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배문숙 기자]메르스 사태로 대한민국의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 현주소가 있는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정부의 설익은 정책과 미숙한 대응, 의료체계의 저급성, 소통부재로 인한 사회적 혼란 등 총체적 난맥상이 세월호 참사 못지 않게 여지 없이 드러나고 말았다. 사회적 자본의 근간인 ‘신뢰’가 무너지면서 불신을 키우고 혼란이 가중되는 상황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의료 시스템을 갖췄다고 자평해온 한국은 불과 한 달도 안 되는 기간에 확진 환자 수 150명(15일 오전 기준) 발생으로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메르스 2위 발병국이라는 불명예를 떠안게 됐다. 환자 수가 급증하자 일각에서는 ‘메르스’(MERS) 대신 ‘한국 호흡기증후군’을 의미하는 ‘코르스’(KORS)로 바꿔야 한다는 지적까지 제기되는 마당이다. 중동을 의미하는 (Middle East) 대신 코리아(KO)를 대입한 것이다. 실제로 메르스 사태는 이번 주가 고비라지만 진정 기미는커녕 확산 추세다. 15일 현재 격리자는 5300명에 육박하고 확진자와 사망자 역시 갈수록 늘곻 있는 상황이다.
정부가 지난해 4월 발생한 세월호 참사의 판박이처럼 초동 대처를 실패한 결과, 메르스 쇼크가 국가적 재난까지 이르게 된 형국이다. 세계보건기구(WHO)와 국내 보건의료 전문가들이 함께 활동한 ‘한국-WHO 메르스 합동평가단’조차 “신속한 정보공개가 늦은 것은 방역 정책의 실패를 불러왔다”고 지적했다.
합동평가단은 정보공개가 늦어진 문제 이외에도 ‘위기관리 거버넌스 미확립으로 인한 혼란’과 ‘질병 예측 실패로 인한 지방자치단체의 자원 동원 실패’ 등도 초기 대응 주요 문제점으로 꼽았다.
합동평가단은 국제적인 차원의 의사소통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국내 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에 대한 정보 공개 등이 미흡했다는 지적이다.
정부의 소통부재로 인해 SNS에서는 괴담과 유언비어가 떠돌았고 국민들의 메르스 공포가 극심해지는 사태로 번졌다.
결국, 정부는 최근에야 발생, 경유 병원 명단을 공개하고 병원 간 의심환자 조회 시스템을 구축했지만 ‘뒷북 대응’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또 리더십 부재속에서 컨트롤타워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것도 메르스 사태를 가중시킨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컨트롤타워 논란 끝에 출범한 ‘범정부 메르스 일일점검회의’가 사태 발생 20여일이 지난 8일부터 운영되고 있지만 총리실과 기재부, 보건복지부 간 역할 분담 등 허술한 구석이 나오고 있다.
메르스 컨트롤타워에서 총리실은 보이지 않고 기재부 역할이 커지고 있다는 점도 문제의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외견상 대응 주체가 복지부 중심에서 총리실로 격상됐지만 메르스 대책 마련은 최 총리대행 친정인 기재부 인력을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다. 총리실이 황교안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 준비에 집중하고, 복지부는 방역대책 실무를 맡는 사이 기재부 역할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공식적인 메르스 관련 기구는 범정부 메르스대책지원본부,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 중앙대책본부 산하 민관 종합대응 TF, 청와대의 민간 전문가들만 따로 모은 ‘즉각 대응팀’ 등 4곳이나 운영되고 있다. 이들의 직제도 복잡할 뿐만 아니라 업무 기능과 권한이 중복돼 컨트롤타워 혼선만 가중되고 있는 형국이다.
osky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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