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데뷔(SBS ‘올인’)와 동시에 ‘진구 돌풍’이라는 수사를 얻은 괴물 신인이었다.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빨리 끝나더라고요. 상처도 많이 받았죠.” 숨 죽였던 시간은 길었다. 그렇게 13년. “오히려 지금이 더 뜨겁죠. 더 많은 사랑을 받고 있고요.” 신드롬에 가까운 인기를 모으고 있는 드라마로 인해 지금 진구는 그 어느 때보다도 주목받고 있다. 표정은 밝지만, 들뜨진 않았다. 농담은 곧잘 하지만, 가볍진 않다. “늘 어딘가에 살아있겠지 싶었던 여성팬들이 음지에서 양지로 올라왔어요. 하하.”
사랑의 장애물이 너무도 많다. 낯간지러운 대사들이 드라마를 오갈 때 ‘구원커플’에겐 아픈 기류가 흐른다. 대본엔 ‘만감이 교차한다’고 적혀 있었다. 금세 눈물이 쏟아질 것 같은 눈을 하고 여자를 바라본다. “계산된 연기도 생각한 연기도 아니었어요.” 꾹꾹 눌러낸 감정들이 새어나와 아련하고, 애틋하다. 그 눈빛 하나에 거친 상남자는 짙은 멜로의 주인공이 됐다.
“멜로와 액션엔 비슷한 부분이 있어요. 액션연기는 때리면 맞거나 피하거나, 상대가 할 수 있는 리액션이 있어요. 멜로 역시 마찬가지예요. 사랑한다고 이야기하는데, 상대가 같이 사랑한다고 하거나 받아주지 않거나…그런 리액션이 나와야 하는 거죠. 지원씨와 합이 좋았어요.”
야생을 거닐던 거친 남자들의 세계를 더 많이 보여줬던 진구가 멜로 연기를 하자 ‘남자 감성’이 터져나왔다. 참고 견디는 사랑에 남성 시청자들은 “이게 진짜 남자”라며 환호했다. 그 절실한 감정을 읽은 여성 시청자들은 진구와 서대영을 동일시하고 있다.
“제가 생각한 것의 반만 해줘도 호흡이 잘 맞는다고 느끼는데, 주는 대로 베풀어주고, 받은 대로 다시 베풀어주더라고요. 교감하며 연기할 수 있었어요. 윤명주가 서대영을 너무나 절실하게 사랑하기에 무뚝뚝한 서대영의 눈빛이 슬퍼보였던 것 같아요.”
진구의 멜로연기와 애틋한 눈빛의 일등공신은 김지원이라고 한다. 띠동갑인 두 사람은 같은 길을 가는 동료로서 서로를 의지하고 격려하며 시간을 보냈다. 김지원은 진구에게 연기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고, 진구는 어린 후배를 응원하며 호흡을 나눴다. ”결혼 후 만난 친구고 나이차도 많이 나서 부담없더라고요.“
상대배우에게 공을 돌리고, 촬영현장의 모든 것이 자신에게 “맞춤형이자재밌는 놀이터였다”며 고마움을 거듭 전한다.
“그러지 말고 자기 잘난 척 좀 해주세요.” 하다 하다 물었더니, “그건 아주 나이를 많이 먹었을 때, 그럴 수 있을 때가 되면 할게요. 하하”
10여년 연기자로 살았고, 반짝인기를 맛볼 때도 있었다. “지금의 전 성인연기자이긴 하지만 중견과 신인의 중간 정도 연차더라고요. 저 때문에 연기를 시작했다는 친구들을 만나면 책임감도 생기고, 제 자신을 돌아보게 돼죠.”
배우를 하면서 한 번도 좋지 않았던 때는 없었다. 상처를 받을 때는 있었지만, “거의 매일 좋았다”고 한다. 그만큼 길에 대한 고민도 있었다. “내가 하고 있는 이 일을 잘 하고 있는 것인지, 연기자라는 옷이 내게 잘 맞는 옷일까를 생각했어요. 제가 너무나 하고 싶다고 해서 되는 것도 아니니까요.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다든지, 대중에게 외면을 받는다면 전 다시 복귀할 자신이 있나 그런 생각도 해보고요.”
‘태양의 후예’를 통해 “전에 없던 관심”을 얻었지만, 조금 더 차분히 현재를 보내고 있다. “지금 100점 짜리 연기를 했다고, 다음 작품에서 200점짜리를 보여드릴 순 없을 것 같아요. 대신 101점 정도는 자신있어요. 소폭 상승을 목표로 할게요. 하지만 하락은 없어요. 꾸준히 천천히, 지금처럼만 살고 싶어요.”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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