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문영규 기자]깡마른 얼굴에 날카로운 인상, 깐깐한 이미지, 하지만 그 속엔 치밀함, 고객에 대한 신뢰, 조직을 껴안으려는 포용력이 숨어있다. 이희권 KB자산운용 사장은 이처럼 겉과 속이 다른 ‘이중인격’을 가졌다.
위기가 다가올수록 이런 다른 성향들이 빛을 발한다. 연초부터 시작된 글로벌 금융ㆍ자산시장의 요동 속에선 치밀함과 꼼꼼함이 더욱 요구된다. 고객에 대한 신뢰는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여러사람을 널리 포용하려는 관용도 필요하다.
이희권 사장은 금융시장의 위기를 이야기하면서 ‘의리의 문화’를 강조했다. 신뢰를 다져야 한다는 말을 그만의 표현으로 바꾼 것이다. ▶의리로 지킨 친구, 고객은 신뢰로 지켜라=의리를 중요시했던 이 사장은 학창시절 수학여행을 떠나기 어려운 친구를 도와준 적이 있었다. 신뢰와 의리는 고객과의 관계에서도 강조하는 부분이다. 신뢰와 의리는 고객과의 관계에서도 강조하는 부분이다. 특히 그는 펀드를 운용하는 매니저들도 이런 의리와 신뢰가 있어야 한다고 거듭 강조한다.
“자산운용은 다릅니다. 펀드매니저들이 펀드를 출시하면서 투자자들에게 잘 운용하겠다고 얘기해놓고 다 정리하지도 않은 채 나몰라라 하고 떠나면 안됩니다.”
자기 이름을 걸고 운용하는 펀드인만큼 자리를 옮기더라도 투자자들이 만족할만한 성과를 내주고 떠나야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인연을 소중히 하라=고객과의 관계도 다른말로 하면 ‘인연’이다. 이희권 사장은 그 인연을 소중히 하는 사람이다. 회사 안에서도 마찬가지다.
“직원들에게 항상 하는 말이 ‘조그만 인연이라도 소중히 여기는 것이 오래가는 길’이라고 말합니다. 하루도 쉬지 않고 이렇게 일할 수 있는 것도 인연을 소중히 했기 때문이죠.”
지금이야 온화한 미소가 항상 얼굴에 번져있지만 과거엔 날카로운 인상 때문에 스스로를 부드럽게 만들고자 노력한 노력파다. 다 인연 때문이다.
“예전에 지점에서 근무할때는 인상이 차가워보이고 매섭게 보였대요. 옛날엔 웃음이 없었어요. 차장때부터 바뀌었던 것이 ‘속은 끓지만 웃자’였습니다. 어찌보면 이중인격일 수 있지만 상대방에겐 편안함을 주죠.”
수십 년 간 은행원 생활을 했던 그가 2012년, 처음엔 부사장이란 직함으로 KB자산운용이란 새로운 인연을 만났다. 투자본부장을 했던 그는 은행에서도 이방인, 자산운용에서도 이방인이었다.
“33년간 몸담았던 은행을 떠나 자산운용업계로 오니 처음에는 낯설었습니다. 처음에는 은행원이라 선입견을 갖고 부담스러워하던 직원들이 이제는 믿고 잘 따라와 줍니다. 저도 인생에서 뭔가를 받은 만큼 직원들에게도 뭔가 해 줘야 하는게 아니겠습니까.”
이 사장은 물심양면 회사의 영업전선을 지원하는 경영지원팀을 챙기면서 회사의 내실을 다졌다.
“각 본부들이 일을 잘 할 수 있도록 기반을 닦아주는 것이 경영지원입니다. 그 집이 잘 되려면 어머니가 힘을 받아야 하죠. 회사도 지원부서가 조력을 잘해야 일선부서들이 마음놓고 일을 잘 합니다.” ▶혼합형펀드 인기 주도, 한 해 운용규모 32% 급증한 KB자산운용=이런 노력들 때문이었는지 지난해 KB자산운용은 급성장을 이뤘다.
지난 2013년 7월 대표이사에 부임하고, 2014년 말 36조1000억원이던 자산운용규모는 지난해 말 47조6000억원에 이르렀다. 한 해 동안 무려 11조원이 늘어난 것이다. 특히 지난해엔 채권혼합형펀드를 출시, 큰 인기를 끌면서 3조원을 모았다.
