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러시아가 오는 14일(현지시간) 크림반도 사태를 놓고 런던에서 ‘끝장 담판’을 벌인다. 16일 크림공화국의 러시아 귀속 주민투표를 이틀 앞두고 벌이는 서방과 러시아간의 최후 교섭인 셈이다. 이번 협상은 우크라이나 사태가 평화적 해결의 돌파구를 찾을지, 신냉전의 나락으로 떨어질지 결정하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런던 담판이 실패로 돌아갈 경우 그동안 미온적 태도를 보였던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강경 대응으로 급선회할 것이란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먹구름 낀 ‘런던’=런던 회담의 ‘맞수’는 존 케리 미 국무장관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다.
케리 장관은 12일 하원 세출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세르게이 장관을 만나라고 지시했다”며 “라브로프 장관에게 특정 선택지를 제시하고 그를 통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게 우크라이나 긴장을 완화할 방안을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할 일은 우크라이나 국민과 국제법, 또 모두의 이해관계를 존중하기 위해 적절한 선택방안을 제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케리 장관은 러시아에 러시아군을 철수하고 국제감시단을 설치하는 등 외교적 해결 방안을 제안한 바 있다.
그러나 미국의 중재 노력이 성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케리 장관과 라브로프 장관은 11일에도 전화 대화를 가졌으나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러시아 외교부는 “크림반도가 국제법에 따라 자신들의 운명을 독립적으로 결정할 권한을 존중해야 한다”며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그렇다고 외교적 해결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미국과 러시아가 평행선을 달리는 동안, 유럽과 러시아가 물밑 접촉을 통해 외교적 해결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는 것이 그나마 희망을 주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12일 프랑스와 스위스 대통령과 잇단 전화통화를 갖고 서방과의 대화를 이어갔다. 특히 푸틴은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의장인 스위스 디디에르 부르크할터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한 다음 우크라이나의 긴장을 풀기 위한 OSCE 역할에 대해 논의했다.
▶오바마 “러, 대가 치를 것”=‘런던 담판’은 미국과 서방의 향후 노선을 결정할 바로미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외교적 해결이 실패로 돌아가고 16일 크림반도 주민이 러시아 귀속을 결정할 경우, 미국과 서방은 러시아에 강경 제재를 예고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12일 오후 백악관에서 아르세니 야체뉵 우크라이나 총리와 회동하고 “러시아는 다른 길을 가라. 그렇지 않으면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다”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같은날 미국 상원 외교위원회도 러시아 제재안을 통과시켜 오바마의 강경 대응에 힘을 실었다.
이런 가운데 미 에너지부가 전략비축유(SPR) 500만배럴을 깜짝 방출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백악관은 이번 방출을 크림 위기와 연결짓지 않았지만,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번 방출이 1990년 이라크가 쿠웨이트를 침공한 이후 첫 테스트”라면서 “미국이 우크라이나 위기의 결과로서 에너지 시장 교란에 대한 대응 능력을 강조한 움직임”이라고 분석했다.
소시에테제네랄 국제원유 리서치 대표인 마이클 휘트너는 FT에 “미국의 전략비축유 방출은 24년만에 처음”이라며 “이 시점에서 비축유를 방출한 것은 러시아를 향한 경고성 화살”이라고 평가했다.
서방의 직접 개입 명분도 갖춰지고 있다. 우크라이나 의회는 11일 ‘영토 통합성’ 유지를 위해 미국과 영국 등에 군사 지원을 요청했다. 실제로 다음날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ㆍNATO)는 우크라이나 접경지에 정찰기를 배치하는 등 병력을 강화했다.
서방의 러시아 재제 움직임은 이번주가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우크라이나 사태에 진전이 없으면 유럽연합(EU)이 내주 중 2차 제재를 단행하고, 20일에는 EU 정상들이 모여 대책을 모색한다고 밝혔다.
주요 7개국(G7)과 유럽연합(EU) 지도자들도 성명을 내고 “러시아에 대해 우크라이나 법과 국제법에 위반되는 크림 자치공화국 지위 변경 시도를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성명은 또 러시아 군대의 위협 속에 치러지는 크림 주민투표 진행을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하면서 이 같은 주민투표는 법적 효력이 없다고 강조했다.
천예선 기자/
che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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