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정된 급여ㆍ경력법관 임용 지름길…로스쿨 상위권 학생들 선호 뚜렷
[헤럴드경제=함영훈ㆍ양대근ㆍ김진원 기자] “관대한 처분을 바랍니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국선변호인의 별칭은 ‘앵무새’였다.
낮은 기본보수와 열악한 환경, 세간의 관심부족 등으로 법정에서 별다른 변호 노력 없이 ‘선처를 바란다’는 형식적 말만 되풀이했기 때문이다.
법조계 내부에서도 수임이 별로 없는 가난한 변호사들이 ‘호구지책(糊口之策)’으로 하는 일이란 인식이 강했다.
하지만 15년이 지난 지금 국선 변호사에 대한 인식은 완전히 달라졌다.
‘소수의견’, ‘너의 목소리가 들려’(너목들)처럼 영화나 드라마 속 주인공으로 국선변호사가 등장하는가 하면, 실제 재판에서 불리한 정황을 뒤집고 피고인의 무죄 판결을 이끌어낸 ‘실력자’들의 활약상도 심심찮게 들을 수 있게 됐다.
국선전담변호사가 되기 위한 경쟁도 치열해졌다.
사법연수원생은 물론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상위권 학생들까지 매년 10대 1의 경쟁률을 감수해야 한다.
여기에 매월 600만~800만원의 안정된 급여와 높아진 경력법관 임용 가능성으로 국선변호사의 위상은 한층 높아졌다.
이쯤되자 국선변호인은 더이상 법조계 변방이 아닌, ‘신(新) 엘리트’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실제로 대법원에 따르면 올해 초 38명의 국선전담변호사 선발 과정에서 349명의 지원자가 몰린 것으로 조사됐다. 경쟁률은 9.2대 1에 달했다.
2004년부터 실시된 국선전담변호사 제도는 기존 국선변호인 제도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도입됐다.
2007년 경쟁률은 1.9대 1에 불과했다. 하지만 로스쿨 제도 도입과 법조계 불황이 맞물리면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경력법관 임용에서도 이들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지난 7월 사상 처음으로 임용된 로스쿨 출신 경력법관 37명 가운데, 일반 법무법인 출신이 14명(38%)으로 가장 많았고, 국선전담변호사 출신이 7명(19%)으로 뒤를 이었다.
해마다 2000명의 변호사가 배출되고 지난해 10대 대형 로펌에서 로스쿨 변호사 200여명을 신규 채용한 점 등을 감안하면, 국선전담변호사가 일반 변호사보다 판사가 될 확률이 크게 높은 셈이다.
로스쿨 학생들에게도 국선전담변호인은 ‘선망의 대상’으로 손꼽힌다.
지방소재 국립 로스쿨에 재학중인 박모(32)씨는 “상위권 학생들 중에는 처음부터 로클럭이나 국선전담변호사를 염두하고 공부하는 이들이 많다”며 “재학생들도 국선전담변호사가 되면 판사가 되는 데 훨씬 유리하다는 인식이 강하다”고 밝혔다.
법원이 올해 새로 채용한 국선전담변호사들 가운데 절반가량인 18명을 로클럭 출신으로 채운 것으로 조사되면서 ‘우수 인재들을 미리 관리하기 위한 방책으로 활용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도 적지 않다.
여기에 법조계 일각에서 국선전담변호사를 두고 ‘민사 못하는 반쪽 법률가’라는 인식이 남아있고, 최근 수임료 연체 사태처럼 일반 국선변호사들이 상대적으로 열악한 처우를 받는 점도 여전한 개선 과제로 꼽힌다.
bigroo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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