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조범자 기자] “내가 바보냐? 4할 타자를 벤치에 앉혀두게.”

벅 쇼월터 볼티모어 오리올스 감독의 ‘선구안’이 이번에는 제대로 들어 맞았다. 2016 시즌 메이저리그 개막 직전 김현수(28·볼티모어)를 마이너리그로 보내려고 애를 썼던 쇼월터 감독이 김현수의 출루 능력과 제한된 기회에서도 안타를 만들어내는 타격 솜씨를 칭찬한 게 바로 하루 전이었다. 쇼월터 감독의 믿음에 김현수가 보란듯이 화답했다.

김현수가 마침내 빅리그 데뷔 마수걸이 홈런을 터뜨리며 존재감을 확인했다.

김현수는 30일(한국시간) 미국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 프로그레시브 필드에서 열린 메이저리그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와 경기에 2번 타자 좌익수로 선발 출전해 3타수 1안타(1홈런) 1타점 1득점 1볼넷으로 맹활야하며 팀의 6-4 승리를 이끌었다.

김현수는 4-4로 맞선 7회초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제프 맨십의 시속 148㎞(92마일)의 몸쪽 높은 공을 잡아당겨 우월 솔로홈런을 폭발했다. 메이저리그 1호 홈런. 김현수의 이 홈런은 볼티모어의 결승홈런이 됐다.

최근 물오른 타격감으로 5경기 연속 선발 출전한 김현수는 첫 타석에서는 헛스윙 삼진으로 돌아섰지만 두번째 타석서는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출루, 6경기 연속 출루를 기록했다. 5회초 선두타자로 나와 다시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난 김현수는 7회 솔로홈런을 작렬하며 승부의 물꼬를 볼티모어로 돌려놨다. 솔로포를 터뜨린 김현수가 더그아웃으로 돌아오자 동료들은 모르는 척하는 장난을 치다가 한순간 함성을 지르고 하이파이브를 치며 크게 환영했다. 그제서야 김현수도 환하게 웃었다. 쇼월터 감독은 뚜벅뚜벅 걸어와서 김현수에게 악수를 청했다. 김현수는 7회말 수비 때 조이 리카드로 교체됐고, 시즌 타율은 0.386에서 0.383이 됐다.

현지 언론은 김현수 치켜세우기에 바빴다. 볼티모어 지역언론 MASN은 “김현수가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이후 이렇게 사랑받아본 적이 없다”며 “이제 김현수를 ‘킴콩’(Kim Kong)이라고 불러도 된다”고 흥분했다. ‘킴콩’은 김현수 영문 성(Kim)과 ‘킹콩’(King Kong)을 합성해 만든 말이다. 볼티모어 선은 “김현수가 1만8565명의 클리블랜드 팬 앞에서 팽팽한 균형을 무너뜨렸다”며 “김현수의 파워는 스프링 트레이닝부터 꾸준히 발전했는데, 이날 스윙은 의심의 여지 없이 올 시즌 가장 강력했다”고 평가했다.

김현수는 ‘한국산 타격 기계’라는 명예로운 별명을 안고 올 시즌 메이저리그에 진출했다. 출루 능력에서 구단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하지만 시범경기에서 빅리그 투수들을 상대로 고전하는 모습을 보이자쇼월터 감독은 김현수에게 마이너리그행을 권유했다. 구단은 ‘한국복귀설’까지 흘려가며 김현수를 압박했다.

하지만 계약 조건에 ‘마이너리그 거부권’을 포함시킨 김현수는 장고 끝에 마이너행을 거부하고 메이저리그에 남았다. 개막전서 홈관중의 야유를 받는 굴욕을 맛봤고, 감독의 외면 속에 백업 외야수로 밀리며 존재감이 잊혀지기도 했다. 그러나 지독한 훈련으로 타격감을 유지한 김현수는 최근 5경기 연속 선발 출전했고, 이날 결국 대포를 쏘아 올려 자신의 진가를 드러냈다.

김현수는 경기 후 MASN 중계진과 수훈선수 인터뷰에서 “안 넘어갈 줄 알고 열심히 뛰었는데 넘어갔다. 첫 홈런이라 기분이 너무 좋았다”고 했다. “기쁘면 더 크게 웃어도 된다”는 중계진의 농담에 비로소 긴장을 풀고 환하게 웃은 김현수는 “초반에 내가 못했기 때문에 경기에 많이 나서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언제든지 경기에 나갈 수 있도록 준비를 열심히 했던 것이 지금의 좋은 결과로 나오는 것 같다. 앞으로 자신감있게 하려고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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