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전 대표의 탈당으로 야권의 핵분열이 시작됐다. 정치권 안팎에선 안 전 대표의 깃발 아래 헤쳐 모일 야권 인사들의 실명이 공공연히 나돌고 있다. 야권 질서 재편은 내년 4월 총선은 물론 2017년 대선가도에도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올 것이다. 정치권이 그야말로 대 혼돈의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드는 모습이다.
큰 선거를 앞두고 벌어지는 정치권의 이합집산은 그리 놀랄 것도, 특별할 것도 없다. 60년 현대정치사 자체가 흩어지고 다시 모이는 과정의 연속이라 해도 과언은 아니다. 그 때마다 새 정치와 혁신 등 거창한 구호들이 난무하지만 갈라서는 실제 이유는 당권과 공천권을 둘러싼 밥그릇 싸움인 경우가 많았다.
이번에도 다를 게 없다. 안 전 대표는 ‘더 나은 정치’로 보답하기 위해 새 집을 짓는다고 했으나 결국은 문재인 대표에 대한 반기인 셈이다. 문 대표를 중심으로한 이른바 친노(親盧) 세력이 구축한 주류세력의 벽이 너무 높아 문을 박차고 나온 것이다. 지난해 3월 민주당과 합당하면서 국민들에게 했던 약속도, 정치적 도의도, 추구했던 이념도 모두 헌신짝처럼 내버렸다. 그만큼 정치에 대한 국민적 불신은 더 커지게 됐다. 책임있는 정치 지도자의 자세가 아니다.
문제는 이 와중에 주요 국정현안들이 표류하거나 외면받는 건 아닌지 걱정이다. 새정치연합이 극심한 내홍을 겪자 지지자가 아니더라도 많은 국민들은 조속히 당 내분을 수습하고 제1야당으로서의 면모를 되찾아 줄 것을 간절히 희망했다. 정부 여당의 독선을 견제하며 합리적인 대안으로 국정 운영의 한 축이 돼줘야 했기 때문이다. 당장 꺼져가는 경제 불씨를 살리기 위한 경제 법안과 노동개혁 관련 입법을 다뤄야 할 임시국회가 열리고 있지 않은가. 그런데 야당의 고질적 내분으로 임시국회가 개점 휴업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니 이런 걱정을 하는 것이다.
야당이 바로서야 나라가 바로 선다. 합리적인 대안으로 여당과 건전한 정책대결을 펼치는 구도가 갖춰져야 비로소 경제도 민생도 안정된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지리멸렬한 모습을 계속 보인다면 수권(受權) 정당으로서의 능력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자기를 희생하는 야권 지도층의 리더십이 부족한 탓이다. 통합의 리더십을 보이지 못한 문 대표는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다만 지금이라도 당을 추스리고, 국정 운영 파트너로서의 본분에 한치의 소홀함이 없도록 해야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내년 총선에서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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