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하류에서 발생한 녹조가 불과 열흘만에 한강 상수원 턱밑까지 확산되면서 1000만 서울 시민의 식수 안전까지 위협받고 있다. 마른 장마에 기대했던 태풍마저 한강을 비켜갈 것으로 예상돼 ‘기우제’라도 지내야할 판이다.

한강 녹조의 근본 원인은 가뭄이다. 오랫동안 비가 내리지 않으면서 팔당댐에서 방류하는 물이 줄어 하류로 갈수록 물 흐름이 약해지고 기온마저 오르면서 조류가 번식하기 쉬운 환경을 조성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하늘만 바라볼 수 없는 일. 풍부한 물이 없다면 물의 흐름만 원활하게 유지시켜도 조류 번식을 억제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한강 녹조의 진원지인 ‘신곡수중보’의 철거 주장도 여기서 나온다.

8일 관계당국의 말을 종합하면 신곡수중보를 철거하지 못하는 이유는 크게 4가지다. 신곡보를 관리하는 국토교통부는 신곡보가 설치된지 10년이 넘어 새로운 생태계가 조성된 만큼 보를 철거할 경우 또다른 생태계 교란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신곡보는 지난 2002년 서울시가 설치해 국토부에 기부채납했다. 당초 목적은 한강 개발과 유람선 운항을 위한 것이었지만 현 시점에선 취지가 많이 퇴색됐다는 게 서울시의 평가다.

국토부의 주장대로 생태 측면에서 보면 신곡보로 형성된 새로운 생태계가 오히려 조류의 번식을 유발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달 27일 물고기가 집단 폐사한 곳도 신곡보와 행주대교 구간이다.

반면에 물의 흐름이 되살아나는 신곡보 하류에는 녹조 현상이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 관계자는 “앞으로는 한강의 자연성을 회복하는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신곡보를 철거할 수 없는 이유에는 ‘국방 논리’도 동원됐다. 신곡보가 없으면 수위가 높아 북한 잠수정이 임진강을 통해 한강 하구로 침투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강 하구는 군사시설로 일반인은 물론 공무원의 접근도 금지돼 있다.

그러나 한강 하구 철책도 제거하는 마당에 잠수정 침투는 시대 착오적인 주장이라는 반박이 많다. 특히 신곡보 설치 이후 유속이 느려져 10년 넘게 퇴적층이 형성돼 현실적으로 잠수정을 띄우기 힘들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실패한 관광자원인 ‘경인 아라뱃길’을 활성화하기 위해 신곡보가 활용된다. 아라뱃길의 수질관리와 유람선 운항을 위해 한강 물이 유입되는데 신곡보의 수위차로 자연스러운 물의 흐름을 유도한다. 신곡보가 없으면 비용을 들여 별도의 펌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하지만 당초 아라뱃길에는 한강 물을 공급할 계획이 없었다. 아라뱃길 조성 이후 수질이 나빠져 급하게 한강 물을 끌어다 쓰게 된 것이다. 신곡보 설치 목적과 어긋난다.

아울러 서울 여의도까지 운항하는 아라뱃길 유람선의 뱃길 수위를 유지하는데도 신곡보가 역할을 한다. 현재 여의도 운항코스는 이용하는 관광객이 거의 없어 비정기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경제성을 따지면 신곡보를 철거해야 한다는 게 환경단체의 주장이다.

이 밖에 경기 고양시와 김포시에 농업용수를 공급하기 위해 신곡보가 필요하다고 국토부는 주장하지만 이 역시 펌프 등을 동원하면 쉽게 해결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최진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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