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法 “범행사실에 비춰 검찰 구형량 너무 약해”

- 범인도피교사, 10여년 전 음주운전 전력까지 고려

[헤럴드경제=김현일 기자] 교통사고를 내고 음주측정을 거부해 재판에 넘겨진 조원동(60) 전 청와대 경제수석이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이는 벌금 700만원에 처해달라고 한 검찰의 구형량보다 높은 것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0단독 이환승 부장판사는 6일 오전 도로교통법 위반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조 전 수석에게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이 판사는 “범행동기나 방법 등에 비춰 책임이 가볍지 않고, 비록 10년 이상 지났지만 음주운전으로 벌금형을 받은 전력이 있다”며 직권으로 징역형을 택했다.

조 전 수석은 지난달 공판에서 “대리기사를 보내고 직접 운전대를 잡은 직후 사고를 냈다”며 “음주운전을 한 거리가 얼마되지 않으니 양형에 참작해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이 판사는 관련 증거들에 비춰 조 전 수석의 주장을 믿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 판사는 “대리기사를 보낸 직후라면 대리기사의 모습이 주변 카메라에 찍혀야 하는데 당시 피해차량의 블랙박스와 시내버스 블랙박스, CCTV에는 대리기사의 모습이 촬영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오히려 이 판사는 “검찰의 구형량이 너무 약하다”고 판단했다.

조 전 수석은 지난해 10월 28일 밤 술을 마신 상태로 운전하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한 아파트 앞 도로에서 앞서가던 택시를 들이받고 경찰의 음주측정 요구를 거부한 혐의로 올해 1월 기소됐다.

대리기사를 불러 자택으로 향하던 조 전 수석은 집을 130m 정도 남겨두고 차가 막히자 대리기사를 먼저 보내고 직접 운전대를 잡았다가 이같은 사고를 냈다고 주장해왔다.

경찰의 음주측정도 세 차례 거부해 현행범으로 지구대에 연행된 조 전 수석은 대리기사에게 직접 운전했다고 진술할 것을 종용해 범인도피 교사 혐의도 받았다.

당초 이 사건은 검찰이 약식기소로 재판에 넘겼지만 법원이 정식재판에 회부하면서 공판이 진행됐다.

재판부는 약식기소된 해당 사안이 중하거나 사실관계를 다툴 여지가 강하다고 판단될 경우 정식재판에 넘긴다. 지난달 16일 열린 첫 공판에서 조 전 수석은 “혐의를 전부 인정한다”며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고 밝힌 바 있다.

범인도피 혐의로 기소된 대리기사 한모씨에게는 벌금 200만원이 선고됐다.

지난 2013년부터 2014년 6월까지 박근혜 정부 초대 경제수석을 지낸 조 전 수석은 현재 중앙대 석좌교수로 재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