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원승일 기자] 정규직 채용을 보장받고, 근무를 하면서 해당 직종의 교육과 직업훈련을 받는 청년들이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최근 심각한 구직난 속에서도 이들은 취업과 함께 필요한 교육과 훈련을 받으며 우수 근로자로 자리매김했다. 바로 ‘일학습병행제’를 통해서다. 2월 들어 청년실업률은 12.5%로 1999년 이후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소위 ‘청년고용절벽’이 가시화되고 있는 상황 속에서 구직난과 구인난을 동시에 해결하는 일학습병행제가 주목받고 있다.

일학습병행제는 학생 또는 청년 구직자를 ‘학습근로자’로 채용, 직무에 필요한 교육ㆍ훈련을 통해 기업에 필요한 인재로 양성하는 제도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4888개 기업이 일학습병행제에 참여해 청년 8468명을 고용했다. 고용부는 이 제도를 통해 내년까지 1만개 기업, 7만명 채용을 목표로 하고 있다. 취업이 어렵다하지만 눈을 돌리면 길은 있다. 다음은 일학습병행제에 참여한 청년과 기업의 우수 사례들이다.<편집자 주>

▶김민성 씨, 입사 1년 만에 철강 자격증 5개= “전공과 전혀 다른 일이었지만 취업을 하려면 다른 길을 찾아야한다는 생각뿐이었다. 채용을 보장받고 해당 업무의 훈련까지 받을 수 있다는 점에 솔깃했고, 입사 1년 만에 중장비 운전과 철강 관련 자격증을 5개나 취득했다.” 전문대에서 게임컨설팅을 전공했던 김민성 씨는 본인의 적성과 맞지 않자 철강 분야로 진로를 바꾸기로 마음먹었다. 하지만 철강 분야는 전공과 전혀 무관한 분야였던 만큼 취업이 쉽지 않았다. 그러던 중 일학습병행제를 도입한 철강 업종 ‘세영기업’에 면접을 봤다 직업훈련을 전제로 채용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말에 2014년 1월 입사하게 됐다. 김 씨는 1년 동안 근무하면서 1200시간의 교육을 이수했다. 일과 공부를 병행하다 보니 피로와 스트레스가 누적됐지만 그때마다 기업현장교사와의 면담을 통해 문제들을 하나씩 해결했다. 그 결과 단기간 내 업무에 적응했고, 생산성 향상 아이디어를 제안해 1800만원의 비용 절감 효과를 거두기도 했다. 김 씨는 2014년 신입사원 평가 결과 최우수 직원으로 뽑혔다.

▶주경남 씨, 경영학도에서 금형기술사로= “현장은 가르침에 야박할 수밖에 없다. 일정 시간 내 제품을 생산해내야 하는 기업 입장에서 신입직원에게 제대로 된 실무를 가르쳐 줄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반면 일학습병행제는 직무훈련을 전제로 채용하는 것이어서 충분한 교육과 훈련을 받을 수 있었고 빠르게 업무능력이 향상됐다.” 경영학과를 전공한 주경남 씨는 졸업 후 한약재 관련 업체에서 근무했지만 줄곧 일에 대한 회의감을 느꼈다. 그는 전직을 해야겠다는 생각에 평소에 관심이 많았던 자동차 분야로 눈길을 돌렸다. 그는 자동차 금형제작 업체 진명정밀에 일학습병행제를 통해 취업한 뒤 전문적인 금형기술을 습득할 수 있었다. 경영학도였던 그는 기술을 익히면서 금형기술사로 탄탄한 내실을 쌓아가고 있다.

▶아진산업, 젊은 인재 확보로 매출 ‘쑥’= “수많은 청년들이 구직난을 겪고 있다고 하지만 오히려 중소기업은 구인난을 겪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데 일학습병행제를 도입하면서 젊은 인재를 선점할 수 있게 됐고, 해당 인재를 전문가로 양성하는 기틀을 마련할 수 있었다.” 아진산업은 미국, 중국에 생산 라인을 구축한 글로벌 자동차부품 전문 제조업체였지만 직원들의 고령화에 따른 기술 인력의 단절, 인재 확보가 어려운 중소기업의 한계를 느꼈다. 하지만 2014년 일학습병행제를 도입한 후 상황은 달라졌다. 청년 근로자들의 직무 적응도가 높아지면서 이직률이 크게 줄었고, 금형매출도 절반(52%) 이상 상승했다. ‘프레스 금형제작보수 전문가’ 육성을 위해 2011년 계명문화대에 사내계약학과를 개설했고, 현재 60명의 졸업생들이 현장의 우수 인력으로 근무 중이다.

▶에스씨에스프로, 청년 정착률 40% 증가= “기업 입장에서 인력 배치나 장비 구입 등 많은 투자를 한 만큼 운영자의 교육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기술 분야의 기업은 다른 산업과 달리 인력에 대한 관여도가 매우 높아 사람을 어떻게 교육시키느냐가 회사의 경쟁력이 된다. 인력 양성에 대한 장기 플랜을 갖고 제도 정착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 스마트카드를 활용한 결제 솔루션 제조업체인 에스씨에스프로는 성장과 함께 더 많은 인재들이 필요하게 됐다. 하지만 중소기업의 한계 때문에 구인의 어려움 특히 실무형 인재가 부족하다는 문제에 직면했다. 하지만 2014년 일학습병행제를 도입하면서 고질적인 구인난이 해결됐고, 장기 근속을 통해 인력 누수도 크게 줄었다. 2014년 이후 신입사원 정착률은 40% 이상 늘었고, 직원들의 직무수행 능력이 향상되면서 외주 비용도 15% 가량 절감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