이수해야 하고, 학점을 채우지 못하면 인사고과에 불이익을 받는다.
일부 직원들 사이엔서 볼멘 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신 사장이 주도한 변화는 결실을 맺어 IBK투자증권이 올해 1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올 1분기 순이익은 지난해 같은기간(26억원)대비 376.92%증가한 106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2008년 5월 설립 이래 최대 분기 실적으로, 지난해 전체 순이익인 118억원과 흡사한 수준이다.
▶“국가와 사회에 도움을 주고 싶다”=신 사장은 바쁜 직장생활 속에서도 자녀들에게 “누군가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라”라고 말한다. 그것이 물질적인 것이든 정신적인 것이든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사람이 되어 국가와 사회에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전했다. 이런 그의 바람은 자신의 목표와도 맞닿아 있다.
회사 대표로서 그는 자신의 임기 중에 기업공개(IPO)를 진행해보고 싶다는 목표를 밝혔다. 현재 비상장사인 IBK투자증권이 IPO를 통해 국가와 사회에 도움이 될 수 있는 회사로 키워보고 싶다는 뜻을 나타냈다. 또 지속적인 직원들의 ‘교육’을 통해 일선의 직원들이 각자 맡은 분야의 전문가가 될 수 있도록 보탬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는 고객들이 스스로 만족해 찾아오는 회사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신 사장은 오랜 기간 증권업에 몸을 담은 경험을 바탕으로 나중에 금융관련 교육프로그램을 만들고 싶다는 뜻을 내비췄다. 그는 “금융 관련 교육프로그램을 만들고 싶다”며 “꼭 내가 근무하는 IBK투자증권 뿐 아니라 학교나 일반인들에게 금융 지식을 높일 수 있는 기반을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손수용 기자/
gre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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