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슈퍼리치섹션 윤현종ㆍ김현일 기자] 2013년 11월, 그동안 베일에 가려졌던 새 리조트가 몰디브에 문을 열었다. 인기 휴양지인 몰디브에 리조트 하나쯤 들어서는 건 당연한 일이지만 이날은 좀 달랐다. 정확히 말하면 그 리조트의 주인이 특별했다. 바로 명품업계 세계 1위인 LVMH가 만든 리조트였기 때문이다. 베르나르 아르노(Bernard Arnault) 회장이 ‘슈발 블랑(Cheval Blanc)’이라는 브랜드로 지난 2010년 리조트 사업 진출을 공식 선언한 지 3년 만에 선보인 첫 ‘작품’이었다. 수려한 해변 풍광 속에서 사생활을 보호받으며 수상 스포츠 시설과 스파, 경비행기, 크루즈 등을 이용할 수 있는 호화 리조트다. 1박 요금은 최소 1900달러다.
패션 브랜드 ‘루이비통’과 주류 브랜드 ‘모에샹동’으로 이미 럭셔리 산업에서 독보적인 영역을 구축한 아르노 회장은 새로운 먹거리로 호텔ㆍ리조트 사업을 택했다. 이는 LVMH가 그동안 지켜온 럭셔리 브랜드로서 이미지를 한층 강화하고 새로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전환점으로 평가된다.
지난 2006년부터 LVMH가 시범적으로 운영해온 프랑스 쿠쉬빌의 스키 리조트가 그 예다. 투숙객들은 리조트에서 루이비통(Louis Vuitton)과 디올(Dior)제품을 쇼핑하고, 지방시(Givenchy) 스파까지 체험할 수 있다. 모두 LVMH가 보유한 명품 브랜드다. LVMH는 패션, 화장품 외에도 ‘태그 호이어(Tag Heuer)’, ‘위블로(Hublot)’ 등 고급 시계 브랜드와 ‘불가리(Bulgari)’, ‘드 비어스(De Beers)’ 같은 귀금속 브랜드까지 거느리고 있다. 몰디브에 이어 이집트와 오만에 건설 중인 고급 리조트에도 자사 명품 브랜드들을 입점시킬 계획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아르노 회장의 머릿속엔 고급 리조트 사업으로 호화 휴양서비스는 물론 자사 명품들까지 한꺼번에 제공해 럭셔리 이미지를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이 숨어 있다. 그는 377억달러(한화 약 42조6000억원) 자산으로, 포브스 세계부호 순위 13위에 올라 있는 명품업계 거부다.
아르노 회장 외에도 최근 리조트 사업에 진출한 명품 부호들이 줄을 잇는다.
이탈리아패션 디자이너 조르지오 아르마니(Giorgio Armani)도 일찍이 리조트 사업에 관심을 보였다. 30년간 패션 사업으로 부를 일군 아르마니는 70세 나이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그는 지난 2005년 자신의 이름을 걸고 7개 럭셔리 호텔과 3개 리조트를 전 세계 주요 도시에 짓겠다고 선언했다.
그로부터 5년 후인 2010년 두바이의 버즈 칼리파에 ‘아르마니 호텔’이 처음 문을 열었다. 인테리어 디자인은 아르마니가 직접 총괄했고, 객실 가구도 ‘아르마니 까사(Armani Casa)’ 제품들로 채웠다. 이어 이탈리아 밀라노에 2호점이 개장했다. 아르마니는 모든 호텔에서 아르마니 전문점을 운영해 수익을 극대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76억달러(약 8조6000억원)의 자산을 보유한 아르마니는 이탈리아에서 다섯번째 부자다.
