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유아인이 수상소감을 끝내자, 장내가 웅성이기 시작했다. “어느 한 분도 귀빈이 아닌 분이 없다”는 배우 이세은의 이야기처럼 반세기를 뛰어넘은 영화계 대선배는 물론 대중문화계를 아우르는 인사들이 함께한 자리다. 지난 8일 진행된 제5회 아름다운예술인상 시상식이다.

유아인은 재단법인 신영균예술문화재단(이사장 안성기)이 주최하는 시상식에서 영화예술인상을 받았다. 올 한해 영화 ‘사도’와 ‘베테랑’으로 2000만에 달하는 관객을 끌어모은 충무로의 젊은 티켓파워다.

“송구합니다. 너무 큰 어마어마한 글귀가 담긴 상을 주셔서 무겁습니다. 제가 감히 호명을 할 수도 없을 만큼 위대하고 큰 선배님들, 선생님들과 함께 있다는 것만으로도 영광스럽습니다. 오늘 신영균문화예술재단 활동 영역을 보면서 존경심이 들었습니다. 어린 꿈나무들을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는 모습을 보면서 감동받았습니다. 수상자로서 개인의 영광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오늘 상을 주신 분들의 따뜻한 마음처럼, 선배님들이 닦아놓은 길 위에서 저도 주변을 돌아보고 즐겁게 앞길을 만들어가는 후배 배우가 되도록 하겠습니다.”

젊은 배우의 겸손하지만 수려한 말솜씨에 잠시 정적이 감돌았다. 진행을 맡은 임백천은 “근사한 멘트네요”라는 말로 분위기를 전환시켰다.

지난 청룡영화상에서의 소감도 화제였다. 유아인이 ‘사도’를 통해 남우주연상을 받은 뒤 남긴 수상소감은 이후 온라인을 통해 회자됐다. 유아인은 “‘사도’와 ‘베테랑’으로 올 한해 많은 관객이 사랑을 보내주신 덕에 내가 여기에 서게 됐다. 행복하고 자랑스러운 순간보다 부끄럽고 민망한 순간이 더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는 항상 부끄럽다. 행복하고 기쁜 순간보다 나서기 싫은 순간들이 더 많은데 항상 부끄러워하는 일로 거울을 보고 매 순간 성장하고 다그치고 또 성장하는 그런 인간, 배우가 되겠다“고 말했다. 대중도 이미 알고 있었지만, 유아인은 이 자리를 통해 한 번 더 ‘개념배우’로 인증됐다.

유아인은 올 한 해 스크린과 브라운관(육룡이 나르샤)을 오가며 활약한 최고의 20대 스타로 꼽힌다.

‘반올림’으로 데뷔해 착실히 필모그라피를 쌓았고, 천부적인 재능이 연기로 이어졌다. SNS를 통해 정치, 사회 분야에 대한 발언이 쌓였고, 그 많은 발언들은 유아인을 개념배우로 올려놨다.

연예인은 이미지로 만들어지고, 전문분야로 날개를 단다. 때로는 거침없는 발언의 파장이 거세 세간에 숱하게 오르내린 적도 있었다. 거기에 더해진 작품 속 연기는 반항하는 청춘의 이미지를 키웠다.

유아인의 성숙한 사고체계를 단적으로 드러난 것은 2년 전이었다. 2013년 보육시설 아동 급식비 지원을 위해 7700만원을 기부하며 쓴 편지는 유아인이라는 사람을 있는 그래도 보여줬다. “이웃 아이들을 돕고도 나는 기름진 삼겹살로 외식할 수 있을 만큼의 충분한 행운아입니다. 그런 나의 행운이 소외 받는 아이들의 의도치 않은 불행에 나누어져 조금이라도 가치 있게 쓰이기를 바랍니다. 나는 부자이길 원하고, 성공하길 원하고, 사랑 받기를 원하는 그런 평범한 사람 중 하나입니다.”

그러면서 유아인은 작품 안에서 연기폭을 넓혔다. 짙은 멜로(밀회)연기로 다양한 팬층을 확보냈고, 두 편의 영화를 통해 충무로의 주류에 편입했다. SBS ‘육룡이 나르샤’를 통해 보여주는 역대 최연소 이방원은 유아인이 있기에 가능했다. 드라마를 집필 중인 박상연 작가는 ”아인씨의 연기를 볼 때마다 우리도 깜짝 깜짝 놀란다“며 감탄했다.

화려한 한 해를 보낸 유아인은 드라마를 마친 뒤 군입대가 예정돼있다. 2년의 공백, 서른을 넘기고 돌아올 배우 유아인의 인생2막은 벌써부터 기대를 모은다. 지상파 방송사 드라마국의 한 PD는 “직업과 가치관이 함께 가는 배우로 성장했다. 흔히 배우는 연기력이 최우선이라고 생각하지만 연기자의 사생활과 도덕적 가치관이 한 명의 스타를 만드는 데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며 “주관이 뚜렷했고, 연기는 오랜 활동 끝에 결국 빛을 봤다. 2년 뒤, 5년 뒤가 더 기대되는 배우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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