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든 근무환경에 수명도 짧아… 자리이동 통해 방송 역량 넓히기
‘야구 여신’으로 불리던 여성 스포츠아나운서들이 줄줄이 채널과 프로그램을 바꿔 프로야구 새 시즌을 맞았다. 김민아 전 MBC스포츠플러스 아나운서, 최희 전 KBSN 아나운서, 공서영 전 XTM 아나운서가 그 주인공이다. 프로야구 개막을 맞아 이들의 새로운 활약상이 시청자들과 야구팬들의 기대를 모으고 있지만 이들의 ‘자리 이동’에는 웃을 수만은 없는 속사정이 있다. 이들은 왜 ‘야구 여신’이라는 영예를 얻게 된 정든 채널과 프로그램을 떠나 새 둥지를 찾아야 했을까?
방송 관계자들과 여성 스포츠아나운서들은 이들의 퇴사 사유를 두고 방송사와 대중의 요구에 부응해야 하는 부담감과 연예인 못지않은 소비행태가 불러온 짧은 수명을 조심스레 거론하고 있다.
사실 ‘여신’으로 칭송받지만 현장에서 만난 여성 스포츠아나운서들의 삶은 녹록지 않다. 일찌감치 ‘금녀의 집’으로 불리던 공간에 뛰어든 여자 아나운서들은 선수와 감독의 마음을 열며 ‘동료’라는 인식을 주기엔 오랜 시간이 필요했고, 수많은 야구팬에게도 성별의 다름을 이유로 편견 섞인 시선을 받아야 했다. 그러면서도 대중에겐 하나의 상품처럼 소비됐다. ‘노출 마케팅’이 대표 사례다.
과거 스포츠 채널의 아나운서로 일하다 일찌감치 필드를 떠난 한 관계자는 “국내에 여성 스포츠아나운서가 처음 생겨나던 시절, 방송사는 대중의 요구에 맞춰 여자 아나운서들을 연예인화했다”며 “남성 시청자가 대다수인 스포츠 채널에선 여성 아나운서들에게 노출을 권해 시청률을 높이는 전략으로 삼았다”고 귀띔했다. 애초 스포츠 채널의 ‘여신 캐릭터’는 시청자가 요구하는 포맷으로 등장했고, 그 과정에서 대중과 방송사가 서로의 요구에 충실했던 전략이 바로 ‘노출 마케팅’이라는 해석이었다. 신생 채널일수록 노출 논란은 커졌지만 결국 노출로 논란이 되든, 아니 되든 그건 ‘선택의 문제’라는 입장도 있다. “노출 의상에 부담을 느껴 필드를 떠나는 사람도 분명 존재하지만 이를 이용해 화제에 오르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방송사의 상업 전략이 맞닿아 만들어낸 ‘꽃’이었던 만큼 야구 여신들의 수명이 짧다는 것도 난관이다. 때문에 여성 스포츠아나운서들의 경우 제2, 제3의 길을 모색하기 바쁜 실정이다.
김민아의 경우 지난해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 당시 “지금은 5년 뒤의 미래를 내다볼 수 없는 나이가 됐다. 어린 후배들과 젊음이나 미모로 경쟁하기엔 너무 치열한 전쟁터가 스포츠 채널”이라고 말했다. 최희도 “야구 선수가 아니기 때문에 야구 프로그램만 진행할 수는 없다”며 “다른 방송을 하며 역량을 넓혀봐야 생명력이 길어진다. 야구 프로그램을 언제까지 진행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고 했다.
여신들은 새로운 활동을 기약하며 각 채널을 떠났지만 이들의 경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김민아는 야구를 넘어 다양한 프로그램에 도전하기 위해 SBS스포츠로 떠나 해당 채널의 황보미 신입 아나운서와 함께 ‘베이스볼S’의 얼굴로 발탁됐다. 한때는 같은 KBSN 출신이었던 최희와 공서영은 XTM의 ‘베이스볼 워너비’의 진행을 맡아 각각 평일과 주말을 책임진다.
고승희 기자/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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