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정순식ㆍ문영규 기자] 한국은행이 10일 오전 9시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현재 연 1.50%인 기준금리의 조정 여부를 결정한다.
시장에서는 기준금리가 9개월째 동결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중국 등 글로벌 금융시장이 차츰 안정세를 되찾는데다, 오는 15~16일(현지시간)로 예정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융통화위원회(FOMC)를 앞두고 선제적 통화정책을 구사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청와대와 경제부총리의 최근 돌발성 경제낙관론도 3월 기준금리 동결 전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하지만 우리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을 고려한 적정 금리수준은 0.93~1.34%로 추정된다는 분석이 제시되는 등 기준금리가 적정금리보다 다소 높다는 평가도 나온다. 2월 금통위에서 8개월만에 나온 금리인하 ‘소수발언’이 3월 회의에서 확산될지 주목된다.
▶동결 전망속 소수의견 확대 주목= 최근 발표된 거시 경제지표가 악화되면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해 경기를 부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3월 금통위에서도 금리인하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인다.
경제지표로만 보면, 금리인하와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 적극적인 경기부양정책의 필요성이 커지는 것이 사실이다.
수출과 소비, 생산, 투자 등 거시경제 지표가 좀처럼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당장 우리경제를 지탱하는 수출 실적은 2월에도 전년 동기보다 12.2% 줄면서 14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또 통계청 자료를 보면 올해 1월 전체 산업생산이 전월보다 1.2% 감소하는 등 수출뿐 아니라 내수 위축에 대한 우려도 커진 상황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 7일 ‘경제동향 3월호’에서 “최근 주요 지표의 부진이 지속되면서 우리 경제의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어두운 진단을 내놓았다.
정부가 대책 마련을 고심하는 가운데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림으로써 지원사격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그러나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효과보다 부작용이 클 수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최근 국제유가가 반등하고 국내 주식시장에서 외국인이 순매수하는 등 금융시장은 다소 안정을 찾았지만 불안감이 완전히 가시지 않았다.
중국 경제에 대한 우려, 북한발 지정학적 리스크 등 불확실성이 여전히 남아있다.
지난달 금통위에서도 기준금리 동결의 근거로 성장 등의 불확실성에 대비해 정책 여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또 기준금리 인하는 자칫 1200조원을 넘긴 가계 부채 문제를 악화하고 기업의구조조정을 지연시킬 수 있다.
여기에 일본은행이 도입한 마이너스 금리가 금융시장에 혼선을 가져오는 등 완화적 통화정책의 효과에 대한 부정적 시각도 존재한다.
6대1로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한 2월 금통위의 분위기가 한달만에 바뀔만큼 대내외 여건이 달라진 것은 아니여서 3월에도 동결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 2월 금통위 기자회견에서 “추가 금리인하 여력이 있다는 평가엔 동의한다”면서도 “다만 지금처럼 대내외 불확실한 경제상황에서는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기대효과보다 부작용이 더 크다”고 언급했다. 이 총재는 특히 “지금의 1.5% 정책금리 수준이 실물경기 회복을 뒷받침하는 수준이라는 생각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기준금리가 동결되더라도 소수의견의 확대 여부는 주목해야 한다.
하성근 금통위원은 지난달 금통위에서 “수출 하락세가 예상보다 크게 확대되고 내수의 개선흐름도 약화되고 있다”며 기준금리를 0.25% 포인트 인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준금리를 결정한 금통위에서 소수의견이 8개월 만에 나오자 금융시장에서는 인하 전망이 확산됐었다.
이번에 다른 금통위원까지 경기 상황을 고려해 기준금리를 내려야 한다는 소수의견을 제시하면 인하 여론이 한층 힘을 받을 수 있다.
▶시장도 동결 전망 우세…채권전문가 10명중 7명 “한은 3월 기준금리 동결”= 채권시장 관계자 72.5%가 이달 한국은행의 기준금리(1.5%)동결을 전망했다. 지난달 99%가 금리동결을 전망한 것과 비교하면 시장에서는 금리인하 기대감이 크게 높아진 셈이다.
한국금융투자협회가 지난 8일 발표한 ‘2016년 3월 채권시장지표 및 2월 채권시장 동향’에 따르면 86개 기관 109명의 채권시장 관계자 가운데 72.5%가 3월 한은이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지난달엔 대다수인 99%가 금리동결을 전망했었다.
