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슈퍼리치섹션 성연진ㆍ윤현종ㆍ 김현일 기자] “우리는 인터넷의 위력을 아직 깨닫지 못하고 있다. 오늘은 그저 거대한 미래의 첫날(Day1)이다”
미국 시애틀에 위치한 아마존의 건물 로비에는 창업자 제프 베조스의 이 같은 어록이 쓰여져있다. 그의 말대로 올해 초만 해도 아마존닷컴이 전 세계 8000개 매장을 가진 글로벌 1위 유통업체 월마트를 이기리라는 것을 예상한 이는 없었다. 그 누구도 베조스가 월마트의 월튼 패밀리를 제치고 세계에서 6번째로 돈이 많은 부호가 될 것을 확신하지 못했다.
그러나 베조스는 지난달 23일 전 분기 9200만 달러의 순이익을 발표하며 주가를 17%나 끌어올렸다. 시가총액은 사상 처음 월마트를 앞섰다. 아마존 지분 19% 가까이 보유한 베조스의 순 자산도 단박에 100억 달러가 뛰었다. 우리 돈 10조가 넘는 규모가 삽시에 불어난 셈이다. 이에 따라 연초 348억이던 그의 자산은 465억으로 증가했다. 베조스의 ‘거대한 미래의 첫날’은 이제 시작인 셈이다.
글로벌 부호 순위가 올들어 급변하고 있다. 연초와 비교해보면 반년 새 10위권 내 진입자가 둘이나 늘었다. 월마트의 월튼 일가가 10위권 밖으로 물러난 대신, 제프 베조스 아마존 창업자와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창업자가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10인에 이름을 올렸다.
자라의 창업자 아만시오 오르테가 회장이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과 카를로스 슬림 텔맥스 텔레콤 회장을 잇따라 제치고 세계 2위 부호가 된 것도 눈에 띈다.
글로벌 톱 10 부호 순위를 뒤흔든 이들 3인은 나이도 비즈니스 영역도 다르지만, 큰 공통점이 있다. 이들이 창업한 아마존과 자라, 페이스북이 각 영역에서 앞서 성공한 경쟁사보다 더 빠른 ‘속도’를 내걸며 시스템을 바꾼 ‘파괴자들’이란 점이다.
특히 자라는 패션 회사가 아닌 유통 혁명 회사라 불릴 정도로 혁신적인 시스템을 자랑한다. 1975년 아만시오 오르테가가 창업한 이 회사는 종전 재고 처리에 골머리를 앓던 의류 회사의 단점을 획기적으로 극복하는 2주 생산 체제를 이어나가고 있다. 14일마다 디자인을 바꿔 유통하는 이 시스템은 오늘날 ‘패스트패션’의 유행을 불러왔고 아만시오 오르테가를 세계 2위 부호로 올려놨다.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변화‘를 대하는 그의 말과 행동이다. 1936년생, 한국 나이로 여든인 오르테가를 살펴보면, ‘혁신’은 이삼십대 IT 창업자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란 것을 알 수 있다.
백발의 오르테가는 최근 자라의 최대 라이벌로 3D 프린터를 뽑았다. 소비자들이 디자인 후 원하는 소재로 빠른 시간 내 의류 제조를 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시장이 어디로 가는지 얼마나 면밀히 살펴보고 고민하는 지를 보여주는 대답이다. 그는 아직도 스페인의 자라 본사에 출근하면 직원들과 점심을 함께 한다.
오프라인 ‘인맥’의 개념을 온라인으로 확장한 페이스북은 역시 종전 온라인 커뮤니티와 다른 방식을 성공을 거둔 곳이다. 페이스북은 스무살 하버드대생이 만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사용자의 지속적 확대로 주목을 받아왔다. 그러나 저커버그 CEO의 가장 놀라운 점은 그가 성공할수록 종전 방식을 과감히 부수고 보완하며 더 높은 성장을 갈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창업 11년만에 전세계 12억명 이상, 인류의 5명 중 1명이 사용하는 거대 플랫폼으로 성장한 페이스북이 결점을 고쳐나간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저커버그는 늘 변화를 꾀하고 있다. 실제 페이스북 본사가 위치한 캘리포니아에는 ‘신속하게 움직이고 깨버려라(Move Fast And Break Things)’ 고 적힌 포스터가 붙어있다.
저커버그는 페이스북 이탈자들이 늘자, 2012년 4월 전격적으로 10억 달러를 들여 인스타그램을 인수했다. 현재 인스타그램은 3억 명의 유저가 사용하는 SNS로 성장하고 있다. 최근에는 페이스북에서 채팅 기능을 쓸 때 홈페이지에서 두번 들어가야하는 단점을 보안해 ‘메신저’를 독립 어플리케이션으로 개발하기도 했다. 처음 출발할 당시에는 이름과 소속을 밝혀 지연과 학연 등 인맥을 활용했으나, 온라인 커뮤니티의 특성을 살려 익명 로그인을 허용한 것도 큰 변화다.
페이스북의 끊임없는 변화로 늘어난 것은 광고 수익이다. 때문에 시장도 투자자도 페이스북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해외 경제 매체들은 저커버그를 베조스와 견줄 IT 부호로 거론되고 있다. 아마존에서 베조스가 19%도 안되는 지분을 갖고 있는 것과 달리, 저커버그는 페이스북 지분 24%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마존과 페이스북의 주가가 함께 오른다면 저커버그가 베조스를 제칠 것이란 예상이 가능하다.
그러나 저커버그의 성장세를 베조스가 그저 지켜보고만 있을 리 없다. 베조스는 최근 아마존닷컴의 ‘배송시간 제로(0)’를 위한 각종 아이디어를 냈다. 아이디어 중 하나는 미국 특허청에 특허 출원을 하기까지 했다. 3D프린터로 고객이 원하는 상품을 그 자리에서 만들어주는 배송시간 절감 아이디어다. 이 밖에 차에서 내리지 않고 미리 주문한 상품을 수령하는 ‘드라이브 스루’(Drive-Through) , 물류창고에서 30분 이내 거리는 소형 드론으로 물건을 배달하는 서비스 등 아마존은 배송시간을 줄일 아이디어를 동시다발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모든 사업은 자꾸자꾸 젊어져야 한다’는 제프 베조스. 여든의 나이에도 여전히 새로운 경쟁자(3D프린터)를 염두에 두는 아만시오 오르테가. 그리고 세계 1위 SNS지만 변화를 거듭하고 있는 마크 저커버그. 부호 순위를 뒤바꾼 이들의 생각은 그야말로 한계를 깨부수고 있다.
yjsu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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