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최진성 기자] 정부가 수십년간 소장해온 박정희 전 대통령의 ‘새마을運動(운동)’ 친필원고가 가짜로 밝혀져 정부의 기록물 관리에 허점이 드러났다.

16일 행정자치부에 따르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최근 지방행정연수원에서 감정 의뢰를 받은 박 전 대통령의 새마을운동 친필원고가 원본이 아닌 인쇄본이라고 결론냈다.

해당 원고는 박 전 대통령이 친필로 새마을운동의 개념, 원리, 방법, 방향 등을 하나의 책으로 집약해 놓은 역사적 기록물이다. 원고는 하단에 ‘대통령비서실’이 인쇄된 A4용지 17쪽 분량으로 박 전 대통령의 친필이 담겨 있다. 상단 중앙에 ‘새마을運動’이라는 제목이, 바로 아랫줄 오른쪽에는 ‘1972.4.26.(光州)’이라는 날짜와 장소가 쓰여 있다.

이 원고는 1987년 당시 내무부 상황실에서 지방행정연수원으로 이전된 것으로 전해졌다. 새마을운동중앙회 측도 이 원고의 원본이 지방행정연수원에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지방행정연수원은 최근 이 원고를 국가기록원으로 이관하던 중 과거 외부기관의 감정에서 ‘인쇄된 사본 추정’ 결과가 나온 기록을 발견했다. 가짜일 가능성이 커진 만큼 지방행정연수원은 이관을 중단하고 국과수에 감정을 의뢰했다.

국과수는 지난 11일 “원본이 아닌 인쇄본”이라는 감정 결과를 통보했다. 서중석 국과수 원장은 “펜으로 눌러쓴 듯한 자국이 용지 뒷면에서 느껴져 원본이 아닐까 생각했지만 과학적 기법으로 분석하니 모든 선과 획에서 잉크의 농도가 일정하게 나타나는 등 인쇄본이 확실했다”고 설명했다.

손으로 직접 썼다면 글자가 시작되는 부분이나 선이 겹쳐지는 부분에는 잉크의 양이 많아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28년이나 늦게 사본임을 인지한 지방행정연수원은 원본의 소재지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지방행정연수원 관계자는 “1970년대와 1980년대는 대통령기록물에 대한 관리체계가 도입되기 전이어서 원본의 소재를 추적하기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한편 지방행정연수원은 새마을운동 친필원고가 원본이 아닌 인쇄본이라도 원래 계획대로 국가기록원 이관을 추진하기로 했다. 국가기록원 관계자는 “박 전 대통령의 친필원고를 사진으로 찍은 후 고품질로 제작한 인쇄본을 장기간 보관한 것으로 기록물로서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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