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주력 사업 재편 추진 ‘숨 고르기’ 들어가나
[헤럴드경제=배두헌 기자] 삼성그룹이 광고기획사인 제일기획을 팔지 않기로 결정했다. 당분간 제일기획 본연의 성장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면서 그룹 차원에서 진행되던 비(非)주력 사업 재편도 잠시 숨을 고르는 모양새다.
14일 제일기획의 대주주인 삼성물산(지분율 12.64%) 측은 “현재로선 매각 방침을 완전히 철회한 상황이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전날 제일기획이 매각 협상 결렬 소식과 함께 “현재 진행중인 사항도 없다”고 알렸지만 더 나아가 ‘매각 방침 철회’로 확실히 못을 박은 것이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새로운 인수자를 알아보거나 하는 계획 없이 제일기획 자체의 성장을 잘 시켜나간다는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은 지난해 말부터 세계 3위 광고커뮤니케이션 회사인 프랑스의 퍼블리시스와 매각 협상을 벌여왔다.
그러나 매각 협상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제일기획 주가가 급락했고 삼성과 퍼블리시스는 인수 가격에서 논의를 좁히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 후 삼성 광고 물량 보장 기간과 제일기획 산하 프로스포츠단 운영 문제도 의견차가 컸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제일기획은 13일 “당사의 주요 주주와 글로벌 에이전시들과의 기존 다각적 협력방안 논의는 구체적 결론없이 결렬됐다”며 “현재 당사 주요주주는 다각적 협력 및 성장 방안과 관련해 제3자와 특별히 진행하고 있는 사항이 없음을 확인했다”고 공시했다.
최근 매각과 결렬설(說) 등으로 인한 임직원들의 혼란을 의식한듯 공시 예정 기한인 15일보다 이틀 빨리 공시한 것이다.
임직원 달래기에도 들어갔다. 임대기 제일기획 사장은 13일 매각 협상 결렬을 공시한 직후 사내 게시판과 메일로 ‘CEO의 특별편지’를 보내 감사의 뜻을 전했다. 임 사장은 “지난 5개월 동안 여러분은 그야말로 프로였다. 불확실한 뉴스와 근거없는 소문 속에서도 맡은 바 업무를 수행하는데 흐트러짐이 없었다”고 치켜세웠다.
이어 “여러분의 프로정신은 실적으로도 드러나 매출, 총이익 그리고 손익에서 목표를 달성했다. 다시 한 번 여러분의 헌신에 고마움을 전한다”며 “불확실성이 사라진 만큼 흔들림 없이 미래를 만들어 가자”고 격려했다.
제일기획 관계자는 “불확실성이 사라진만큼 직원들 사이에 ‘다시 한번 해보자’며 으쌰으쌰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주가도 반등했다. 공시 다음날인 14일 오전 9시 장이 열린 뒤 제일기획은 한때 전일 대비 950원(5.88%) 오른 1만7100원에 거래되는 등 주가가 크게 오르고 있다.
증권사들도 리포트를 내고 “제일기획의 중장기 불확실이 대부분 해소됐다”고 평가했다.
문지현 미래에셋대우 애널리스트는 “유가증권시장제도에서는 ‘인수합병(M&A) 관련공시’를 3개월 이내 번복할 경우 ‘불성실공시’에 해당하게 된다”며 “제일기획은 적어도 최소한 3개월 동안은 매각작업이 중단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했다.
한편 삼성그룹 고위 관계자 “공시한 그대로 받아들이면 된다”면서도 “상식적이고 원론적으로는 미래에 기업 환경이 언제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것 아니냐. ‘무조건 안 판다’, ‘결국엔 판다’ 등 단언할 수 있는 건 아니다”라고 여운을 남겼다.
badhone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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