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박세환 기자] 국내 증시는 8월 이후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듯 대내외 악재 속에서 요동을 치고 있다. 특히 외국인 투자자들이 지난달 5일 이후 9월8일까지 24거래일 연속 주식 순매도세(역대 2위 기록)를 나타내면서 증시 수급의 한 축이 무너지고 있다.

암울해진 국내 주식시장에서 투신권과 연기금이 구원투수로 나서고 있다. 특히 투신권은 환매 압박 속에서도 지수 반등시 주도주가 될 수 있는 종목을 저가에 매입하고 있고 연기금은 1~2년 뒤를 내다보는 장기투자 형태를 취해 개인 투자자들이 참고할만한 좋은 지표가 되고 있다.

▶투신ㆍ연기금 국내 수급 ‘구원투수’ 등판=외국인 자금 이탈 등 국내 증시의 수급이 무너질 때면 어김없이 연기금은 주식 순매수세를 나타내며 구원투수를 자처하고 나섰다. 투신권 역시 펀드 환매 물량 소화에도 꾸준히 주식을 사들여 관심을 모은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투신권과 연기금은 8월 이후 9월8일까지 각각 1조6438억원, 1조1178억원어치이 주식을 사들이며 기관 전체(2조86993억원) 순매수를 이끌고 있다. 외국인은 이 기간동안 5조원에 육박하는 주식을 내던지고 떠나고 있다.

투신권과 연기금이 적극적으로 주식 매수에 나선 것은 국내 증시가 과도하게 저평가돼 있다는 판단에서다. 2분기 말 보통주 기준 코스피의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는 1900선으로 추정되는데, 금융위기 이후 지난 7년간 코스피가 PBR 1배를 의미 있게 밑돈 적은 지난 8월의 폭락장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자산운용사의 한 관계자는 “국내 증시가 PBR 1배 수준 이하에서는 충분히 가격 메리트가 있다”며 “중국ㆍ미국발 악재에도 최근 국내 증시의 하락세는 과도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투신ㆍ연기금, 현대ㆍ기아차 집중 매수…소비재도 눈길=투신권과 연기금의 주식순매수세는 대형주에 집중되고 있다. 특히 현대ㆍ기아차가 순매수 상위를 차지해 눈길을 끌고 있다.

투신권은 8월이후 기아차와 현대차 주식을 각각 1058억원, 792억원어치 각각 순매수했다. 연기금도 현대차와 기아차 주식을 각각 2570억원, 1888억원어치 사들이고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단기 변동성이 확대되는 국면에서 환율 변수가 매우 중요해졌다”며 “자동차 업종의 투자 비중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투신권과 연기금은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 아모레G, 롯데쇼핑, 한샘, 롯데제과, 신세계 등 소비재 종목을 대거 사들이고 있다.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여파가 한풀 꺾였던 중국 수요가 최근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다는 판단이다. 손효주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경기 둔화 우려에도 화장품주는 3분기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며 “국내 화장품 수출이 꾸준히 늘고 있는 등 한국산 제품에 대한 수요는 여전히 높다”고 말했다.

또 NH투자증권은 불황으로 ‘저가(low-end)’ 시장이 커지고 있다며 음식료와 화장품 관련 테마주에 주목할 것을 권고했다. 일본 사례를 참고하면 불황기 소비 패턴은 저가로 빠르게 전환되고 일류 브랜드 기업들이 저가 시장을 확대하는 경향이 한국에서도 반복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국희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음식료 등 생필품 영역에서 ‘하위 80%’를 위한 가격 혁명이 장기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한국 소비자들 형편이 급격히 개선되지 않는다면 대부분 영역에서 ‘싼 것’들이 프리미엄을 압도하는 시대가 장기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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