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채권단, 해외선주와 담판
말 그대로 사활을 건 수싸움이다. 조건부 자율협약을 진행 중인 현대상선과 채권단이 18일 해외 선주들과 기업의 존폐를 가를 운명의 담판을 벌인다.
이날 오후 현대상선과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서울 모처에서 주요 해외 선주 5곳과 용선료 협상을 진행한다.
이번에 협상 테이블에 오른 해외 선주들은 그리스 다나오스와 나비오스, 영국 조디악과 CCC, 싱가포르 이스턴퍼시픽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대상선은 현재 이들 선주들로부터 5∼13척의 배를 빌려 쓰고 있다. 현대상선은 지난해 선주들에게 순수 용선료로 9700여억원을 지불했으며, 현재 해외선사 22곳을 대상으로 용선료를 28.4% 낮추는 것을 목표로 협상을 진행 중이다.
이 협상은 당초 서울 여의도 산은 본점에서 열릴 예정이었지만 “언론 노출이 부담스럽다”는 해외 선주들의 의견을 반영해 제3의 장소로 옮겨질 정도로 양측의 치열한 신경전과 수싸움은 이미 시작됐다.
▶협상 결렬시 법정관리…배수진 친 채권단= 협상의 전면에 나서고 있는 채권단은 용선료 협상 불발시에는 즉시 법정관리라는 말 그대로 배수의 진을 치고 선주들을 압박하고 있다.
용선료 인하가 없다면 일체의 다른 고려 사항이 없다는 심플하면서도 강한 압박의 메시지를 선주들에게 보내고 있는 것이다. 현재 현대상선이 진행 중인 자율협약은 용선료인하 등의 여러 조건을 달은 ‘조건부 자율협약’인 만큼 선제 조건이 이행되지 않는다면 법정관리를 두고 고민할 이유조차 없다는 게 산업은행을 비롯한 채권단의 입장이다.
정부 또한 이를 공식적으로 밝힌 상태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26일 ‘제3차 산업경쟁력 강화 및 구조조정 협의체’ 회의를 마치고 난 뒤 “해운업계 구조조정의 핵심 포인트는 용선료 협상”이라며 “용선료 인하 협상이 안 되면 이후 과정이 무의미하다”며 법정관리로 보내겠다고 말한 바 있다.
물론 채권단이 압박만 하는 건 아니다. 선주들이 납득한 만한 명분과 실리도 챙겨주고 있다.
현대상선이 법정관리에 돌입하게 되면 선주들은 결국 배를 놀릴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이날 회의에서 설명하는 동시에 회사 정상화를 위해 채권단의 강한 의지도 함께 표명할 계획이다.
실제 채권단은 협약채권의 50~60% 수준인 총 7500억원 수준의 채권을 출자전환하는 내용의 채무재조정 안건을 전날일 17일 채권단협의회에 부의했다.
이 안건은 큰 변수가 없는 한 24일 결의될 예정이다. 채권단은 용선료 인하에 대한 반대급부도 함께 제시한다.
채권단은 용선료의 인하분을 출자전환해 주는 방안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용선료 인하에 따른 비용감소와 향후 해운업 업황 전환시 회사의 가치가 오르면 결국 선주들에게도 이익이 될 것이란 논리를 펼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선주들, 나쁜 선례 남겨질텐데…용선료 인하 반대급부 출자전환 주식 가치에 촉각= 용선료 인하를 위해 한국행을 택한 선주들도 고민이 많다.
이미 계약이 완료된 운임 조건을 회사의 경영상황이 어려워졌다는 이유로 변경한다는 것 자체가 좋지 않은 선례를 남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단순히 현대상선의 문제가 아니라, 곧이어 개시될 한진해운의 용선료 협상에도 즉각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선주들이 자신들을 향한 국내 언론의 지나친 관심을 부담스럽게 여기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일단 이들이 한국행을 택한 데는 용선료 인하에 대한 일정 수준 이상의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해운업 업황이 최악인 상황에서 법정관리에 따라 배를 돌려받아 봐야 마땅히 운용할 만한 해운사를 찾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수익이 다소 줄더라도 안정적으로 배를 사용해 줄 현대상선이라는 좋은 고객을 잃을 이유는 없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선주들은 용선료 인하분에 대한 출자전환을 채권단이 확실히 보증해 주기를 희망하고 있다.
인하분에 대한 출자전환 카드가 있어야 다른 해외 선주들이 현대상선 사례를 들어 용선료 인하를 요구해 와도 대응할 만한 명분이 생기기 때문이다.
또 출자전환된 주식은 회사 정상화시 오히려 선주들에게 효자 역할을 할 수도 있어 선주들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분위기다.
선주들은 용선료 인하분 가운데 어느 정도의 비율을 출자전환하는 것이 최적인지를 따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정순식 기자/
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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