기준금리 채권시장지표(BMSI)는 전달인 101.0보다 큰 폭으로 오른 127.5를 기록하며 상당히 호전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투자협회는 “환율 상승 및 외국인 자금이탈 우려, 가계부채 증가 문제 등이 금리인하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지만, 수출 및 내수 부진, 주요국 통화완화 기조 등이 금리인하 기대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어 3월 기준금리 전망은 인하 응답자 비율이 상당폭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금리전망BMSI는 114.7로 전월대비 1.7포인트 올라, 금리와 관련한 채권시장 심리는 전월과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채권금리와 관련해 금리가 오를 것이라고 응답한 이들은 전체 응답자의 2.8%로 지난달 7.0% 보다 낮았고, 금리가 하락할 것이라고 본 이들은 17.4%로 전달인 20.0%보다 2.6%포인트 줄어들었다.
금융투자협회는 “미국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 금리 레벨부담 등이 금리 상승을 지지하고 있지만, 국내외 경기 우려에 따른 상반기 기준금리 인하 기대 등 금리 하락요인이 상존하고 있어 3월 국내 채권시장은 강보합 전망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봤다.
종합BMSI는 전월대비 0.4포인트 상승한 106.0으로 나타나 전반적인 3월 채권시장 심리는 지난달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편 물가BMSI는 전달대비 21.1포인트 하락한 100.9를 기록해 큰 폭으로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고, 환율BMSI는 96.3으로 지난달보다 8.3포인트 환율 관련 채권시장 심리가 개선된 것으로 조사됐다.
▶성장·물가 고려한 적정금리 수준 0.93~1.34%= 하지만 우리나라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을 고려한 적정 금리수준은 0.93~1.34%로 추정된다는 분석결과가 나왔다. 현행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1.5%라는 점을 고려하면 기준금리가 적정금리보다 다소 높다는 평가다.
정성태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지난 8일 발표한 ‘통화정책, 저성장 추세 반영 필요하다’ 보고서에서 △물가상승률 △실질금리 △GDP갭 △물가갭 등 4개 변수를 고려한 테일러준칙 추산결과 올해 적정금리 수준이 0.93~1.34%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정 연구원은 “적정금리 수준과 기준금리를 비교하면 올해 두어 차례 정도 금리인하 가능성은 있어 보인다”며 “다만 한은이 금리인하에 적극적이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동결 가능성도 크다”고 예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05년 이후 GDP갭(실질성장과 잠재성장 수준의 차이)은 0.42, 물가갭(실제 물가상승률과 물가목표간 차이)은 0.4, 실질균형금리는 0.81%로 각각 분석됐다.
우리나라의 GDP갭과 물가갭에 대한 반응은 당초 테일러준칙에서 제시한 수준인 0.5~1과 비교해 다소 낮은 수준이다. 이는 테일러준칙이 수출, 수입 등 대외부문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우리나라보다 작은 미국 통화정책을 분석한 결과에 따른 격차로 추정된다.
보고서는 “우리나라는 수출이 부가가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5% 내외로 물가변동에서 대외부문의 영향력이 크다”며 “정책금리 조정을 통해 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을 올리거나 낮추는데 한계가 있다”고 평가했다.
한국은행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인 2009년부터 통화정책의 무게추를 성장에서 물가안정으로 옮긴 것으로 파악된다. 이는 2010~2011년 물가상승률이 4%대로 성장률을 웃돌았던 현상과 무관치 않다.
그러나 GDP갭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2011년 3분기~2014년 2분기 사이 실질균형금리가 낮아지는 추세였음에도 불구하고 한은이 이자율을 올리는 ‘통화정책 정상화’를 시도하면서 정책과 현실간에 다소 엇박자가 났다는 지적이다.
보고서는 “2009년 전후 성장둔화에 맞춰 정책금리와 실질균형금리가 하락했지만 2011년 이후 통화정책은 국내외 경기둔화에 상대적으로 미온적으로 반응했다”며 “이는 통화정책 전제가 되는 경제전망이 낙관적이었기 때문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한은 통화정책 운신의 폭은 과거보다 많이 위축된 것으로 파악된다. 통화정책이 성장과 물가 이외에도 금융안정 측면도 동시에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가계부채가 최근 1200조원을 넘어선 것은 한은이 금리인하에 신중할 수 밖에 없는 중요한 이유가 되고 있다.
정 연구원은 “한은이 제시한 GDP갭이 상당히 컸으나 2012~2014년 금리인하에 소극적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은이 상정한 실질균형금리가 낮아진 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을 반영하지 않은 0.7% 내외일 가능성도 있다”며 “한은이 2011년 이후 성장과 물가 하락세를 일시적 현상으로 간주할 개연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여전히 개선되지 못하는 대외경제 여건과 투자 및 소비심리로 2%대 성장이 고착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큰 상황이므로 통화정책의 역할이 중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yg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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