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마침내 가계부채를 줄이기 위한 새 가이드라인을 내놨다. 가계부채 급증의 원천인 주택 담보대출의 고삐를 바짝 조이는 내용이 주류를 이룬다. 대출자의 상환능력을 제대로 따져 대출하고 분할상환을 유도한다는 원칙이 큰 줄기다.이를 위해 은행들은 소득 증빙 서류를 더 깐깐하게 들여다보기로 했다. 3년 간 원금은 놔두고 이자만 갚는 관행도 처음부터 원리금을 한꺼번에 갚는 방식으로 바뀐다.
새 가이드라인을 두고 “이래 가지고 ‘한국경제의 뇌관’을 제거할 수 있겠느냐”는 비판이 벌써부터 나온다. 우선 적용시기부터가 정치적이라는 지적이다. 비수도권 지역에 대해서는 총선(4월13일) 이후인 내년 5월에 대출 규제에 나서겠다고 한데 따른 것이다. 내 임기만 피하고 보자는 ‘님티’(Not in my terms) 아니냐는 얘기다. 건설사들이 아파트를 분양할 때 청약자들이 받는 집단 대출(전체 주택 담보대출의 27%)은 아예 빠져 효과가 반감될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적용 대상이 새로 이뤄지는 대출에 국한돼 실효성이 의문시된다는 견해도 많다.
가계부채 대책은 ‘양날의 칼’이다. 정교하게 쓰이면 한국경제의 시한폭탄을 선제적으로 제거하는 데 유용하지만 잘못 쓰이면 주택시장과 내수경기를 얼어붙게 할 수 있다. 최경환 경제 부총리가 ‘한 여름의 겨울 옷’이라며 대출 규제를 확 풀고 한국은행이 금리인하로 화답하며 어렵사리 살려놓은 게 부동산 경기다. ‘대출절벽’으로 부동산 경기가 다시 급랭하게 되면 한국경제에 일파만파의 후유증을 가져올 수 밖에 없다. 경제 전문가들이 미국이 금리를 올리더라도 섣불리 따라 움직여서는 안되고, 상황에 따라서는 오히려 더 내려 경기 부양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하는 것도 이같은 우려를 반영한다. 결국 가계부채는 맞춤형으로 관리하는 게 좋다. 우량 부채와 비우량 부채를 나누고 소득분위와 용처에 따라 부채를 세분화해야 실효성 있는 대처가 가능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채무자의 소득과 가계부채를 종합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국세청의 소득자료가 금융권과 공유돼야 한다.
정부가 지금처럼 빚을 져서라도 집을 사도록 유도하는 정책을 계속 고집해서는 결코 가계부채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불러온 미국의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인위적 부동산 띄우기에서 연유됐다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 진정한 대책은 든든한 주택 수요 기반을 장기적으로 회복시키는데 있다. 무엇보다 청년과 저소득층의 소득 기반을 다시 회복시키는데 정책적 여력을 집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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