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박혜림 기자] 서울 강남경찰서는 땅 주인 몰래 은행에서 수십억원을 대출받으려 한 혐의(사기미수)로 박모(58) 씨와 황모(53) 씨를 구속하고 간암 말기환자 박모(60) 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11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박 씨 등은 지난 5월부터 최근까지 부동산 등기에 땅 주인의 이름과 주소만 기재돼 있는 땅만 골라 땅 주인의 이름으로 개명, 자신들이 땅 주인인 것처럼 행세하며 금융기관에 토지를 담보로 40억원을 대출받으려던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박 씨 일당은 1984년 7월 1일 이전까지는 부동산 등기 신청시 주민등록 입력이 의무화되지 않은 사실에 착안, 일부러 땅 주인의 이름과 주소 외에 생년월일이 기재돼 있지 않은 땅만을 노려 이같은 범행을 저지르려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에 체포된 박 씨와 황 씨는 총책으로부터 지시를 받고 서류 및 자금을 전달하는 일종의 ‘바람막이’ 역할로, 전체 조직을 총괄하는 ‘총책’의 지시를 받고 사기 행각을 벌였다.
박 씨 등은 땅 주인과 성(性)이 같은 간암 말기환자 박 씨를 섭외한 뒤 박 씨의 이름을 땅 주인과 동일하게 개명하도록 한 것은 물론, 박 씨의 주민등록초본 주소 내역에 땅 주인 주소를 위조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특히 경찰에 검거되더라도 사기 범행에 대한 책임을 박 씨에게 전가하기 위해 일부러 시한부 환자인 박 씨를 섭외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들 일당은 범행을 알아차린 경찰이 해당 은행에 이 사실을 알리며 사기 대출에 실패했다.
이후 박 씨와 황 씨는 시한부 박 씨 대신 또 다른 70대 노인을 섭외해 같은 수법으로 경기도 안양의 한 은행에서 대출 사기 범행을 벌이려고 했지만, 이 노인이 약속된 금액보다 더 많은 돈을 요구하며 다시금 범행을 실패했다.
경찰은 지난 2일 세 번째 대출 사기를 시도하려던 박 씨 등을 잠복 끝에 현장에서 체포했다.
경찰은 박 씨 등에게 지시를 내린 총책의 뒤를 쫓는 한편, 최근 천안시 일대에 동일수법으로 토지담보 대출 사기 범행이 연이어 발생함에 따라 이번 사건과의 연관성 등을 수사 중이다.
r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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