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남북 군사적 긴장이 고위급 접촉으로 일단락된 직후 박근혜 대통령은 새누리당 의원들과 가진 오찬에서 모처럼 밝은 표정을 지으며 농담을 던졌다. 화기애애한 분위기속에 현장은 웃음바다가 되었다는 후문이다.
대통령을 연구하는 대통령학에서도 대통령에게 유머가 중요하다고 강조할 만큼 유머가 소통에 필요한 시대이다.
자신을 깎아내리는 유머 스타일로 망가지는 것조차 두려워하지 않는 미국 오바마 대통령은 유머를 적극 활용하는 대표적인 대통령이다. 평소 코미디 프로그램을 찬양하는 오바마 대통령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국민과의 소통 수단으로 유머를 사용하고 있다.
반면 박근혜 대통령은 공식자리에서 고전 · 썰렁시리즈 유머를 새롭게 활용해 웃음을 자아내는 스타일이다.
박 대통령은 무거운 주제로 분위기가 엄숙해지면 자연스럽게 알고있던 유머를 소개하며 분위기를 바꾼다.
지난 26일 청와대에서 진행된 오찬자리에서 박 대통령은 한때 유행했던 ‘부시맨 시리즈’를 소개했다.
박 대통령은 “개그맨이라는 게 상당히 노력이 필요하더라”며 과거 개그맨 최양락 씨가 ‘미국의 부시 대통령을 만났는데, 부시맨이 아니더라’라고 했다는 ‘썰렁 개그’ 한 토막을 소개했고, 이에 새누리당 의원들이 박장대소했다고 한 참석자는 전했다.
앞서 지난 7월 제헌절 때 헌정회 임원진 20여명을 청와대로 초청한 오찬자리에서는 “개미와 코끼리가 결혼한 첫날밤에 코끼리가 개미 귀에 대고 뭐라 속삭이자 개미가 졸도를 했어요. 그 속삭인 말은 ‘나 같은 아들 하나 낳아줘’였답니다.”라고 박 대통령이 유머를 소개해 좌중의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박 대통령의 ‘고전’ 유머 활용은 이미 여러차례 언론에 보도되며 알려졌다.
2010년 9월14일 당 소속 여성 국회의원들과 오찬을 함께 하면서 박 대통령은 서먹해 하는 진 장관이 충청도 출신이라는 점을 언급하면서 “충청도 사람들이 말이 길고 느리지만 짧게도 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남성이 여성에게 춤을 추자고 할 때는 ‘출껴’라고 한다”라고 말해 분위기를 금세 화기애애하게 바꿨다.
2011년 1월 자신의 지역구인 대구 달성군 화원읍 노인회관에서도 자리가 어수선해지자 박 대통령은 “분위기가 어두운데 웃을 수 있는 얘기 해 드릴게요”라며 ‘지하철 안 경상도 학생들의 사투리 유머’를 소개했다.
참석자 대부분이 한번쯤은 이미 들어본 내용이었지만 모두가 웃음을 터트리며 긴장을 풀었다.
또한 박 대통령은 ‘날아라 슈퍼보드’의 사오정 캐릭터 모형을 관람하면서 “‘사오정 시리즈’ 중에 기억나는 게, 사오정이 잘 안보이니까 눈이 나빠서, 선생님이 ‘너 왜 그래? 눈이 얼마야?’ 이러니까 ‘제 눈 파는게 아닌데요’라고 했다더라”라며 사오정 시리즈를 소개하기도 했으며 “식인종이 사람을 잡아와서 다리를 물었는데 너무 맛이 없었다. 알고 보니 의족(義足)이었다”고 식인종 시리즈를 활용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국회에서 시정연설을 한 후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를 비롯해 여야 지도부와 티타임을 가지면서 “외국처럼 여야 정치인들이 유머를 해가면서, 웃으면서 일했으면 좋겠다”고 말한 적이 있다.
박 대통령과 스타일은 다르지만 유머를 사랑하는 오바마 대통령은 2013년 4월 지난 27일(현지시각) 열린 백악관 출입기자단 연례만찬에서 자신을 깎아내리는 유머로 재치있는 입담을 쏟아냈다.
당시 그를 둘러싼 ‘오바마 무슬림설(設)’에 대해서도 “거울을 보면 ‘아, 내가 더는 예전의 그 건장한 무슬림 사회주의자가 아니구나’라고 인정할 수밖에 없습니다.”며 웃음소재로 넘겨버렸다.
또한 일부 패션 비평가들에게 ‘혹평’을 받은 미셸 오바마 여사의 뱅 스타일(앞머리를 가지런히 늘어뜨린 모습) 앞머리와 오바마 대통령 얼굴이 합성된 사진을 공개하며 스스로 망가지는 에피소드를 만들기도 했다.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 소장 지난 6월 종합편성채널 JTBC ‘썰전’에서 오바마 대통령의 코믹 영상을 언급하면서 “미국은 권위와 권위주의를 구분할 줄 안다”라며 “ 유머 감각이란 게 기본적으로 내가 망가질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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