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2월 삼성경제연구소는 ‘3F’, ‘욘토라’라는 생소한 단어를 사용한 보고서를 내놨다. 내용은 ‘일본에 3F, 욘토라라는 산업들이 호황을 누릴 것이다’라는 것이었다. 일본의 베이비부머 세대인 단카이 세대 은퇴가 미치는 주요 산업에 대한 예측을 담고 있다.
‘3F’는 Fun(재미), Family(가족), Future(미래)를 뜻한다. 일본 은퇴자들이 즐길 수 있는 여행, 골프 등의 Fun과 전원주택, 애완동물 등의 Family, 자산운용, 평생학습 등의 Future관련 산업이 호황을 이룰 것이라는 것이다. ‘욘토라’는 일본발음 ‘토라’ 또는 ‘도라’로 시작되는 4가지 분야를 가리키는 영어 단어로 Travel(일본발음 토라베루), Drive(도라이부), Drama(도라마), Try(토라이)를 뜻한다. 일본 단카이 세대들이 은퇴하면서 여행을 즐기고, 고급 자동차를 타고 드라이브를 좋아하며, TV드라마속 주인공처럼 생활을 바꿔보고, 자기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이들 4가지 관련 산업이 활황을 맞을 거라는 것이다.
일본 단카이 세대는 1947년부터 49년 사이에 태어난 제1차 베이비붐 세대로 2000년 기준 680만명, 일본 인구의 약 5.3%를 차지한다. 이전의 인구수보다 20%, 이후의 인구수보다 26%가 많은 수치이다. 거대 인구집단인 단카이세대는 일본 사회전반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이들이 성장함에 따라 교실증축 붐과 입시지옥이 생겼고, 청바지, 운동화, 패스트푸드가 문화코드가 되었다. 청장년기를 지나면서 가부장적 문화에서 탈피한 민주적 가정문화가 자리 잡기 시작하였으며, 가정용 승용차 시장이 급속히 확대되었고 주택 붐이 일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이들이 2007년부터 본격적인 은퇴를 하면서 나타날 일본의 경제 현상을 3F 욘토라로 예측한 것이다. 일본 발음을 딴 약자가 부자연스럽게 느껴지지만 그 내용은 우리가 2015년에 맞고 있는 사회의 변화현상과 많이 닮아 있다. 실제 필자는 주변에서 은퇴한 베이비부머들이 여행을 즐기고 차를 바꾸며 새로운 취미활동에 빠지는 것을 자주 목격한다.
우리나라 베이비부머는 1955년~1963년생으로 행자부 주민등록상 총 735만 명에 이른다.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약 14%를 차지한다. 우리나라 베이비붐세대 인구는 일본 단카이세대에 비해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3배 높다. 그만큼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것이다.
1591년 일본에 사신으로 간 황윤길은 전쟁가능성을 예견한 보고서를 조선 조정에 냈으나 무시됐고 1년후 임진왜란이 발발했다. 2007년 삼성경제연구소의 발표를 황윤길의 보고에, 베이비부머의 은퇴를 ’임진왜란‘에 비유하면 지나친 비약일까?
우리나라 베이비부머의 은퇴는 이제 막 시작이다. 일본과 미국은 베이비부머의 은퇴기를 우리보다 빨리 겪었다. 지금부터라도 연구하고 준비하면 적절한 대비가 가능하다. 은퇴하는 부머는 자신의 인생설계를, 기업들은 거대 소비층 은퇴부머가 만들 새로운 시장과 상품개발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전체 인구 14%를 차지하는 베이비부머의 은퇴가 만들어내는 사회현상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 않을 듯하다.
ny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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