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다시 불리니, 다시 듣는다. 리메이크 곡은 대중에겐 익숙한듯 새롭고, 제작자에겐 비용 부담을 덜어주는 ‘일석이조’의 대명사다.
가요계에선 리메이크 곡을 ‘저비용 고효율’ 상품으로 부른다. 가요 관계자들에 따르면 노래 한 곡을 작업하는 데에 드는 비용은 최소 200만원부터 시작해 기하급수적으로 뛴다. 작곡비만 해도 무려 3000만원에 달하는 스타 작곡가들이 등장하는 시대에, 녹음 믹스 마스터까지 포함하면 노래 한 곡의 제작비용은 상상을 초월한다. 앨범 하나를 제작하는 데에 드는 비용만 1억원을 넘기기 일쑤다.
‘리메이크 곡’의 장점은 제작자의 입장에선 저작권료는 나가지만 작사, 작곡료에 큰 부담이 없다는 데에 있다. 한 가요관계자는 “리메이크 곡은 신곡 발매 비용의 10분의 1까지 비용을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드라마 OST로 입혀질 경우 ‘영상과의 시너지’로 높은 인기를 모을 수 있다. ‘응답하라 1988’에 삽입된 노래들이 지난해부터 올초까지 음원차트를 독식하고, 숱한 음악 예능이 매주 방송에 등장한 가수들의 음원을 발매하며 쏠쏠한 재미를 보고 있다.
이상협 KT뮤직 시너지사업본부 본부장은 “리메이크 곡은 가수의 가창력과 편곡으로 익숙하면서 새로운 곡처럼 다가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방송 예능 프로그램이나 드라마에서 새로운 스타일의 리메이크곡을 꾸준히 소개하면서 네티즌들은 신곡과 같이 새로운 리메이크 곡 출시에 대해 관심을 갖고 지속적으로 찾아 듣는 경향도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10대 팬층을 확보하고 있는 아이돌 가수들이 리메이크 곡을 내놓을 경우 원곡자를 모르는 경우가 대다수다. 한 가요 관계자는 “아이돌 그룹이 리메이크를 하면 10대 팬들에겐 복고 정서나 리메이크가 아닌 아예 새로운 곡처럼 들린다”고 말했다. 이를 계기로 원곡과 원곡자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키는 분위기도 적지 않게 나타난다. 다만 그 파급력이 센 것은 아니다. 지니 관계자는 “차트 순위로만 보면 리메이크 곡의 인기가 원곡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은 쉽지 않다”며 “리메이크 곡을 부른 가수의 인지도, 리메이크 곡의 파급력, 원곡자의 인지도 등 삼박자가 맞아야 원곡까지 재조명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원곡자에겐 저작권료까지 더해주니 ‘효자 상품’이랄 수도 있지만 리메이크 곡의 인기에 대한 우려가 없는 건 아니다.
현재 가요계에선 새 앨범을 발매하면 평균 한 달 정도 신곡 활동 주기를 갖는다. 과거엔 최소 6개월~1년을 지켜보며 입소문을 기다리기도 했지만, 지금은 “한 달 내에 승부를 보지 못 하면 사장”이라는 데에 의견이 모아진다. 그 와중에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에서 다시 불린 과거의 노래들이 더 주목받고, 인기 가수들도 ‘이벤트’처럼 리메이크 앨범을 발매하는 일이 늘다 보니 “창작자들의 작업 의지도 꺾일 수 밖에 없다”는 시각도 공존하고 있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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