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한희라 기자]‘논밭이나 과수원, 상가, 오피스텔…’
가계신용 1160조시대. 개인 빚이 늘면서 이자를 갚기 위해 주택 뿐 아니라 돈되는 건 몽땅 담보로 잡히고 또다시 빚을 내는 악순환이 심화되고 있다.
은행권 대출이 까다로워지자 신용도가 낮은 대출자들이 새마을금고, 신용협동조합 등 이자부담이 큰 제2금융권으로 몰리는 ‘대출난민’도 생겨나고 있다.
9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10월 가계대출 증가폭이 사상 최대 기록을 갱신한 가운데, 주택담보대출 뿐 아니라 기타대출(신용대출+비주택담보대출)도 가파르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과수원, 목장, 야산 등 담보가 가능한 것은 모두 맡기고 돈 빌려썼다는 얘기다.
이는 소비회복으로 신용대출이 증가한 탓도 있지만, 금융당국이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관리를 강화하면서 생겨난 풍선효과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기타대출 가파른 상승=한국은행의 10월 예금취급기관 가계대출 통계에 따르면 국내 은행과 제2금융권 등 예금취급기관에서 증가한 가계대출은 11조8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월간 기준 최고 기록을 갱신한 것이다. 전체 잔액은 792조4000억원에 달했다.
특히 기타대출이 통계 집계 이래 최대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0월 예금취급기관의 기타대출은 4조3000억원 증가했다. 이 가운데 은행의 기타대출은 1조9020억원 늘어 4년 5개월 만에 가장 많았다.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의 기타대출은 2조4430억원 증가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 9월의 증가폭은 1조5000억원이었다.
기타대출은 신용대출과 비주택담보대출로 구성된다. 이 가운데 토지, 상가, 오피스텔 등 주택 외 다른 자산을 담보로 한 대출이 비주택담보대출이다. 기타대출이 급증했다는 것은 신용대출과 함께 목장이나 과수원 임야 전답 등을 담보로 잡히고 빌려 쓴 돈도 만만치 않음을 의미한다.
이는 정부가 주담대를 억제하겠다며 농축협, 새마을금고, 신용협동조합 등 상호금융권에 대한 규제를 강화한 것과 관계가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은행권보다 10% 가량 높았던 상호금융권의 주택담보대출 LTV 한도가 70%로 은행권과 동일하게 조정되자 상호금융권의 주담대 수요가 은행으로 옮겨갔다. 이에 주담대 수익이 감소한 상호금융권이 비주택담보대출 취급액을 늘리기 시작한 것이다.
상호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 규제로 주담대 취급액이 정체되거나 마이너스를 기록하면서 상호금융권이 먹거리를 찾기 위해 비주택담보대출 취급규모를 늘려왔다”면서 “기관마다 조금씩 차이는 나겠지만 비주택담보대출이 예년보다 10% 정도 늘었다”고 말했다.
▶11월부터 비주택담보대출 규제 본격 적용=문제는 이같은 기타대출이 고금리와 연체에 노출돼 있다는 점이다. 지난 10월 은행 신규 주담대 금리는 2.90%를 보였다. 반면 신용대출 금리는 은행 4.41%에 달하고, 제2금융권은 이보다 2배 가량 높다. 상호금융의 토지ㆍ상가 대출금리는 최소 3%대 중반에서 최대 5%가 넘는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상호금융의 토지담보대출 연체율은 지난해 5.25%를 기록하는 등 1%이하인 주담대 연체율을 크게 웃돌고 있다.
가계대출의 주요 원인으로 분석되는 주택담보대출 말고도 기타대출이 증가하자 정부는 서둘러 규제에 나섰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상호금융조합의 토지·상가 등 비주택담보대출 LTV 규제를 11월부터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행정지도 공문을 전국 3672개 상호금융조합에 보냈다. 지난 7월 가이드라인에 이어 관련 규정을 마련하고 본격적인 적용에 나선 것이다. 이에 따라 상호금융기관에서 토지나 상가를 담보로 돈을 빌리기가 까다로워질 전망이다.
hanir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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