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은 국제자연보호연맹(IUCN)이 지정한 ‘세계 두루미의 날’ 겨울철새 두루미, 보금자리 환경 악화…서식지 수도 줄어들어

[헤럴드경제=두루미 기자] 3월이다. 갑작스럽게 따뜻해진 날씨는 다시 한 번 내게 이 땅을 떠날 시기가 되었다고 재촉하는 듯하다. 매 겨울 다시 찾게 되는 한반도는 나에게 너무나 정겨운 곳이지만, 멀어져 가는 연인 마냥 점점 이 땅은 나에게 자리도, 마음도 내어주지 않는다.

철 따라 이동하는 나는 두루미다. 성격이 예민하고 서식조건도 까다로워 아무 곳에나 몸을 뉘지 않는다. 계절마다 선호하는 단골 잠자리들을 이 땅에 몇 군데 발굴했지만 점점 내가 머물 수 없는 곳들로 변해가고 있다. 지난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환경운동연합의 주최로 전문가들이 모여 내 상황에 대해 이야기하고 보존 방안을 찾기 위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오는 7일 ‘세계 두루미의 날’을 맞아 내 잠자리를 자신들 일처럼 걱정해주는 두루미학교, 한국자연환경연구소 관계자들에게 너무나 감사했지만 그들은 소수일 뿐이다. 더 큰 국가 차원에서의 도움의 손길은 아직 오지 않고 있다.

세계적으로도 나의 주요 서식지로 많이 알려진 철원평야는 내가 애용하던 숙소 중 하나다. 벼이삭이 많아 먹거리도 풍부하고 비무장지대라 인적도 드문 철원평야는 나에게 사랑할 수 밖에 없는 보금자리다. 인근 한탄강 여울은 물길이 빨라 겨울철에도 얼지 않는다. 가까운 친척들인 재두루미, 흑두루미, 검은목두루미, 시베리아흰두루미 등 7종류의 두루미도 함께 철원에서 월동을 하곤 했다. 독수리와 부엉이, 큰고니 등의 친구들과도 자주 마주치는 곳이다.

그러던 이 곳 한 가운데로 경원선을 복원한다고 한다. 지역 주민들의 교통편 증진에 기여하고 지역균형발전을 도모한다는 이유로 우리들의 생명의 터전을 위협하고 있다. 이해는 한다. 경원선 복원을 통해 남북을 대륙철도로 연결하고 싶은 심정, 왜 이해 못하겠는가. 자유롭게 남북을 오가며 한반도 전체를 누비는 나로서는 더더욱 이해한다. 하지만 700마리가 넘는 내 친구들과 400마리 가량 되는 재두루미 친구들을 쫓아내버리면 우리는 어쩌란 말인가. 노숙할 수 밖에 없는 처지가 된다.

사실 이미 잠자리를 확보하지 못해 노숙중인 두루미 친구들이 창원 일대에 있다. 주남저수지 갈대섬에 살던 친구들인데, 저수지로 인해 그들이 잘 섬이 잠겨버리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창원시에서는 저수지 수위를 4.3m로 관리하고 있다. 우리 잠자리 확보를 위한 적정 수위는 3.16m다. 언제 어떻게 침대가 물에 잠길지 모르는 상황이다. 더군다나 저수지 내에 쓰레기 투기, 불법 매립과 불법 건축 등도 이루어지고 있어 지저분한 환경 속에서 가위눌린 듯 잠을 청한다.

먹는 것도 문제다. 연천 일대 친구들은 인삼재배에 사용되는 고독성농약을 실수로 주워먹고는 식중독에 걸려서 며칠간 탈이 났다고 한다. 대구에서는 우리가 먹을 수 있는 벼가 점점 없어지고 참외, 수박 등 사람들에게 돈이 된다는 특수작물이 비닐하우스에서 꽁꽁 싸매어진 채 재배되고 있다. 굶을 수 밖에 없다.

땅이 그렇게나 좁았던가. 우리가 오랫동안 겨울을 나던 공간들을 사람들이 하나 둘씩 점유하기 시작한다. 김포에는 장항습지라는 좋은 아지트가 있는데, 그곳 홍도평 지역에는 컨테이너 등이 들어서면서 우리가 발 디딜 틈이 없어지고 있다. 그래도 김포시 차원에서 10년 간 18억원의 비용을 들여 하성면 후평리에 우리를 위한 새로운 보금자리를 마련해주려 노력은 하고 있지만, 익숙한 동네를 벗어나 낯선 곳에 적응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

많은 것을 바라는 것은 아니다. 그저 한 철 손님이라고 홀대하지만 말아줬으면 한다. 왕징면 강내리 안월천의 경우 대체서식지라 지정해놨지만 우리를 위한 기후특성은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잡초도 무성하게 자란 이 곳에 머무르라는 건지 그냥 떠나라는 건지 알 수 없다. 연천 군남댐의 경우, 수자원공사는 홍수기에만 이용해도 될 수문을 담수를 확보해야 한다며 겨울철에도 굳게 닫아놓고 있다. 수위가 높아지면 우리가 머물 여울이 없어지고, 우리가 먹을 다슬기나 물고기가 깊이 잠겨버린다. 그냥 떠나라는 걸까. 떠나면 나는 이제 어디로 가야 하나.

한국적 고고함과 평화와 장수의 상징이라며 500원짜리 동전에 내 모습을 새겨줬던 그 마음, 이제는 돌아서버린 걸까. 천연기념물 202호로 지정해 보호해주겠다던 애정 어린 손짓, 거둬버린 걸까. 봄이 오는 3월이지만, 지역개발이라는 이유로 싸늘하게 돌아선 한반도의 뒷모습에 나에게 겨울은 이제부터 시작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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