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오전 1시30분께 서울 서대문 경찰서. 한 여성이 저녁 순찰을 마치고 돌아오는 5명의 형사들과 함께 경찰서에 들어왔다. 청바지에 분홍색 니트를 입고 배낭을 얌전히 맨 차림새를 보니 늦은 시간 경찰서를 들락거릴 만큼 기(?)가 쎄보이지 않는다. 무슨 사연이 있나 싶어 기자가 접근해보니 그는 공교롭게도 ‘고등어’ ‘도가니’ 등으로 유명한 공지영(48) 작가였다.
방금 형사들과 신촌과 서대문 일대를 순찰했다는 공씨는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공씨는 “노태우, 전두환 등 전직 대통령 사저부터 북아현동 산꼭대기까지 순찰을 돌았는데 서대문 일대가 의외로 빈부의 차이가 심하더라”며 첫 순찰 소감을 말했다.
그는 또 “신촌에 많은 젊은이를 받는데 술취한 이들이 아니라 깡통 줍고 편의점 컵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는 사람들이었다”며 “이들의 절망감이 가슴으로 느껴져 ‘어떻게 하면 젊은이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사회가 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사실 경찰서에 대한 공씨의 감정은 썩 좋지 않다. 특히 서대문서는 연세대 출신인 공씨가 학창시철 사회운동에 심취했을 때 자신을 가장 괴롭혔던 대상이었다. 지난 1987년에는 서울 구로을구 개표소 부정개표 반대시위에 참가했다가 용산서에서 1주일 간 구류를 살기도 했다.
공씨는 “학교 다닐때 여기가 연세대 전문 경찰서였다”며 “학교 교훈이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하라 였는데 (우리끼리) 진리가 너희를 서대문으로 데려가게 하리라고 농담을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씨가 경찰 체험에 용기를 낼 수 있었던 것은 서대문서 김맹호 강력팀장 덕분이다. 김 팀장은 지난 12일 트위터를 통해 형사 체험을 원하는 사람을 공개 모집했다. 김 팀장의 팔로워였던 공씨는 가장 먼저 참여 의사를 밝혔다.
공씨는 김 팀장의 안내에 따라 지난 20일 저녁 8시 서대문서에 도착해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고등어’ ‘지리산 행복학교’ 등 자신의 베스트셀러 25권을 경찰들에게 나눠준 후 형사 체험을 시작했다.
공씨는 “간접경험으로 얻는 것은 한계가 있다”며 “삶의 현장에 찾아갈 기회가 없었는데 (경찰서에서) 이런 기회를 주셔서 감사하다”고 전했다.
공씨의 경찰 체험 소식을 들은 트위터 이용자들은 공씨에게 격려의 메시지를 보냈다.
아이디 ‘ykgrief’는 “수고하셨다”며 “알고있다고 생각되는 당연한 것들도 막상 경험해 봐야 느낄수 있는 것이 많다”고 말했다.
<신소연 기자@shinsoso> carrier@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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