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유기 조작한 주유소 업주 및 부품업체 직원 구속 [헤럴드경제=원호연기자] 같은 금액을 지불하고 기름을 넣어도 주유량이 적다고 느낀다면 사기를 당했을 가능성을 의심해봐야 할 것 같다.

서울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주유기의 미터기를 조작해 기름의 정량을 속여판 혐의(사기 등)로 주유소 대표 36명을 검거했다고 17일 밝혔다. 또 이들에게 주유기 부품을 훔쳐다 판 혐의(절도 등) 부품업체 전 직원 2명 등을 검거했다. 경찰은 이중 6명을 구속하고 나머지를 불구속 입건했다.

주유소 대표인 이모(45)씨 등 36명은 지난 2014년 1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서울 등 수도권 일대 18개 주유소를 운영하면서 변조프로그램이 이식된 메인보드를 대당 200만∼300만원씩을 주고 구입해 주유기에 설치해 330억여원 상당의 정량미달 석유제품을 판매 했다. 이들이 이같은 수법으로 벌어들인 부당이득은 13억원에 달했다.

한편 주유기 제조업체의 전 직원인 김모(37)씨는 퇴사 전인 2011년 5월부터 2015년 3월까지 상습적으로 회사의 주유기 부품인 메인보드와 주유기를 퇴사한 직원 석모(44)씨가 운영 중이던 중고주유기업체로 빼돌려 변조했다.

이씨와 석씨는 훔친 메인보드에 부착된 제품 생산년도 등 이력추적이 가능한 일련번호를 제거해 국내외 거래처에 헐값에 판매하여 3억6000만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취했다. 외국산 정품 메인보드에 국내에서 변조한 칩을 넣어 판매한 것으로 동남아 등지에서도 문의가 들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씨등은 주유소에서 변조 프로그램을 이식한 변조 메인보드를 정상 주유기에 이식해 특정 명령어를 입력할 경우에는 정량보다 3~5% 가량 적은 양만 주유되도록 했다. 만약 명령어를 누르지 않으면 정상 작동돼 단속에도 대비했다.

또 단속시 전원이 차단되거나 변조프로그램 작동에 필요한 특정명령어를 모르면 현장에서 단속이 매우 어렵다는 점을 이용해 주유기 전원을 순간적으로 차단시키면 정상치로 복귀하도록 프로그램을 조작했다.

이들 주유소는 평균 리터당 40원 정도 시세보다 싸게 팔아 손님을 끌었다. 정량보다 적게 주유된 3~5% 양의 기름 원가를 반영하면 하루에 100만원 부당 수익을 챙길 수 있어 30일 간만 단속에 안걸리면 변조 메인보드 구입 원가를 회수할 수 있었다.

이들은 고객을 가장한 한국석유관리원이 비노출단속차량에 설치된 정량점검 장비를 이용해 1차 주유량을 측정한 뒤, 정량미달 석유제품을 판매하는 의심 주유소를 적발한다는 점에 착안해 한국석유관리원의 차량으로 의심되는 차량의 번호를 카카오톡 등을 이용해 공유했다.

현재 주유기에 보안 모듈을 장착해 불법 조작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시스템을 의무화해 이를 시행하고 있지만 기존 시장에 설치된 주유기에 대한 대책이 미비한 상황이다.

경찰은 “주유소에서 정량미달 판매행위가 해마다 증가되고 전국적으로 발생되고 있기 때문에 유관기관 단속은 물론 소비자들의 자율적인 감시가 병행 돼야 한다”면서 “주유시 주유량이 적게 느껴지거나 인근 주유소보다 턱없이 싼 주유소는 주의해 줄 것과 의심되는 주유소에 대해서는 경찰관서나 한국석유관리원(1588-5166)으로 신고해달라”고 당부했다.

경찰은 향후 불법주유소에 대해서 관할 지자체에 행정처분, 탈세 등 혐의에 대해서는 국세청에 통보할 예정이며, 여전히 단속이 미치지 못한 불법 주유소들이 상당수 있을 것으로 보고 한국석유관리원과 공조하여 불법 주유소, 변조프로그램 개발 및 유통업자에 대해서도 지속적으로 단속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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