“사실 채권혼합형펀드가 전혀 새로운 유형의 펀드는 아닙니다. 출시된지도 꽤 됐지만 그동안 투자자들이 관심을 갖지 않는 펀드였죠. 공격적인 투자자는 주식형을, 보수적인 투자자는 예금이나 채권형펀드를 선호했기 때문입니다.”
누구나 다 아는 것이었지만 적극적으로 실행에 옮기지 않았던 것, 그랬기 때문에 ‘콜럼버스의 달걀’에 비유되기도 한다. 은행권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투자성향, 심리를 잘 파악했다는 평가다. 채권혼합형펀드는 운용규모가 5조원을 넘어섰다.
퇴직연금펀드 시장에서는 규모 면에서 업계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개인연금펀드는 지난해 3250억원을 늘리며 가장 많은 자금유입세를 나타냈다.
▶쉽지않은 한 해, 해외인덱스 펀드 시장에 주력=지난해는 가시적인 성과가 눈에 띈 한해였으나, 올해는 연초부터 시작된 글로벌 금융시장의 위기로 국내 금융시장과 업계에 큰 파장을 몰고왔다. 저성장, 저금리 시대. 과거와 같은 ‘V’자형 반등세가 나타나기 쉽지 않다는 것이 그의 판단이다. 회사의 양적, 질적 성장과 미래에 대한 대비를 위해 그동안 철저히 내실을 다져왔다.
“회사의 이익보다는 고객의 성과가 중요하다는 믿음으로 3년전부터 개발해온 전산 인프라 및 리스크관리, 내부통제 시스템 구축이 일단락됐고, 인력부문 역시 다양한 업계에서 전문가를 영입하는 등 한단계 도약을 위한 준비를 마친 상태입니다. 그동안 잘해왔던 국내주식형, 채권혼합형, 연금펀드, 인프라펀드 등에 대한 경쟁력을 유지하면서도 상장지수펀드(ETF), 솔루션 사업, 역외펀드 등 새롭게 도전하는 분야에서도 가시적인 성과를 거둬야하는 쉽지않은 한 해가 될 것 같습니다.”
올해는 해외펀드 비과세 제도가 전격 시행되면서 이에 맞춰 해외인덱스펀드 시장에 주력하겠다는 계획이다. KB자산운용은 지난 10년 간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 증시에 투자하는 해외인덱스펀드 라인업을 가장 먼저 갖추고 안정적인 운용을 해왔다.
이희권 사장은 “KB자산운용의 해외인덱스펀드 시장점유율은 68%로 업계 1위”라며 “오랜 기간 쌓아온 운용노하우와 함께 마케팅을 강화해 후발주자와의 격차를 벌리겠다”고 밝혔다.
▶솔루션사업으로 신성장동력을 찾아라=이희권 사장은 더 먼 미래를 보고 있다. 바로 신성장동력의 육성이다. 그 신성장동력으로는 ‘솔루션사업’이 꼽히고 있다. 지난해 10월 멀티솔루션본부를 신설해 인력을 확충했고, 은행이나 카드, 손해보험과 같은 그룹내 다른 계열사들과의 시너지 창출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룹사가 보유한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금융의 새로운 미래를 만드는 것이다.
“이제 단일 상품가지고는 안됩니다. 시스템을 팔아야죠. 고액자산가들은 PB 들을 통해 컨설팅을 받고 수수료를 내는 것이 일반적일 수 있지만 대규모 일반 고객들은 환매수수료나 운용수수료를 다 낼 수 없으니 이것을 기계화하고 라이프사이클, 자산사이클 등을 분석해서 어떤 상품이 유리한지를 알려주는 ‘솔루션’을 팔겠다는 것입니다.”
로봇이 고객의 성향에 맞는 금융상품을 권하는 ‘로보어드바이저’가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관건은 신시장에 대한 선점이 됐다. 다가올 미래를 대비하자는 것. 만반의 준비도 갖췄다.
“은행은 프레임을 짜놓고 우리 솔루션을 적용해야 할 겁니다. 금융상품에 대한 전문성은 자산운용사에 있으니까요”라고 말하는 이희권 사장의 목소리엔 자신감이 차 있다.
ygmoon@heraldcorp.com
이희권 대표이사 약력
▷1956년 生, 광주상고 졸업.
▷1978년 국민은행 입행. 영업부, 기업분석팀, 기업금융지점장, 법인영업부장, 투자금융본부장 역임.
▷2012년 1월 KB자산운용 부사장으로 부임해 부동산, SOC분야 등을 육성
▷2013년 7월 19일 대표이사 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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