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2500 붕괴·환율 1470원대
KRX 반도체 시총 500조 무너져
‘단기조정 그칠 가능성’에 무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발(發) 글로벌 관세 전쟁 발발에 따른 패닉에 이어 ‘딥시크 쇼크’ 여파까지 연타를 맞으면서 코스피 지수 2500선이 붕괴했다. 원/달러 환율도 전날보다 20원 가까이 뛰며 1470원 대를 돌파했다.
국내 증시 내 최대 지분을 담당하고 있는 반도체주(株) 대표 지수 ‘KRX 반도체’의 시가총액도 불과 2거래일 만에 40조원 넘게 증발했다. 을사년(乙巳年) 새해 들어 개선된 투심 덕분에 1월 한 달간 차곡차곡 쌓였던 K-반도체주의 시총이 단 하루 만에 제자리로 복귀한 데 이어, 500조원 선까지 차례로 붕괴하면서다.
새해 첫 달 코스피 지수의 글로벌 선두급 수익률 행진을 이끌었던 반도체주 강세 현상이 초대형 악재로 인해 확연히 꺾이면서 향후 주가 흐름에도 ‘하방 압력’이 더 강하게 작용할지 관심이 집중된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RX 반도체’ 지수는 설 연휴가 지난 후 처음 장이 열린 지난달 31일 하루에만 5.72%(3560.11→3356.44) 급락했다. 한국거래소(KRX)가 도출한 총 34개 KRX 산업지수 가운데 가장 큰 하락률을 기록한 것이다.
KRX 반도체 지수를 구성하는 총 55개 종목의 시총 합산액도 설 연휴 직전인 지난달 24일 종가 기준 533조959억원에서 지난달 31일 506조8847조원으로 하루 만에 26조2112억원이나 감소했다.
이날 오전 9시 30분 기준으로도 KRX 반도체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4.29% 더 떨어진 3212.46으로 내려 앉았다. 시총은 491조4975억원으로 500조원 선이 무너졌다. KRX 반도체 지수의 시총은 지난달 2일(486조1047억원) 이후 최저 수준까지 내려서며 사실상 1월 초 상황으로 되돌아갔다.
지난달 31일엔 KRX 반도체 지수 구성 종목 중 89.09%(49개)가 약세를 면치 못했다. 이날 들어선 오전 9시 30분 기준으로 1개 종목을 제외한 54개 종목에 파란불이 켜졌다.
그중에서도 국내 반도체 ‘톱(TOP)3’로 불리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한미반도체의 시총 감소액 규모는 눈에 띌 정도로 컸다.
가장 큰 폭으로 시총이 줄어든 곳은 SK하이닉스였다. 지난달 31일 하루에만 주가가 9.86%(22만1000→19만9200원) 하락한 SK하이닉스의 시총 감소액은 15조8705억원에 달했다. 한미반도체 역시 지난달 31일 주가가 6.14% 하락(12만600→11만3200원)하며 시총도 7149억원이나 줄었다.
SK하이닉스와 한미반도체는 대표적인 글로벌 AI 반도체 ‘대장주’ 엔비디아의 핵심 ‘밸류체인(공급망)’ 기업으로 꼽힌다. 딥시크가 ‘오픈소스’를 기반으로 저비용 AI 모델 개발에 성과를 증명하면서 고성능 AI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등에 대한 수요가 예상치에 못 미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엔비디아 주가는 하루에만 17% 급락하기도 했다.
국내 증시 시총 1위 삼성전자의 주가도 지난달 31일 하루에만 2.42% 하락(5만3700→5만2400원)하면서 시총 감소액도 7조7607억원에 이르렀다. 이날 오전 9시 30분까지도 주가는 2.29% 하락, 시총은 7조1637억원 더 감소했다. ‘딥시크 쇼크’ 탓에 5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인 ‘HBM3E 8단’ 제품이 엔비디아의 공급 승인을 받았다는 소식이 주가엔 호재로 작용하지 못한 가운데, 지난해 4분기 기록한 ‘어닝 쇼크’가 주가를 더 끌어내린 것이다.
‘딥시크 쇼크’가 반도체주의 상승세를 바탕으로 모처럼 맞이했던 코스피 강세장에 ‘찬물’을 끼얹은 모양새다. 올해 들어 지난달 24일 종가까지 KRX 반도체 지수의 상승률은 19.50%(2979.08 →3560.11)로 34개 KRX 산업지수 가운데 독보적으로 1위를 기록 중이었다. 이에 힘입어 코스피 지수의 수익률도 5.72%(2399.49 →2536.80)로 범유럽 ‘유로스톡스50(6.61%)’ 지수 제외한 미 다우(4.42%)·S&P500(3.73%)·나스닥(3.33%), 일본 닛케이225(0.09%), 중국 상하이종합(-2.96%), 홍콩 항셍(0.03%), 대만 자취안(加權, 2.13%), 인도 센섹스(-2.49%) 지수보다 더 높은 수치를 보였다. 하지만, 지난달 31일 종가 기준으로 1월 월간 KRX 산업지수 상승률 1위 자리는 ‘KRX 기계장비(12.76%)’ 지수가 차지했고, ‘KRX 반도체(12.67%)’ 지수는 2위로 내려앉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장 대비 48.63포인트(1.93%) 내린 2468.74로 출발하며 2500선이 붕괴한 코스피 지수도 이날 오전 9시 30분 현재 전날보다 2.58%(65포인트) 하락한 2452.37까지 낙폭을 늘리는 상황이다.
국내 증권가에선 ‘딥시크 쇼크’에 따른 국내 반도체주의 약세와 이에 따른 코스피 우하향세가 ‘단기 조정’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는 희망 섞인 시각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김성환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반도체주가 ‘딥시크 쇼크’를 계기로 단기 관점에선 주도주에서 이탈했다는 점을 부정할 수 없다”면서도 “현재 전 업종을 통틀어 실적 모멘텀이 가장 강하다는 점에서 중기적으론 반도체주에 대한 비중 확대 기회”라고 강조했다.
박승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패닉 금지’라는 말로 AI 반도체주에 대한 우선 투자 전략을 섣불리 거둬선 안 된다고 조언했다. 박승영 연구원은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 알파벳 등이 AI 설비투자(CAPEX)를 줄일 것이라 예측하고 국내 증시에 대한 접근을 부정적으로 급선회하는 것은 위험하다”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발 관세 충돌이 심화할 것이란 점에서 2월을 지나 3월까지 ‘박스권’ 시각을 유지하고 투자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짚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미·중 AI 경쟁이 본격화하며 미국이 더 강력한 AI 드라이브를 걸 경우 (HBM 등) 반도체 수요는 더 커질 수 있다”며 “주가 추가 하락은 단기 트레이딩의 기회이고, 이미 보유한 투자자는 투매에 동참하기보단 공포 구간을 견디는 시간이 필요할 뿐”이라고 조언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2월 한국 증시의 주가 복원력이 유효할 전망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그는 “미국의 관세정책과 연준의 금리동결, 중국 딥시크 충격 등이 유발하는 가격 충격은 기간 조정에 그칠 것”이라며 “한국 주요 기업들은 4분기 실적 부진에도 저점 통과 기대감이 더 우위에 있다. 조선·기계·반도체·소프트웨어·바이오 등 주가가 박스권 하단 부근에 있는 기업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신동윤 기자