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늦은 밤 학부모 전화 시달리는 교사 - 잔돈 교환 손님에게 욕 먹는 은행원 [헤럴드경제=박혜림 기자] #. 중학교 교사인 이수정(가명) 씨. 최근 자신이 맡고 있는 반 학부모로부터 새벽 1시에 7통의 전화가 걸려왔지만, 늦은 시간이라 미처 전화를 받지 못했다. 이 씨는 “이튿날 휴대전화를 확인해보니 이 학부모가 ‘아이와의 진학 문제로 상담을 하려 했는데 왜 전화를 받지 않았냐’며 문자를 여러 통 보내왔다”며 혀를 내둘렀다. 이 씨는 불과 전 주에 또 다른 학부모로부터 근무태만으로 교육청에 신고를 당하기도 했다. 추석 연휴에 보낸 문자에 답장을 하지 않았다는 게 이유였다.
이른바 ‘인천 신세계 백화점 무릎 사과’ 사건으로 우리 사회에 또 한 번 ‘갑질 논란’이 불거졌다. ‘손님은 왕’이라는 그릇된 생각이 낳은 고질적 문제라는 지적이 적잖다. 그러나 ‘갑질’이 반드시 판매원이나 텔레마케터 등 서비스직에만 한정되는 것은 아니다. 고소득ㆍ전문직 종사자들에게도 예외는 없다.
실제 교사와 은행원 등 교육, 금융, 나아가 보건 등 서비스산업 분야 직장인들 가운데서도 ‘갑질 문제’로 곤란을 겪는 이들이 적잖다.
특히 수십 명의 아이들을 책임지는 교사들은 자신들이 일견 ‘갑’처럼 여겨지지만, 실상 한없는 을에 가깝다고 토로한다.
아이들 한 명 한 명에 손이 많이 가는 초등학교 교사부터 대입을 코앞에 둔 학생들을 가르치는 고등학교 교사까지, 학부모들의 갑질 아닌 갑질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일부 금전적 여유가 있는 교사들은 사적인 용도와 학교 업무용으로 휴대전화를 두개 씩 사용하기까지 하고 있다.
최근 ‘4시 영업 마감’으로 논란의 중심에 선 은행원들의 감정노동도 상당하다.
잔돈 교환이나 환전을 위해 번호표를 뽑아 순서를 기다리는 것도 참지 못해 ‘내가 이 은행에 돈을 얼마를 맡겼다’, ‘왜 나를 푸대접하느냐’며 욕설을 퍼붓는 고객에 몸살을 앓는 일이 다반사다.
부천의 한 은행에 다니는 은행원 박모 씨는 “적금을 중도 해약할 때 본인이 직접 와야하는데도 가족이 대신 온 뒤 ‘왜 돈을 찾을 수 없느냐’며 항의하는 분들도 있다”며 “원칙적으로 불가능한 일을 해달라고 할 때가 가장 곤란하다”고 털어놨다.
최근 한국고용정보원이 발표한 ‘감정노동 강도가 센 직업’ 통계자료에서도 ‘갑질’에 예외가 없다는 사실을 엿볼 수 있다.
‘감정노동 강도가 센 직업’ 20위 안에 올라온 직업엔 법무사, 해양경찰관, 창업컨설턴트, 커리어코치 등 평소 ‘을’이라 인식하기 어려운 분야에 종사하는 근로자가 적잖다.
결국 누구나 갑질을 겪을 수 있는 것이다.
은행원 박 씨는 이에 대해 “비록 불편을 겪어도 상대방을 생각해 조금만 참고 배려한다면 우리 사회에 갑질이란 말이 나올 수 있겠냐”며, “자신도 누군가에겐 을이란 생각을 가지고 상대방을 존중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r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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