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우리 공군 노후 전투기를 대체하기 위한 차세대 전투기(F-X) 사업에서 선정된 F-35의 가격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논란의 핵심은 과연 우리가 바가지를 썼느냐, 아니냐에 있다.
한 쪽은 우리나라가 F-35 양산체제가 구축되기 전에 서둘러 사는 바람에 바가지를 썼다고 생각한다. 반대 편은 F-35 값이 떨어지면 우리도 떨어진 값에 사도록 돼 있어 생각만큼 비싸게 산 게 아니라고 반박한다. 과연 누구 말이 맞을까.
지난 17일 미국 군사전문업체 밀리터리닷컴이 F-35 제작사인 록히드마틴 소속 제프 바비언 F-35 사업단장의 말을 옮기면서 F-35 수입국인 우리나라에 불똥이 튀었다.
제프 바비언 사업단장은 현재 대당 1억달러(1173억원) 수준인 공군용 F-35A 가격이 3년 후인 2019년 8500만달러(997억원)로 떨어질 거라고 전망했다. 전투기 양산체제가 구축되면서 규모의 경제가 실현됐고, 관련 기술의 발전으로 원가절감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라는 게 바비언 단장의 설명이다.
F-35의 대당가격이 997억원으로 떨어진다는 것은 우리나라에 상당한 충격이 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 군의 F-35 대당 도입가격은 997억원보다 수백억 높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 공군에 도입되는 F-35는 총 40대이고, 여기에 투입되는 우리 정부 예산은 약 7조3000억원에 달한다.
▶작년 제조사 록히드마틴이 제시한 대당가격은 1750억원=최종건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지난해 12월 록히드마틴이 제시하는 F-35의 대당가격(1억5000만달러: 약 1750억원)에 대해 F-35가 양산 단계에 들어가 생산량이 최대치에 도달했을 때의 가격이라고 분석했다. F-35가 양산돼 가격이 저렴해졌을 때 1750억원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 전에 구매 결정을 내린 우리 군의 F-35 대당 도입가격은 그보다 수백억 더 높을 수도 있다는 얘기가 된다.
그러나 우리가 도입하는 F-35의 대당가격이 얼마인지는 아직까지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제조사인 록히드마틴과 우리 측 F-X사업 담당기관인 방위사업청 간의 계약상 관련 정보 유출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총 사업비인 7조원을 40대로 나눠 대당가격을 대략적으로 산출해볼 수는 있지만, 방위사업청은 이 방법에 대해 “전혀 사실과 다르다”며 반박한다. 7조를 단순히 40대로 나눠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사업비에는 전투기 뿐만 아니라 전투기에 탑재되는 미사일 등 모든 장비의 비용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라는 게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우리가 도입하는 F-35의 대당가격을 어떻게 산출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그는 “계약서상 관련 내용 유출이 금지돼 있어 밝힐 수 없다”고 대답했다. 결국 현재 우리가 도입하는 F-35의 대당가격이 얼마인지 공식적으로 파악하기란 불가능한 셈이다.
최 교수 분석에 따라 지난해 말 기준 양산단계에 들어가 저렴해진 F-35 가격(1750억원)과 비교해도 997억원의 약 2배 수준이다. 우리나라가 F-35 반값 세일의 희생양이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그러나 이렇게 우리가 F-35를 사면서 바가지를 쓴 게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 잘 몰라서 하는 소리라고 일축하는 의견도 있다. 이들은 미국 정부가 전략무기를 동맹국에 판매할 때 사용하는 방법인 대외군사판매(FMS) 방식만 알면 오해할 게 없다며 목소리를 높인다. 과연 그럴까.
▶미국 무기 대외군사판매(FMS) 방식에 따라 우리도 싸게 산다?=이들의 주장은 FMS의 특성상 값이 내려가면 우리도 내린 가격으로 싸게 살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에 따라 이들은 현재 F-35 가격이 내려갈수록 우리도 막대한 이득을 보게 되기 때문에 F-35의 가격 인하는 우리에게 악재가 아니라 엄청난 호재라고 항변한다.
그러면서 밀리터리닷컴의 내용을 인용해 현재 대당 1억달러(1173억원) 수준인 공군용 F-35A 가격이 3년 후인 2019년 8500만달러(997억원)로 떨어지면, 우리나라는 그 덕택에 5700억원의 이득을 본다는 분석마저 나타났다.
18일 국내 한 매체에서는 오히려 “F-35의 가격 인하는 한국 국방부에 호재”라면서 “FMS 방식에 따르면 F-35 개발 비용이 올라가면 도입국이 차액을 부담하고 개발 비용이 떨어지면 차액만큼 돌려받을 수 있다. 가격이 떨어지면 우리 예산이 5700억원 가량 절감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이런 분석에 대해 방위사업청의 고위 관계자는 “사실과 많이 다르다”며 우려했다.
이 관계자는 “FMS 방식에 따라 F-35의 가격이 떨어지면 우리가 도입하는 F-35의 단가가 떨어질 수는 있다”면서 “그러나 지금 상황에서 F-35 가격 인하로 우리 예산이 얼마나 절감될 지는 알 수 없다”고 했다.
그는 “차세대 전투기사업이 종료되는 시점이 돼 봐야 얼마나 예산이 절감됐는지 알 수 있다”며 “그 전에는 고려할 사항이 너무 많고 복잡하기 때문에 섣불리 논할 수 없는 문제”라고 덧붙였다.
우리 공군은 2018년부터 2021년까지 매년 10대씩 40대를 받게 된다. 앞으로 5년이 지나봐야 누구 말이 맞는지 알 수 있다는 얘기다.
록히드마틴 관계자에게 이 문제에 대해 물어보니 좀 더 미묘한 대답이 나왔다.
록히드마틴 관계자는 “F-35 가격이 떨어질 경우 FMS에 따라 한국의 F-35 도입가격이 낮춰질 수는 있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그러나 한국 정부가 정한 예산은 변하지 않는 범위에서 절감된 액수만큼 각종 장비 등 현물을 제공하게 될 걸로 안다”고 말했다.
즉, 현재 상황에서 F-35의 가격이 인하될 경우, 우리가 구체적으로 얼마나 이득을 보는지 알기 위해서는 5년을 기다려야 한다. 또한 5년 후가 된다고 해도 우리 정부가 책정한 약 7조3000억원대의 F-X 사업예산이 줄어들 가능성은 낮다. 5년 후 만약 실제로 우리나라가 F-35의 가격 인하로 득을 본다고 해도 그때는 득을 본 액수에 상당하는 현물 장비를 미국으로부터 얼마나 받아야할지 또 계산기를 두드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점점 알면 알수록 현기증이 나는 차세대 전투기 F-35 가격의 불편한 진실이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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