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문영규 기자]한국은행이 지난 9일 기준금리를 기존 1.50%에서 1.25%로 0.25%포인트 내리면서 경기부양을 노렸지만 정작 증시에는 장단기적으로 큰 효과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준금리 인하로 내수시장을 살리고 기업의 투자증대 효과를 목표로 한 것이었으나, 실제 기업들의 어닝(실적)이 큰 폭으로 개선되지 못했고 코스피는 1800~2100선 안에서 움직이는 이른바 ‘박스피’에 머물렀기 때문이란 지적이다.
▶기준금리 인하, 유가증권시장엔 장단기적 영향 미미=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기준금리는 지난 2011년 3.25%에서 올해 1.25%로 2%포인트 낮아졌으나, 2012~2016년 코스피200 지수는 평균 1.1% 상승하는데 그쳤다.
기준금리를 내렸지만 유가증권시장만큼은 장기적인 효과를 크게 보지 못한 셈이다.
단기적으로도 마찬가지다.
헤럴드경제가 기준금리 인하 직후 1주일(5거래일)간 코스피 지수를 비교한 결과 2012년부터 기준금리를 8차례 내리는 동안, 지수는 5차례 내렸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3.25%에서 3%로 내린 2012년 7월 12일 이후 일주일간 코스피 지수는 0.53% 올랐고, 금리인하를 단행한 그해 10월 11일도 1.14% 상승했다.
하지만 기준금리를 2.50%로 0.25%포인트 내렸던 2013년 5월 9일은 이후 일주일 간 코스피 지수가 0.41% 하락했다.
2014년 8월 14일도 5거래일 동안 0.92% 빠졌고, 같은해 10월 15일 이후 일주일도 0.55% 하락했다.
기준금리가 1.75%로 낮아진 지난해 3월 12일은 2.94% 오름세를 보였지만 그해 6월은 다시 1.06% 내림세를 띠었다.
올해 코스피 지수는 지난 9일 1.25% 사상 최저금리로 내린 이후 13일까지 3거래일 동안 2.23% 빠졌다.
지기호 LIG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2012년 유럽위기가 절정을 이룬 시기부터 물가 상승이 중앙은행 예상치를 밑돌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하 효과는 주식시장, 특히 유가증권시장(거래소)에 큰 도움을 주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금리인하 효과, 시기마다 다르다…기업 어닝이 문제=이처럼 기준금리 인하가 코스피에 큰 호재가 되지 못하는 것은 기업 실적의 변화가 크지 않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지기호 센터장은 “주식시장이 한 단계 상향되기 위해서는 금융정책 모멘텀 또는 기업실적 호전이라는 ‘추세’가 필요한데 2012년 이후 코스피200 영업이익은 110조원 수준에서 정체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코스피200 기업들의 연간 총 영업이익은 2007년 59조9000억원에서 2011년 115조3000억원까지 급증했다.
하지만 이후 연간 영업이익은 2012년 110조3000억원, 2013년 110조4000억원, 2014년 103조5000억원, 지난해 111조2000억원으로 2011년 수준을 넘지 못했다.
LIG투자증권에 따르면 올해는 132조원 수준으로 예측되고 있으나 2012~2016년 평균은 113조5000억원에 그칠 전망이다.
금리인하가 증시에 영향을 미치던 때는 1999년~2005년 ‘성장둔화기’로, 지기호 센터장은 “1998년말 7% 수준이던 기준금리가 2003년 카드사태, 2004년 중국 쇼크 등의 영향으로 3.50%로 낮아질 때까지 금리를 내리면 경기가 좋아지거나 주식시장이 상승하던 시기가 있었다”고 분석했다.
그는 그러나 “중국 경기가 정점을 기록하고 미국, 유럽 등 선진국 경기마저 둔화되기 시작한 2012년 이후부터는 기준금리를 아무리 낮춰도 코스피는 늘 단기적으로 반응하다가 제자리로 돌아오는 박스권에 머물러 있다”고 봤다.
▶은행ㆍ보험 마진하락 우려, 코스닥 중소기업은 최대수혜=은행주, 보험주들은 금리인하가 위협요인으로 작용한다. 때문에 금리인하는 기업 실적에 무조건 좋은 것만도 아니어서 증시에도 영향을 미친다.
키움증권에 따르면 보험주는 지난 6~10일 코스피 지수 대비 3.0% 하락했으며 손해보험주는 2.1%(코스피 대비 3.7%포인트), 생명보험주는 0.7%(코스피 대비 2.3%포인트) 하락했다.
보험업은 기준금리가 하락하면 과거 판매된 확정형 고금리 상품의 경우 보험사들이 고객에게 지급해야 할 책임준비금이 늘어나게돼 부담이 커진다. 고객자산으로 올리는 수익률이 이자율보다 적은 이른바 금리 역마진이다.
김태현 키움증권 연구원은 “한은 기준금리 인하로 보험주가 급락했으며 상대적으로 높은 밸류에이션(고평가된)의 손보주 하락 폭이 컸다”고 진단했다.
은행주의 경우 금리인하는 순이자마진(NIM) 하락을 가져온다. 대출증가율이 크게 높지않으면 이자이익은 감소하게 된다.
구경회ㆍ송재원 현대증권 연구원은 이번 금리인하에 대해 “내수 부진, 저물가, 가계부채 증가 등의 거시 환경을 감안할 때, 아직 금리의 바닥을 확인하지 않았다고 판단한다”며 “금리인하 추세를 반영하면, 하반기에도 NIM이 반등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판단했다.
코스피 상승세가 둔화된 가운데서도 반대로 코스닥 지수는 상대적으로 성장률이 높았다.
지난 2012~2016년 코스닥 지수는 7.5% 올라 최대 수혜를 입은 것으로 평가됐다. 지기호 센터장은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코스닥 지수가 상승한 이유는 정부정책(벤처기업 지원 강화 등)과 금리하락으로 코스닥 기업과 중소기업의 투자자금 조달 형편이 개선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yg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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