아르마니가 호텔사업에 뛰어든 데엔 이탈리아의 또 다른 럭셔리 브랜드 ‘베르사체(Versace)’가 중요한 계기를 제공했다. 창업자 지아니 베르사체(Gianni Versace)는 1997년 사망하기 직전 호주의 부동산개발업체 선랜드그룹과 손잡고 명품업체 중 가장 먼저 호텔ㆍ리조트 사업에 나섰다. 그 결과 2000년 ‘베르사체 궁전’이라는 뜻의 ‘팔라초 베르사체(Palazzo Versace) 리조트’를 호주 골드코스트에 선보였다. 200여개의 객실과 90척의 요트를 정박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2012년 중국 동룬(Dongrun)그룹 등 2개 기업으로 이뤄진 컨소시엄에 6850만 호주달러(약 580억원)를 받고 매각했다. 현재 베르사체의 최대주주는 창업자의 조카 알레그라 베르사체(Allegra Versace)다. 자산은 8억달러(약 9000억원)로 추정된다.
샤넬의 수석 디자이너 칼 라거펠트(Karl Lagerfeld)도 마카오의 카지노기업 SJM홀딩스와 손잡고 호텔 디자인에 나섰다. 그가 직접 디자인한 20층짜리 호텔이 2017년 개장을 목표로 현재 건설 중이다.
이처럼 명품업계 부호들은 이전까지는 럭셔리한 ‘물건’만을 팔아왔다면 이젠 호화 휴양서비스가 추가된 럭셔리한 ‘경험’까지 팔며 브랜드를 확장하고 있다.
이외에도 다른 사업에서 벌어들인 돈을 리조트 건설에 쏟아부으며 호화 휴양서비스에 공들이는 억만장자들이 최근 늘어나고 있다.
에너지 음료 레드불(RedBull)의 공동 창업자인 디트리히 마테쉬츠(Dietrich Mateschitz)는 2003년 피지 북부에 있는 1400만㎡(약 420만평) 규모의 섬 라우쌀라(Laucala)를 사들여 리조트를 세웠다. 2008년 오픈한 이 리조트는 피지 최초의 7성급 리조트로, 1박 요금이 4600달러에서 시작한다.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전망 좋은 방은 1박에 4만4000달러다. 사실상 마테쉬츠 본인과 같은 부호들만 이용할 수 있는 초호화 리조트다. 마테쉬츠도 1년 중 한 달은 이곳에서 지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자산이 119억달러(약 13조4500억원)로 오스트리아 최고 부호다.
호주의 카지노 억만장자 제임스 파커(James Packer)는 아버지 사망 후 가문 대대로 해온 미디어 사업을 정리하고 리조트 사업에 주력하고 있다. 그의 아버지 역시 죽기 전까지 65억달러의 자산을 가진 부호였다. 파커가 회장으로 있는 크라운그룹은 호주 멜버른과 퍼스, 필리핀 마닐라에 리조트를 갖고 있으며 마카오에도 두 개의 카지노 리조트를 세웠다. 앞으로 시드니와 브리즈번, 미국 라스베이거스 그리고 마카오에 카지노 리조트를 하나씩 더 추가로 지을 계획이다. 파커의 현재 자산은 46억달러(약 5조2000억원)다.
미국 최초의 흑인 여성 억만장자 셰일라 존슨(Sheila Johnson)도 자산 목록이 화려하다. ‘블랙 엔터테인먼트 텔레비전(BET)’이라는 케이블 채널 공동 창업자인 셰일라는 자산이 7억달러(약 8000억원)로 감소했지만 ‘살라만더 호텔앤리조트’를 비롯해 플로리다와 사우스캐롤라이나에 호화 골프리조트를 갖고 있다. 특히 플로리다의 이니스브룩 리조트는 매년 미 프로골프(PGA) 투어 경기가 열리는 곳이기도 하다.
이러한 억만장자들의 고급 리조트 건설 붐은 거꾸로 또 다른 부호들에게 최적의 휴양지를 제공하는 기회가 되고 있다. 남들 눈에 띄지 않게, 조용히 휴양을 즐기고자 하는 슈퍼리치들은 물론 최고 수준의 경호를 필요로 하는 각국의 왕실 가족들과 유력 정치인들에겐 프라이버시가 보장되는 럭셔리 리조트가 더없이 좋은 휴양시설이기 때문이다.
joz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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